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빨리 가는 것 보다 여럿이 멀리 가는 행복하고 정의로운 기업, 협동조합’.
오산에서 협동조합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7월 ‘한살림’이 운암 5단지 후문에 매장을 연 데 이어 8월 22일엔 ‘ICOOP(아이쿱)’이 운암 현대아파트 후문 쪽에 매장을 열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후 전국에서 협동조합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오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협동조합의 종류는 생산자, 소비자, 농업, 의료, 신용, 주택, 문화, 법률, 서비스, 사회적 협동조합 등 다양하다.
‘아이쿱’, ‘한살림’은 소비자 협동조합에 해당한다.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공동의 매장을 운영하여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조합이다.
오산 ‘아이쿱’, ‘한살림’을 집중 취재해 보았다.

■ ‘ICOOP(아이쿱)’ 생협

아이쿱 평택오산은 지난해 10월 평택 이사회에서 오산 조합원 160여명과 마을모임 2곳의 요청에 의해 오산점 매장 오픈을 결정했다.
이후 최은실 씨를 오산지역 위원장으로 결정하고,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몇 차례에 걸친 실사와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현재의 위치에 평택오산생협 2호인 오산점을 열게 되었다.
개장 첫날 73명이 조합원으로 신규 가입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은 관심을 나타냈고, 매장 물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10월 말 현재 평택오산 전체적으로 2,452명의 조합원이 있다. 이 가운데 오산 조합원은 약 600여명이다.
오산 아이쿱 매장은 약 73평의 규모이다. 내부 인터리어가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매장 옆에는 카페를 만들어 차와 음료,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생협하면 친환경 농산물만을 주로 떠올리는데 오산 아이쿱은 공산품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한다.
영리가 우선이 아니기 때문에 물품 가격은 서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비싸지 않게 책정했다.
아이쿱 매장에선 조합 가입여부에 상관없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다양한 생협을 경험해 봤다는 황지영 조합원은 “큰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몇 년전부터 생협 물품을 구매해 왔다. 아이쿱 매장이 마트 유기농 매장에 비해 물품도 훨씬 다양하고 가격도 20% 정도 저렴한 것 같다. 아이들이 유기농 물품을 먹으면서 시중의 자극적인 과자 등을 덜 먹는다. 마트에서 대량구매 하면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소량 구매하면서 버리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황 조합원은 또한 “현재 운암단지 마을모임을 이끄는 마을지기를 하고 있다”면서 “물품구매 외에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조합원인 이웃 엄마들과도 교류하는 등 협동조합의 가치가 나와 잘 맞는것 같다. 생협을 알게 되고 조합활동 하면서 세상 보는 눈도 넓어졌다”고 밝혔다.

▲ 아이쿱 매장 내부 모습. ⓒ조백현 기자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조합가입 방법에 대해 “초기 5만원의 출자금을 납입해야 한다. 또한 약 1시간에 걸쳐 아이쿱 생협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5만원의 출자금은 물류센터 건설과 냉장·냉동시설 개선 등 생협 운영과 조합원 서비스 향상에 쓰인다.
조합원은 매장에서 물품을 공급받을 때도 자동적으로 1000원씩 증자 출자하게 된다.
또한 매장이용시 하루 첫 회 이용액에 300원~500원의 출자금이 자동 부과된다.
이밖에도 조합원은 매달 1만원의 조합원비도 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출자금 및 조합비로 조합원들은 안전한 먹거리 및 보다 싼 가격의 물품을 제공받는 등 여러 혜택을 누린다.
신규가입시에 낸 기초출자금과 물품을 공급받을때 마다 내게 되는 공급출자금은 조합원 탈퇴시 반환받을 수 있다.

아이쿱은 무엇보다 식품안전 관리에 특별히 신경쓴다. 생협의 생명은 조합원들의 신뢰이기 때문에 거래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조합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철저히 관리한다.
이를 위해 아이쿱은 체계적이고 엄격한 ‘생산유통인증시스템’을 운영한다.
파종에서부터 수확,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철저히 관리된다. 또한 수입농산물이나 일반농산물이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에 혼입되지 않도록 방지한다. 조합원은 구입한 물품의 유통인증번호로 생산자이력, 재배이력, 필지이력, 유통이력 등을 아이쿱 생협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아이쿱은 또한 안전성, 순환성, 생물다양성(동물복지), 신뢰성, 지속가능성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물품을 평가해 등급을 표시하는 ‘독자인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3번 검사 시스템’을 통해 생산과정, 출하전, 유통과정 각각 1번씩 3번의 검사시스템을 통해 식품의 기준을 높여간다.

