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중앙전통시장 내 ‘대형마트 한판붙자!’라는 내용의 플랜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 ⓒ조백현 기자

오산시가 오산중앙전통시장에 편파투자를 해 전통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이에 투자가 안된 구역의 상인들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원인이 오산시의 전통시장 정책과 투자가 정치논리로 잘못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산시가 2001~2012년까지 전통시장에 투자한 예산은 183억원에 달한다. 세부내역을 보면, 국비 약 47억원, 지방비(도비+시비) 약 132억원, 민간자부담 약 4억원이다.

문제는 그동안 대부분의 예산이 성호초등학교 사거리 중심의 특정골목, 즉 상인회 간부 점포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만 집중 투자됐다는 것이다.

반면 상인회 간부 점포들이 모여 있는 골목의 반대편에 있는, 전통시장의 1/3에 해당하는 북부구역(일명 싸전마당 지역)에는 전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정골목, 상인회장 4회 연속 배출... 시 투자 집중

상인회장은 성호초교 사거리 골목(고객지원센터 앞)에서 4회 연속 배출되고 있다. 그리고 오산시 전통시장 예산의 대부분은 이 구역에 집중 투자됐다.

183억원의 예산 중 상인회장이 배출된 한 골목에만 아케이드(약 5억7천만원), 공영주차장(약 40억원), 고객지원센터(약 52억원), 진입도로 개설공사(약 14억원), 간이버스승강장 설치(약 2억7천만원) 등 약 115억원이 투자됐다.

특히 고객지원센터의 경우 건축 당시 중복투자, 세금 낭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미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12억원을 투자하여 지은 중소유통지원센터가 시장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호초교 사거리 근처에 이미 공영주차장이 있어 장날 너무 붐벼 차가 들어가지 못할 지경인데도 또 다시 대각선 인근 고객지원센터에 주차장을 지어 병목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자창이 전통시장의 한 쪽에만 지나치게 몰려있는 꼴이다.

전통시장 북부 1/3 구역, 투자 전무로 생존권 위협

오산시의 편파적인 투자로 성호초교를 중심으로 한 골목만 시장 기능을 할 뿐, 나머지 골목은 모두 고사 직전이다.

특정골목에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전통시장의 1/3에 해당하는 북부구역에는 지난 10여년 동안 투자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투자된 예산은 183억원 중 고작 1억원에도 못미쳤다.

‘편파적이어도 너무 편파적이다’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전통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정부지원금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오산시의 투자가 편파적임은 물론 전통시장에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에서도 북부구역 상인들은 배제돼 왔다.

원조 전통시장이자 전통시장의 중심상권이었던 북부구역은 정부지원금이 지원되기 시작한 10여년 전부터 오산시와 상인회의 편파투자로 줄곧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는 거의 시장의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다.

오산시의 편파투자가 결국 전통시장의 전체 규모를 상당히 축소시킨 셈이다. 규모에서 오는 경제효과를 잃게 되어 전통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부구역의 건물주들은 부동산 가치가 반토막 났고, 상인들은 수 백, 수 천만원씩 투자해 점포를 개설하고도 몇 달을 못 버티고 망해 나가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시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오산시가 오히려 북부구역 건물주와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북부구역 상인들은 각종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오산시와 상인회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결국, 오산시가 상인들 간 갈등을 부추긴 셈이다.

성호초교 앞 스쿨존 불법 점유 노점, 상황 더욱 악화시켜

게다가, 성호초교 앞 담벼락을 따라 노점들이 불법으로 스쿨존을 점유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유린할 뿐 아니라, 특정골목 상권을 강화하고 점차 전통시장을 공동화시키고 있다. 노점들이 결합하면서 전통시장은 성호초교를 중심으로 일직선 골목만 시장의 역할을 하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오산시와 교육당국이 성호초교 스쿨존의 불법점유를 묵인하자 최근에는 노점들이 더욱 늘어나고 힘이 커져, 성호초교와 뱅뱅사거리를 넘어, 전통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상황까지 직면했다.

상인회 천정무(51세) 총무조차 “성호초교 앞에 있는 불법 노점을 정리하고 시장이 뱅뱅사거리 밑으로 내려가서 전통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할 지경이다.

