성호초등학교 주변의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어린이 보호구역’, 일명 ‘스쿨존’이 수 년 째 제 역할을 못해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음에도 오산시와 교육당국, 지역 정치인들이 외면하고 있어 이들의 ‘직무유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성호초교에서는 일상적으로 노점들이 학교 담벼락을 중심으로 진을 치고 장사를 한다. 특히 3일, 8일 오산장에는 학교 앞에 외부의 대형노점들이 몰려와 학교 출입문까지 장악하면서 ‘스쿨존’을 무력화시키는 심각한 상황이다.

▲ 성호초 앞 장날 풍경. ⓒ장명구 기자

평일과 장날 할 것 없이 노점들이 ‘스쿨존’ 구역인 학교 앞 도로를 불법으로 점유하면서 도로는 이들이 버린 음식물과 쓰레기로 지저분하고 담벼락은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낡았다. 장날에는 노점들이 버리고 간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 더미가 학교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성호초교 앞에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쿨존’에 당연히 설치되어 있어야 할 ‘인도길’과 ‘펜스’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학교 앞 도로에는 아이들을 보호할 ‘안전턱’도 없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쿨존’의 시설 설치 및 관리 책임을 담당하는 오산시 건설방제과 이모 공무원은 “성호초교 앞은 재래시장이라 어린이 보호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을 보면 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시설과 관련해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적인 강제조항이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였다.

‘스쿨존’이 제 역할을 못하고 학교 앞을 노점들이 장악해 점차 시장터로 변질되면서, 성호초교 앞에는 그 흔한 문구점 하나 없고, 어른들의 돈벌이에 좋은 야채, 정육, 옷, 반찬 등을 파는 가게들만 즐비하다.

장날에는 가게들이 마이크를 통해 큰 소리로 호객하고 장보러 나온 사람들로 넘치면서 학교 앞은 마치 전쟁터 같은 시장으로 변하고 만다. 아이들의 통행길은 완전히 사라져 아이들은 등·하교길을 사람들을 뚫고 나가거나 장이 서지 않는 후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성호초교 ‘스쿨존’의 붕괴로 인한 열악한 교육환경과 관련하여 오산시 교육협력과 담당계장은 “성호초교는 혁신학교의 일종인 ‘물향기학교’로 지정된 학교”라면서 “여지껏 혁신학교로서의 프로그램이나 운영에 대해서만 고민했을뿐 성호초교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고 발뺌을 했다.

아울러 그는 “어린이 보호구역, 즉 ‘스쿨존’이나 학교환경과 관련하여 교육협력과, 건설방제과, 지역경제과, 교육청 등으로 책임주체가 나누어져 있어 대책마련이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재 성호초교 앞 ‘스쿨존’에서 진행되는 노점들의 무단점유와 음식판매 행위는 ‘도로교통법’ 및 ‘식품위생법’에 위배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문제는 불법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면서 아이들의 ‘학습권’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에도 관계당국의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직무유기’가 심각하다는 지역사회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성호초교 앞의 불법 현장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교육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건지 뒷짐만 지고 있다.

‘스쿨존’ 지역의 교육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 박모 담당공무원은 “노점들에 의한 학교 주변의 문제는 교육 관련된 법으로는 처리할 수가 없다”면서 “실태를 파악해서 오산시에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겠다”고만 밝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육당국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오산시 학교 주변 교육환경이 ‘이상없다’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 혁신교육을 내세운 안민석 의원은 성호초교의 ‘스쿨존’ 무력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달 7일~23일 오산시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 화성동부경찰서 등 관계기관은 운암지역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예방 및 청소년 유해환경 정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 후 오산시 학교주변 교육환경이 ‘이상없음’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것.

교육당국을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스쿨존’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성호초교 아이들의 아픔에는 눈감고 오산시 학교주변 환경이 ‘이상없다’는 주장에 지역민들은 그저 황당할 뿐이다.

안 의원은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 재래시장 외곽에 주차장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대한 방안을 묻는 기자에게 M 보좌관은 “성호초교 운동장을 파 지하주차장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성호초교 앞의 ‘스쿨존’과 교육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을뿐만 아니라 안 의원이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오산지역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면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바로 성호초교 주변의 ‘스쿨존’의 붕괴와 장터로 변질된 최악의 교육환경이다. 노점들과 해당 상권의 상인들 힘에 눌려 눈치만 보는 오산시와 교육당국, 정치인들의 야합으로 힘없는 아이들만 고통 속에 신음하는 셈이다.

성호초에 자녀를 둔 중앙동 주민 최모(35세)씨는 “아마도 오산시와 교육당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물론,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이렇게 열악한 환경의 성호초교에 보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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