농산물 및 축산, 가공품들은 (주)한국친환경유기인증센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분석기관에 의뢰해 총 245성분 이상의 농약잔류 검사와 각종 이화학, 미생물 검사를 실시한다. 아이쿱은 법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검사시스템을 거친 물품을 공급한다.
재배관리의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거나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경우 조합원 공급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짐에 따라 수산물, 채소, 유제품, 가공식품 등 175개 물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다.

무엇보다 아이쿱은 윤리적 소비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오경아 평택오산 아이쿱 이사장은 “아이쿱은 물품을 생산한 노동자, 농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정당하게 물품의 대가를 보상한다. 또한 농약, 화학 첨가물, 항생제, GMO 등 몸과 자연에 해로운 물질들을 배제하며 인간과 지구를 지킨다”면서 “친환경 유기농 생산을 위해 엄격하게 생산물을 관리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 만약 재배 농가 등에서 계약조건과 달리 농약을 사용하든가 하면 계약관계를 파기하는 등의 엄격한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또한 “아이쿱은 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해 책임소비·책임생산을 진행하며 생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한 예로 2010년 배추파동 당시 4억7백4십만원의 가격안정기금을 투입하여 한 포기 당 1만5천원 하던 배추를 1600원대의 평소가격에 팔 수 있었다. 반대로 2011년 배추가격이 폭락했을 때에는 6억6백7십만원의 가격안정기금을 투입하여 생산자에게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보장해 주어 소득안정을 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 아이쿱 매장 전경. ⓒ조백현 기자

아이쿱은 협동조합 사상에서부터 식품안전, 인문학, 리더십 등 폭넓고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한다. 협동조합은 이윤이 우선인 일반 기업과 운영원리가 달라 협동조합을 이해하기 위한 조합원 교육이 중요하다.

아이쿱에서의 의사결정은 출자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조합원 1인 1표이다.
운영에 있어 아이쿱은 모든 정보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조합원간 신뢰를 강화한다.
소식지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물품의 안전성이나 조직의 재정상황에 대해 조합원에게 상세히 알려준다.
오산 아이쿱의 주인은 조합원들이다. 조합원들은 조합원 총회, 이사회, 각종 위원회(물품위원회, 식품안전운동위원회, 홍보편집위원회, 교육문화위원회, 마을모임위원회), 마을 모임을 통해 조합 살림살이를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한다.
이밖에도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의 정기강좌,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방학때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캠프, 알뜰시장 등을 진행한다.

아이쿱은 2010년 친환경 무상급식 서명운동, 어린이집 친환경 급식 확대, 유해식품 첨가물 배제를 위한 운동 등 식품안전성을 사회적으로 높여내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조합원들은 우리밀살리기운동, 논생물다양성살리기운동 등을 펼치고 있고, 자연드림 매장을 통해 우리밀 빵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여 우리밀 소비량을 늘린다.
아이쿱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커피, 카카오, 사탕수수, 올리브유, 후추 등)에 대해서는 공정무역을 통해 조합원 공급을 추진한다.
공정무역을 통해 공정한 가격을 지급함으로써 아동착취에 대해 반대하고 제3세계 생산자의 자립에 기여한다.

최근 아이쿱은 물, 의료, 전력, 철도 등 공공재의 민영화를 막고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이쿱은 또한 지역 아동센터 및 공부방 지원, 푸드뱅크, 북한 및 팔레스타인 어린이 급식, 아이티 및 일본 지진 피해 돕기 등 국내외적으로 나눔과 연대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이쿱은 타국과의 연대에 적극적이며, 2008년 우리나라 생협 최초로 세계협동조합 연대조직 ICA에 가입했다.