오산시의 성호초교 사거리에 대한 편중투자와 스쿨존을 불법 점유한 노점들의 결합으로 성호초교 일직선 한 골목 상권만 활성화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투자가 집중된 성호초교 일직선 한 골목으로만 점포와 노점, 고객들이 몰리면서 시장 안쪽의 생선골목, 옷가게 골목, 개고기 골목 등 다른 골목들은 모두 죽어가고 있다. 전통시장 남북의 양극화는 너무 심하다.

오산시와 상인회가 세일데이를 하고, 고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거창한 문화 행사 등을 진행해도 그 효과는 오직 성호초교를 중심으로 한 일직선 골목의 점포만 볼 뿐이다. 나머지 골목의 상인들은 오히려 소외감만 더 늘어난다.

투자와 성과의 혜택이 특정골목, 소수의 상인들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당연히 오산시와 상인회의 행사에 다수 상인들은 냉소를 보낼 뿐, 상인들 간의 협력과 단결이 나올 수 없다.

전통시장 몰락 원인, 투자 잘못한 오산시 책임

이렇듯, 전통시장이 갈수록 몰락해 가는 데는 전통시장 정책과 투자를 담당해 왔던 오산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편파투자도 문제지만, 단지 비, 눈 가림막에 불과한 아케이드 공사로 허공에다 수 십억원을 쏟아붓고, 복잡한 시장 안에다 무리하게 주차장을 만들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성호초교 스쿨존을 불법점유하고 있는 노점관리를 못하는 등 오산시의 잘못된 전통시장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 감사 등을 통해서도 오산시의 전통시장 투자와 관련해 아케이드 수의계약, 무단변경, 자부담 미부담 등 많은 문제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상인회 간부 점포 중심의 특정골목에만 투자가 편파적으로 집중되면서 이 골목 주변 건물주들은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고, 높은 월세를 받는 등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 정부지원금과 경기도, 오산시의 예산이 전통시장과 전체 상인들을 살리는 데 쓰이기 보단 특정상인들의 부만 늘려주는 셈이다.

일례로, 대각선으로 공영주차장과 고객지원센터를 유치한 상인회 전 회장의 경우,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점포 앞이 핵심상권으로 변하면서 큰 이익을 얻었다. 장날에는 자신의 점포 앞에 노점들을 배치함으로써 상당한 액수의 노점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상욱, 편파투자·시장왜곡 정상화 의지 안 보여

현재로선 전통시장 활성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산시가 전통시장 몰락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도, 그 원인을 항상 상인들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1시장-1대학 자매결연 특화사업’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산시는 전통시장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다. 이제 전통시장을 살리는 것은 상인들의 의식개혁과 단결, 자구노력에 달려있다”는 취지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곽상욱 집행부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전통시장의 불균형과 왜곡을 개선하겠다고 그동안 수 차례 밝혔음에도 말만 요란할 뿐이다.

이에 대해 전통시장에서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양원석(43세) 씨는 “오산시가 원래 전통시장이었던 북쪽 싸전마당에는 하나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죽여 놓고 성호초교 앞에만 편파투자해서 새로 시장을 만들었다”라며 “그동안 오산시는 전체 상인들을 위해 투자하지 않고 상인회 간부들만을 위해 집중투자 했다. 상인회 일부 간부들 배만 불려주는 완전 엉텅리 투자다. 곽상욱 시장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오산시의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없다보니, 곽상욱 집행부에서도 집권 2년 반이 지나도록 전통시장의 잘못된 정책과 편파투자에 대한 시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오산시의 전통시장 운영사업비 5억8백만원 대부분 역시 아케이드 수리비, 공영주차장 내 화장실 리모델링, 고객지원센터 운영비 등 기존 특정골목에만 또 다시 투자되었다.

얼마 전 오산시는 ‘1시장-1대학 자매결연 특화사업’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내용엔 전통시장의 편파투자 개선은 물론 구조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있지 않다. 이 보고서의 내용으로 전통시장 활성화가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전통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는 고덕준(49세) 씨는 “중간보고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이미 상인들이 몇 년 전에 다 고민해 왔던 내용들이다. 오히려 북부구역에 대한 편파투자 시정, 먹거리 골목 형성 등 핵심내용은 빠져있다”면서 “오산시는 전통시장 관련 정부 예산은 전체 상인 수로 따오면서 시장 북부구역에는 투자를 하나도 안 한다. 심하게 말하면 도둑놈들이다. 오산시는 최소경비 말고는 기존 특정골목에 대한 투자를 멈추고, 이젠 투자 안 한 피해구역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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