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살림 매장 내부 모습. 협동조합은 협력과 공동체 정신으로 운영된다. ⓒ조백현 기자

이제 5명 이상이 모이면 금융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경제, 사회 분야에서 누구나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2013년 5월 말 현재 1,21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7월 첫 토요일은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됐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운영 및 생존은 주식회사의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협동조합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더라도 결코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적 시스템에서 일상적으로 경쟁을 교육받고 체험해 온 사람들에게 협동의 원리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을 이해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끊임없는 교육과 함께 협동이 왜 좋은지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자각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시장에서 막대한 자본을 조성할 수 있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자금 조달이 주로 특정 조합원들로 제한되어 있어 기업 운영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국회는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조합원과 지역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또한 협동조합이 다수 설립될 경우 금융 감독이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협동조합이 금융 및 보험 관련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법과 제도 등 협동조합에 유리하지 않다. 2012년 7월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협동조합이 다른 법인에 비해 민법, 상법 등 다른 일반법 및 개별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개정되어야 할 법률과 제도가 무려 17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기득권 구조를 갖고 있는 수많은 자본주의 기업들과 경쟁해 효율성을 입증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오래된 외국에서 ‘가짜 협동조합’의 피해가 적지 않았을 정도로 ‘질’에 있어 자격 미달 협동조합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도 예상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일본을 통해 협동조합이 도입된 한국은 그동안 농협법, 수협법 등과 같은 개별 특별법 형태로 법제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과 더불어 한국은 기본법과 개별법이 공존하는 법체계를 갖게 됐다.

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오산00사회적협동조합처럼 이름의 뒤에 사회적협동조합을 붙여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다. 이익이 날 경우 잉여금의 30%를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며, 배당은 하지 않는다.

일반협동조합으로 설립할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할지에 대한 판단은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과 조합원들의 의지에 따라 달려 있다.

동업자들의 이익이 우선이라면 일반협동조합이 적합하고, 사회적·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착한 기업을 꿈꾼다면 사회적협동조합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설립 절차 측면에서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은 4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첫째, 사회적 협동조합은 생산자, 소비자, 기부자, 직원 등 서로 다른 2인 이상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나, 취약 계층 일자리 제공, 지역 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 등 공익사업을 40% 이상 수행해야 한다. 예컨대 10명의 직원을 채용할 때 4명을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 등을 고용해야 한다. 또는 상품을 파는 협동조합의 경우 지역 특산품이나 전통시장 물품을 전체 판매량 중에서 40% 이상 판매해야 하는 식이다.

셋째, 사회적협동조합은 시, 도에 신고하는 일반협동조합보다 더욱 복잡하고 엄격한 설립 인가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얻어야 한다. 또 정관, 총회나 이사회 회의록, 결산 등의 주요 경영자료를 기획재정부나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의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설립 인가 및 요건에 적합한지, 운영 및 회계가 적정한지, 설립 후 관련 사업을 했는지 등에 대한 중앙행정기관의 감독도 받아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서의 다양한 세제상의 인센티브와 감면뿐만 아니라 ‘부과금 면제’, ‘총회 의사록 공증 면제’ 등의 혜택을 받게 되는 반면, 가짜 사회적협동조합의 난립에 대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관계 기관의 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

넷째, 사회적협동조합은 청산 시 조합의 자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국고 등에 귀속해야 한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제45조 3항에 ‘협동조합은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제한적인 금융 사업인 소액대출 및 상호부조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납입 출자금 총액의 한도에서 소액대출과 상호부조를 할 수 있다. 다만, 소액대출은 납입 출자금 총액의 3분의 2를 초과할 수 없다. 소액대출의 범위는 각 협동조합이 정한 정관의 내용에 따르면 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과 다르다.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에 대해 눈여겨 보아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모두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인가 기준과 사회적기업 인증 기준이 사실상 같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은 △5년간 인건비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경영 컨설팅 지원 △창업 자금 지원 △공공기관 우선 구매제도 등의 직·간접 혜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제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으로 5인 이상의 사람이 결의하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협동조합,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협동조합도 기업이기 때문에 운영을 잘못하면 파산하고, 파산하면 혼자가 아니라 참여하는 다수가 피해를 보게 된다.

좋은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첫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공동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둘째, 능력있고 진실된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핵심은 사람이다. 셋째, 협동의 시작과 끝은 ‘교육과 훈련’이다. 넷째, 간략하고 명확한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지나친 돈벌이 중심의 운영은 절대 금물 등이다.

한국의 협동조합 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현재 협동조합에 대한 전국적인 뜨거운 ‘붐’을 통해 수많은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갖가지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과 지혜가 쌓이면서 협동조합은 조금씩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경쟁과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협동과 책임감, 신뢰를 기반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기업과 사회를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로 개조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까?

첫 발을 뗀 협동조합의 실험과 관련 주체들의 고민과 지혜로운 실천이 그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을 내 놓을수 있을 것이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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