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널을 뚫기 위한 공사가 필봉산 턱 밑까지 진행돼 있다. ⓒ장명구 기자

오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오산의 허파이자 지역의 상징인 필봉산에 2개의 터널과 도로개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또한 행정기관이 교통 및 환경영향 평가 등 필봉산 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지역사회 지혜를 모으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오산시와 LH는 세교와 동탄을 연결하기 위해 필봉산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240m 2차선 터널과 세교와 운암을 연결하기 위한 940m에 달하는 4차선 도로(총1.14km 폭25m)를 개설하기 위한 터널, 총 2개의 터널을 뚫을 계획이다.

실제로 2개의 필봉산 터널과 도로개설 공사가 진행되면 필봉산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맹꽁이와 딱따구리 뿐만 아니라 금호대교 근처에서 서식하고 있는 백로와 왜가리 등의 서식처와 시민들의 약수터, 등산로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필봉산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온갖 부침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지역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삶의 안식처 역할을 해 온 지역의 상징적인 산이다. 오산의 지역민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는 산이자, 자손대대로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환경이 파괴된 오산천을 복원하기 위해 수백억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여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필봉산 역시 심각하게 훼손된다면 그 피해는 오랜기간에 걸쳐 천문학적인 유·무형의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곽상욱 공약, 필봉산 터널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

곽상욱 오산시장은 2년 전 지방선거 당시 후보자 시절에 공약으로 “오산시와 LH공사가 추진하는 필봉산 터널 사업계획에 대해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히면서 “필봉산 터널에 대한 전반적인 사업계획이나 교통영향평가 등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환경영향 평가도 제대로 된 것이라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달 초 본지가 소속된 홍재언론인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곽 시장은 “환경련과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터널과 도로개설의 불가피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현재 필봉산 터널과 도로개설 관련하여 해당부서인 건설방재과 담당공무원은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필봉산 터널 및 도로개설 문제는 경기도 광역교통 대책의 일환으로 LH가 진행하고 있다”며 “세교지구 아파트 분양가에 터널과 도로개설로 인한 교통편의가 반영돼 있어 필봉산 보존을 전제로 한 대안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렇듯 오산시와 LH가 2개의 필봉산 터널과 도로개설 공사를 통해 필봉산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여야를 떠나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등 지역의 책임있는 정치인들은 민감한 이 문제에서 모두 한발 빼면서 지역사회의 여론을 모으고 지혜를 모으고자 하는 움직임이 없다.

오산환경련, 필봉산 지킴이 역할 포기하나

지역의 환경지킴이 역할을 해야 할 오산환경련 역시 내부의 복잡한 상황으로 필봉산 터널과 도로개설 공사로 인한 필봉산 생태계 파괴 문제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오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3일 ‘필봉산 터널 반대 의견서’를 시에 제출하면서 현재 오산시와 LH가 추진하는 2개의 터널과 도로개설 사업은 “맹꽁이 서식지와 보호 습지 등 수많은 종류의 동, 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필봉산 생태계를 급격하게 파괴하는 사업”이자 “시민들의 허파와 쉼터를 망가트리는 행위”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후 오산환경련은 몇 번의 시장이나 공무원과의 면담 외에는 필봉산 터널을 막아내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터널 반대 의견서’ 제출 후 시간이 갈수록, 오산환경련 집행부 각자의 입장 및 이해관계 충돌로 명확한 단체 입장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행동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H와 오산시 몇 명 공무원들의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일방적 행정이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으면서 필봉산은 현재 심각한 훼손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경기도와 LH, 오산시 일부 공무원들에게 필봉산이 지역사회에서 갖고 있는 의미와 유·무형의 가치, 생태계 보존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는 오직 세교지구의 교통편의와 비용절감만이 우선이고 다른 대안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 오산동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양모(53)씨는 필봉산 훼손의 주요한 이해당사자인 세교 주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세교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교통편의와 부동산 가치를 생각하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싶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필봉산 생태환경이 보존되어 있는 것이 그들에게도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오산시와 LH, 정보공개와 지역민 공청회 개최해야

무엇보다도 이번 필봉산 터널과 도로개설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오산시와 LH가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적 행정을 펴면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 역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궐동에 사는 강모(46)씨는 “이번 필봉산 터널 관련 교통, 환경영향 평가는 한 거냐. 이렇게 중요한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공청회 한 번 안하고 진행하냐”고 황당해 하면서 “오산지역민들의 건강과 마음의 휴식처 필봉산을 외부인들이 일방적으로 뻥 뚫는 것은 문제가 있다. 훼손하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산시와 LH, 심지어 오산환경련까지 지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의견수렴 자리를 마련하지 않자, 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발 벗고 나섰다.

오산참여연대 김철홍(43) 운영위원은 “지난 21일 오산참여연대 운영위원회에서 참석자들 사이에 지역사회에 필봉산 문제 관련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면서 “정보공유와 지역사회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환경련과 오산시에 지역공청회를 요청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생태계와 지역민 삶의 안식처 파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한 행정기관의 민주화 과제까지 필봉산 터널과 도로개설 문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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