현재 아이쿱은 생산자와 조합원의 출자금, 차입금을 바탕으로 충북 괴산과 전남 구례에 친환경 유기식품 클러스터와 생태마을을 조성중이다.
이를 위해 생협 물품의 품질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농촌 지역사회의 발전모델을 제시한다.
물류센터, 가공공장, 식품연구소 등이 클러스트화 되어 생산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며, 조합원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드림투어 등을 통해 아이쿱의 사회적 신뢰와 인지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편 아이쿱의 출발은 1980년대~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시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몇몇 지역에서 작은 생협들이 생겨났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자에게 직거래로 사들여 도시소비자들에게 널리 공급하고자 했다.
그러나 적은 조합원수와 물품으로 적자경영과 도산으로 이어졌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지역 생협들은 사업 효율을 위해 연합을 결성했고, 1998년 당시 6개의 지역생협이 모여 만든 ‘21세기 생협연대’가 오늘날 아이쿱의 모태가 되었다.
아이쿱 가치에 동참한 조합원은 2012년 5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17만 7천여명에 이른다. 전국 73개의 지역생협으로 성장하였다.
2012년 기준 매출액은 3,450억원에, 전국적으로 130여개의 자연드림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일자리도 대거 창출되어 3,000여명의 직원이 고용되어 아이쿱의 이념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 ‘한살림’ 생협

한살림은 1980년대 중반 자원 개발과 경제 성장에 집착하는 산업주의 세계관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면서 생겨났다. 우리나라 생협운동의 모태이다.
당시 생명이 살아있는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과 함께 유기농 쌀과 유정란 등 건강한 먹을거리를 가지고 돈과 상품만 오가는 차가운 시장의 질서를 넘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직거래 운동을 시작했다.

2013년 10월 현재, 전국 21개 지역에 약 39만5천세대 소비자와 100여개 생산자 공동체, 2천세대 농민 생산자가 참여하는 한살림으로 성장했다.

▲ 한살림 매장 전경. ⓒ조백현 기자

한살림은 생태순환 원리에 맞는 농업이 지속되게 하고 소비자가 안전한 먹을거리로 건강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직거래 운동을 한다.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농업과 식량위기, 에너지 고갈과 핵위험 등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살림은 협동조합 설립, 우리밀살리기운동, 흙살림연구소 창립,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창립, 북한동포 등 국내외 이웃 구호 활동, 모심과살림연구소 설립, 도서출판 한살림 설립과 계간지 ‘살림이야기’ 발간, 한살림연합 창립, 안성에 제2물류센터 기공 등의 길을 걸어왔다.

한살림 경기서남부는 지난해 11월 14일 창립총회를 통해 사무실을 개소했다. 사무실에는 실무자 5명과 조합원 활동가 2명, 주문상담가 1명이 근무한다.
지난 7월엔 국민은행 건너편 운암5단지 후문에 한살림 매장을 개설했다.
경기서남부 총 조합원수 9,805세대 중 오산조합원은 947세대이다.
한살림 관계자는 “타 지역은 보통 시민 인구 대비 1%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데, 오산은 20만 인구 중 947세대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어 아직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오산은 젊은 사람이 많고 진보적인 분위기가 강해 조합원 확대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 한살림 매장 내부 모습. ⓒ조백현 기자

한살림 조합원이 되기 위해선 출자금 3만원에 가입비 3천원을 내야 한다.
출자금은 생협의 운영과 직거래 사업에 필요한 건물임대, 차량구입, 매장임대, 물류센터 건립 등 각종 투자금이나 고정자산 구입에 사용된다.
출자금은 조합원이 탈퇴하면 돌려 받는다.

조합원은 농산물 위원회, 식생활위원회 등 4개의 위원회 및 마을모임, 각종 소모임 등을 통해 한살림 운영에 참여한다.

오산 한살림은 조합원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 현재 카드수수료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우리 농업의 몰락을 막기 위한 한·중 FTA 반대 활동을 전개중이기도 하다.

이유섭 한살림 경기서남부 이사장은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계약관계를 유지한다. 친환경 국산 물품만 사용하고 수입품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 식품안전강사를 배출하고 있는데, 민간단체 중 국가 인증 자격을 주는 곳은 한살림 뿐이다”면서 “한살림은 소비자가 현재 무엇을 원하는가 뿐만 아니라 무엇을 원하게 할 것인가 하는 가치 창출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농약, 수입 농산물 보단 유기농, 국산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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