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대역 앞에 신축 중인 (주)홈플러스 건물. ⓒ장명구 기자

오산대역 앞에 신축중인 (주)홈플러스가 오산시에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로 업태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의무휴일제’를 피하려는 전형적인 ‘꼼수’ 부리기로 지역유통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홈플러스는 지난 2일 시 지역경제과에 본사직원 2명을 보내 ‘대규모 점포·준대규모 점포 개설(변경) 등록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업태를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로 신청했다.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등록신청서를 접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홈플러스측은 ‘유통산업발전법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대규모점포등개설등록신청서’를 접수할 경우 구비해야 할 건물등기부등본에 대한 서류도 갖추지 않은 채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홈플러스측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은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를 피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쇼핑센터 업태 인정을 목적으로 하는 홈플러스측의 사업신청서 제출과 관련, 지역경제과 담당 공무원은 “현재 법적으로 ‘대형마트’와 ‘쇼핑센터’의 규정이 애매해 지식경제부에 유권해석을 청구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건물 준공이 완료되지 않아 등기부등본이 미제출 되면서 법적서류도 갖추지 않았지만 타 자치단체에서 이미 등록을 허가해 준 사례가 있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경제과 담당계장 역시 “오산시 입장에서는 전통시장 및 지역유통업계를 살리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및 ‘조례안’에 근거하여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를 만들었는데 홈플러스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쇼핑센터’로 업태 등록을 신청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동안 정치권과 입법기관은 문어발 확장으로 골목상권까지 위협하는 재벌의 탐욕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갈수록 높아지자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과 ‘조례안’을 통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의무휴일제’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오산시에서도 지난 달 26일 시의회가 ‘오산시 전통상업 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하고, 시 집행부는 지난 11일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열고 원안대로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내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6곳은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일을 실시해야 한다. 오는 27일 일요일 첫 의무휴일에 들어간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업태 변경 가능성 우려

그런데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조례안’에는 ‘의무휴일제’ 규제가 대형마트와 SSM에 국한되어 있는 한계가 있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허점을 이용하여 현재 전국적으로 신축되는 건물들을 모두 ‘쇼핑센터’로 업태등록을 신청하고 있다. 오산시에 제출한 홈플러스의 사업신청서 역시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조만간 홈플러스측의 움직임과 여론을 지켜보며 롯데마트, 이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들도 신축중인 건물이나 이미 운영중인 건물들을 ‘쇼핑센터’로 업태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은계동 (구)투마트 지역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50세)씨는 “홈플러스가 ‘쇼핑센터’로 업태신청을 하는 것은 꼼수이자 편법”이라면서 “앞으로 대형마트 빼곤 보통사람은 유통으로 먹고 살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앞으로 재벌과 국민들이 종속관계가 될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재벌유통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산중앙전통시장에서 만난 천정무(51세) 상인회 총무 역시 홈플러스의 ‘쇼핑센터’ 등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국상인연합회’ 차원에서 재벌들의 꼼수 등록을 허가해주는 시청은 전국에서 몰려가 데모하기로 의결됐다”고 전하면서 “오산시청이 ‘의무휴일제’를 피하기 위한 홈플러스의 꼼수 등록을 허가해주면 우리도 강력히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대형마트 규제 개정 조례안을 처음 발의한 최웅수 시의원은 “법률적 차원에서 미비한 점이 있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일단 전국 지자체 의회 의장단 차원에서 각 지자체간 정보를 모으고 대응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산시 차원에서의 대책에 대해 “18일 시의회 임시회 질의에서 오산시의 입장을 묻고, 시의회와 시 집행부 차원에서도 방안을 마련하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백현 기자 | jbh@mh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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