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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헌 박사의 디자인 플러스>
제3화 " 공공영역의 디자인 접근"
"공공영역에 있어 정책 결정권자들의
디자인 안목이나 인식 부족"
남주헌 디자인학 박사
사)한국디자인정책개발 원장
전)신성대학교 디자인계열 교
정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난립된 간판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간판을 비롯한 우리의 각종 옥외광고물들은 매우 후진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영역에서의 디자인의 접근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과거 우리는 군사정권에 의한 계획경제를 통해 압축적 경제 성장 과정을 밟아왔다.
그 까닭에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편협하며 그것을 단순히 상업적 가치창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반드시 적용해야만 할 사회, 문화, 종교, 교육, 정치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통한 디자인의 가치를 외면하고 이를 도외시하거나 등한시하는 자세를 취해 왔다.
그동안 공공영역에서는 공간과 시설 그리고 설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양적 확충하는 데만 주안점을 두고 추진해왔다. 상대적으로 시민 중심의 편익성과 편의 그리고 사용의 용이성, 심미성 등등 삶의 질을 높이는 선진화된 공공디자인의 활용은 등한시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도시를 걷다보면 앉아서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보행자 중심의 기능이 무시된 서울의 길거리는 매우 불안하고 불편한 것을 느끼기 된다.
한 때 서울시내에서 외국인이 사용 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10분 안에 세 곳을 발견 한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외국 신문에서 꼬집은 기사도 있었다. 요즘 개방 화장실을 늘리기도 하고 공중 화장실을 정비해가고 있다고는 하나, 도심 에서 쉽게 이용 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기는 어렵다.
불편한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 회장실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나마도 개찰구 안에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외국인이 보는 서울의 간판은 매우 공격적이라고 표현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청계천 개발 당시 청계천과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종로 주변의 간판을 일제 정비해 거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바 있다.
서울시에서 일괄로 비용을 부담해 바꿨지만 획일적인 간판이 오히려 개성을 잃게 했다는 측면도 있고 시민의 공감대와 협조가 뒤따르지 못해 요즘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 간판들도 보인다.
서울시가 디자인 수도를 내세우고 공공 디자인을 강화하면서 우선적으로 간판을 정비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간판이 커야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일본의 간판을 보면 크기도 작고 글씨도 작지만 먼저 색채디자인이 잘 이루어져 있다. 적절한 위치에서 작더라도 기능을 잘 할 수 있도록 설치돼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유목성이다. 일본 사람들은 크기가 아니라 색채라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는 디자인의 발전이 주로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디자인 영역에 치우쳐 왔다. 때문에 공공영역의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저조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는 시민들이 디자인 개념이 전무하다.
대기업 중심의 디자인은 세계적 반열에 올라섰지만 거리 환경 시설물 등 정부가 관할하는 ‘공공 디자인’ 분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공영역에 있어 정책 결정권자들의 디자인 안목이나 인식 부족 그리고 환경 친화와 인간중심의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 합의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공공영역에서 디자인의 현 주소는 전근대, 근대, 현대가 공존하는 환경이나 문화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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