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여성에게 인권이 없었던 남성지배역사에서 여성을 소유대상이며 자산 가치로 여겼던 반인권적이고 불평등한 관계가 현재까지 언어로 이어온 남성중심문화의 잔재이다. 소유권은 물건이나 대상을 지배하여 사고 팔수 있는 권리이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존재라면 서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특성을 존중하며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돕는 관계가 되어야지 하지 않을까?

「내 남자」에 이어 「완전정복」, 정복이라니! 정복의 사전적 의미는 ‘교전당사자의 일방이 적국의 전영토를 병력으로써 완전히 점령하고, 적국 또는 그 동맹국에 의한 저항을 완전히 분쇄하는 일.’이라는 무시무시한 뜻이다.

또한 정복에는 남성이 주도적으로 상대여성과 첫 성적관계를 맺은 후 그것을 표현할 때 쓰기도 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상적으로 수험서의 명칭으로 쓰이는 용어를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할 때 쓰는 것은 적합지 않을 뿐 아니라 무척 폭력적이기 까지 한 것이다.

주요시청대상인 기혼여성들에게 남편을 독점적으로 소유할 권리를 주기 위해 저런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나 여성을 지배와 소유의 대상으로 간주했던 사회적 소산을 남성에게도 적용하는 하향평준화는 우리가 바라는 평등이 아니다.
제목도 제목이려니와 내용은 더 점입가경이다.

“오래 살아도 남편의 속마음을 모르겠다.” 면서 남성들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보다 먼저 한 여성들의 인터뷰에는 여성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남성중심성, 가부장적사회가 남성에게 부여한 과도한 책임감, 아내는 모르게 하는 가정 밖에서 누리는 세계 등, 수평적이지 않은 여남 관계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답답함의 토로였다.

그런데 설문항목은 인터뷰한 여성들의 의견과는 다르게 ⓛ남자가 용서할 수 없는 여자의 행동은? ②남자들이 좋아하는 치마 길이는? ③예쁜 여자들을 보고 남자들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시간은? 등의 촛점을 벗어난 쌩뚱맞은 질문들 뿐 이었다. 정답이 각각 트림, 무릎 위, 3초이다. 도대체 저 질문 어디에 여성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항목이 있단 말인가?

남성은 아무데서나 트림해도 용서가 되고 여성은 조용히 처리하거나 참아야 한다는 말인가? 생리적 현상에 대한 것도 이러니 다른 것은 말해 무엇 하랴 만은 더 심각한 것은 설문을 진행한 전현무 아나운서의 말이다. “보일락 말락 한 여성의 치마길이(무릎 위)는 매력적이지만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는 싸 보인다!”라니. 여성이 무슨 값이 매겨지는 물건인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방송에서 공감을 얻어내려고 저런 말을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하다니 아나운서 자질이 의심스럽다.

언어는 소속집단의 사회문화적 상징이며, 집단소속원의 의식적, 무의식적 사고체계의 반영이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공감을 만든다는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변화하는 여성의 의식을 반영하여 보다 진보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위한 역할을 하지는 못할망정 여성에게 이름 하여 남성성(이것도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남성의 모습이라고 봄)을 따라 해야 남성과 공감을 이룰 수 있다는 뉘앙스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적이라는 전통적 고정관념을 재각인 시키고 여성의 몸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언어의 사용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진정 모든 성에게 행복한 사회이길 희망한다면 말이다.

객원필진 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