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흥저수지 상류를 덮고 있는 위해 외래종 가시박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오산천 상류인 용인구간과 기흥저수지의 심각한 오염으로 오산천 수질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와 오산시가 10년간 약 1천억원을 들여 오산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려는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오산천 상류지역 오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대표 이진수)’가 지난달 29일 작성한 ‘기흥저수지 수질개선을 위한 기초조사보고서(이하 조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와 소속단체 ‘오산시환경모니터링’, ‘생태활동가 담쟁이’ 회원 11명은 지난 7월 31일~10월 22일까지 3개월에 걸쳐 용인시 기흥구 수원IC다리 아래 지점부터 기흥저수지까지 수질, 오염원, 식생 현황과 하천습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요인을 조사하였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기흥저수지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지난 7월 무더운 날씨에 부영양화 현상을 극대화시켜 녹조가 기흥저수지를 덮는 심각한 상태가 발생했다.

당시, 기흥저수지의 조류독소로 인해 오산천 전체의 생태계에도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어, 녹조발생의 원인을 밝히는 조사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및 소속 3개 환경단체(이하 3개 환경단체) 회원들은 무더운 여름 3개월 동안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오산천 상류지역을 샅샅이 조사하였다.

3개 환경단체 회원들이 5회에 걸쳐 오산천-용인구간을 조사한 결과, 오산천에 인접한 제조업, 창고, 음식점 등의 사업장에서 오염물질 유출이 상당히 심각했다.

▲ 기흥저수지 좌완.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오산천 상류, 용인구간 하천과 기흥저수지 오염 심각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오산천 상류 용인구간 좌완의 경우 생활하수, 사업장 오수가 유입되고 있었으며, 고물상에서는 재활용품을 야적하면서 하천을 오염시키고, 하갈교 좌완 다리 아래에서는 가축을 사육하면서 축산오수를 유입시키고 있었다.

또한 용인구간 우완의 경우, 중소기업과 음식점 등의 무단방류로 오폐수 유출이 심각했으며, 2곳에서는 차집관 월류현상이 발생했다.

▲ 자료제공: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기흥저수지 수질개선을 위한 기초조사보고서’

3개 환경단체 회원들은 또한 4회에 걸쳐 기흥저수지도 조사했다.

조사 당시 기흥저수지는 상류 녹조의 부패현상으로 이물질 띠가 넓게 형성되어 상류의 오염이 심각했다.

기흥저수지 좌완의 경우, 기흥레스피아와 하나은행 중간지점에 건축 폐기물이 마냥 방치되어 있었고, 생활하수로 유추되는 오수가 유입되고 있었다.

또한 청구, 우남퍼스트빌 아파트 옆 지천에 오염물이 유입되고 있었고, 주변의 오염원 유입으로 인한 녹조의 형성과 부패가 진행되어 수질이 아주 불량한 상태였다.

우완의 경우, 중류와 하류는 오염원이 없어 수질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다. 다만, 둔치쓰레기가 넓게 분포되어 있었고, 저수지 주변 무허가 음식점에서의 오수 유출이 있었다.

▲ 자료제공: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기흥저수지 수질개선을 위한 기초조사보고서’

 
실태조사를 통해 3개 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 7월 문제가 됐던 기흥저수지의 녹조현상은 오산천-용인구간과 기흥저수지의 점·비점 오염물질이 갇혀 있는 기흥저수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개 환경단체 회원들은 또한 기흥저수지 수질복원을 위한 오염원의 조사를 위해 기흥저수지 상류와 기흥저수지로 유입되는 지류 전체를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오산시 소속인 이들이 용인시 깊숙이 오산천의 발원지인 동백지구까지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 기흥저수지 우완.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오산천살리기지역협, 오산천 관리 위한 ‘유역협의체’ 구성 제안

이에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를 비롯한 3개 환경단체는 “용인, 화성, 오산의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오산천 관리에 필요한 '유역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3개 환경단체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오산천 상류의 오염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은 점차 지역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제118회 오산시의회 임시회에서 최인혜 의원은 5분발언을 통해 “오산시는 오산천을 살리기 위해 생태하천팀이라는 특별부서를 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상류인 용인시 기흥저수지의 오염이 심각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난 15일 개최됐던 경기남부시장협의회에서 자치단체장들 사이에 오산천 상류지역 오염실태에 대한 공유와 환경오염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오산, 용인, 화성 시장 등이 참석한 이날 경기남부시장협의회에서는 기흥저수지 수질개선 대책이 중심안건으로 상정되어 심도있게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시장들은 각 자치단체간의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기흥저수지(총저수량 11,659천톤)를 중점 관리 대상 저수지로 지정 추진될 수 있도록 환경부와 경기도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들은 또한 오산천의 상류 지역인 기흥저수지의 준설공사 없이는 오산천의 수질개선이 어렵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번에 오산천 상류 오염실태 조사와 보고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지상훈 집행위원장은 지역간 공동보조에 대해 “오산은 그동안 오산천을 살리기 위해 TF팀도 꾸리며 많이 노력했는데, 이젠 유역협의체를 꾸려 주변 지자체, 시민단체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국가하천인 오산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10년에 걸쳐 575억원, 오산시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로 오산천의 수질을 개선하는데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오산시가 오산천을 살리고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한 구역만의 노력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하천은 연결되어 있고 상류가 오염되면 하류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천관리가 유역통합의 원칙하에 계획,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원동에 사는 고승배 씨는 “상류지역, 기흥저수지의 수질이 좋지 않으면 오산천은 영원히 맑은 물을 가질 수 없다”면서 “더운 날씨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오산천 상류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대안을 통해 경기남부 자치단체장들을 움직이는 등 변화를 끌어내어 대단하다”고 3개 환경단체 회원 11명의 고생을 격려했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