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달인 - 이필운 전 안양시장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소속된 도시처럼 보였던 안양시는 지난 2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 해왔다. 서울과 붙어 있어 서울의 변방 도시쯤으로 여겨졌던 안양시가 나름의 문화와 도시발전의 기틀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민선 제 4기 이필운 전 안양시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재선의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6·2지방선거당시 민주당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는 점을 가만하면 1만여 표의 차이는 이필운 전 안양시장이 재임기간 도시행정을 아주 잘 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필운 전 안양시장을 만난 것은 지난 10월 27일 목요일 안양의 한 자선 카페에서 이었다. 전임 시장이라기보다는 친근한 이웃 주민처럼 소박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의 모습은 인터뷰를 위해 나온 것이 아니고 마치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밝아 보였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이 전 시장에게 게일 처음 물어본 질문은‘낙선소감’이었다. 시장선거에 낙선한 사람에게 조금 이른 질문이겠지만 낙선은 엄연한 현실이기에 먼저 물어보는 것이 낳겠다는 생각에서 이었다.

‘낙선소감’에 대해 이 전 시장은“우선 가슴이 아프죠! 제가 주변에 계시는 분들에게 가슴 아픈 일을 해드린 것 같아 참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고민 한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저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지라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분들에 대한 기대에 제가 못 미쳤다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낙선의 상처가 조금 아물어 지고 있을 때, 낙선은 또 다른 출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다는 것처럼 낙선을 통해 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는 위안을 삼으면서 지금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 이 전 시장은“지고 나서 할 말은 아니지만 선거준비를 상대 후보보다 꼼꼼하게 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부끄러운 점도 많았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습니다.”며 다음을 기대하는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안양시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 전 시장은 교육을 제일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재임 중에 자신이 공을 들였던‘안양시 교육발전 5개년 계획’중‘인재육성재단’발전 방안을 현 최대호 안양시장이 가시화 시키고 있는 것이“참 다행스럽다”는 표현을 하며“안양시가 지방자치 20년을 바탕으로 중앙의 거대 문화로부터 독립해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설명했다.

낙선의 상처가 조금 아물어 지고 있을 때,
낙선은 또 다른 출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다는 것처럼 낙선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계기

이 전 시장은 교육론은 한마디로‘존중하는 교육론’이다. 이 전시장은“교육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합니다. 교육의 미래를 위해 현재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되고 있습니다, 실례를 하나 든다면 어느 사회 던지 권위가 존중 되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교육은 오류를 범하기 쉽고, 지나치게 학생의 인권만 강조하다보면 교권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교권만 지나치게 내세우면 또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것들, 상충되는 듯 하지만 서로 간에 맞물려 필요한 것들에 대한 우선순위와 질서가 필요합니다. 질서가 무너지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의 권위가 무너지는 모습들이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방향이 잘못되고 있다는 모습입니다”며 최근 교육계가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만 일방독주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또 이 전 시장은 근 몇 년동안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교육투자의 우선순위가 무상급식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있다는 뜻을 솔직하게 말했다. 이 전 시장은“2년 전 무상급식에 대해 학부모들과 만나 이야기해보았을 때 각 학년별로 의견이 달랐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당시 학부모님들을 만났을 때, 초등생 부모님들은 무상급식에 찬성했지만 고등학생 부모들은 교육의 질적 투자를 선호했습니다.”며, 과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무상급식에 대한 결정은 좀 더 진중했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 시장이 교육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자율의사와 창의적 감성교육이었다. 이 전 시장은“아이들이 혼자 결정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20살이 넘어 군대에 가서도 부모에게 전화하거나, 결혼, 이사 등 혼자 결정하는 부분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이 부족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율과 창의적 감성을 키워내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판단됩니다.”며 자신의 교육철학을 소개했다.

이필운 전 안양시장의 교육에 대한 소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재임시절 안양시 평생학습교육도 지나치게 전시행정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평생학습도시는 교육과학부 산하‘평생학습 진흥원’에서 신청 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그 방향은 “평생학습이라는 개념과 평생학습도시들의 자체 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전시성에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평생학습센터들이 평생학습 이라는 장기적 방향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네트워크가 되어야 하는 데 대부분 미진하고, 대신 교육을 몇 번 받았는지 등, 참석 인원 등에만 관심을 가지고, 진정한 의미의 평생학습에 대한 고민과 역할 분담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은“평생학습은 종합적인 플랜을 세워서 계획에 의해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많이 미진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시장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최근 근황에도 보이고 있다. 시장직에서 물러난 이 전시장은 현재 수원의 모 대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정 및 정치 경험이 교육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강의에 나서게 됐다는 이 전 시장은“아직 생각만큼 성과가 없어 제 자신에게 불만이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곳의 교육 내용은 현실과 조금 다르고, 학부 학생들의 현장 경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합니다. 결국 이론과 현장과의 괴리 등이 존재합니다. 이것을 저도 극복하고 학생들도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며 현실적으로 취업에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좀 더 과감해지고 앞장서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도전해야 합니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창조하는 선각자가 누군 인가는 되어야

또 이 전 시장은“요즘 학생들은 취업에 관심이 제일 많습니다. 그만큼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이 지금의 세상입니다. 취업을 위해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가보기에 요즘 학생들이 학력철폐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사회적으로 학력철폐에 대한 바람이 일고 있지만 이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학력을 없앤 다는 것은 우리 문화적 전통 속에서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젊은 세대가 좀 더 과감해지고 앞장서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도전해야 합니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창조하는 선각자가 누군 인가는 되어야 합니다. 바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이것을 해야 합니다”며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또 사회적으로는“고졸이 됐건, 대졸이 됐건 능력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가 능력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이 이를 유도해야 합니다”라며 학력철폐를 위한 동력과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이필운 전 안양시장의 공직 이력을 보면 그가 왜 이렇게 교육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이 전 시장은 공직으로 시작해서 공직으로 사회생활을 마감했다고 볼 수 있다. 공직경험만 29년 8개월째라는 그의 이력은 처음 충청남도 법무담당관으로 시작해, 여주 군수(임명직)를 거쳐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안양 부시장, 시장에 이르기 까지 공직에 29년 8개월 동안 몸을 담으면서 그가 공직자로써 경험한 한국의 발전과 교육의 상관관계를 스스로 배우고 채득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전 시장은 한국의 발전사에 있어 지방자치 이전의 목민관 그리고 이후의 목민관 까지 두루 거치면서 그는‘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많은 외국들이 한국의 교육열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원 빈국인 우리가 이 만큼 성장하는 데 교육이 밑바탕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전 시장은 이제 그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존중하는 교육이 바탕이 돼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시장 재선에 실패했지만 이 전 시장은 여전히 안양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 듯 했다. 그는“제가 볼 때는 나라도 마찬가지고 도시도 마찬 가지입니다. 사람을, 좋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예를 들면 이외수 같은 분이 춘천에 계시는 것만으로 인해 그 지역이 눈에 보이지 않게 브랜드 파워가 커졌습니다. 그런 인재나 인물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계획한 안양시 인재육성재단은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능력을 개발 못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성공한 박지성 선수나 김연아 선수를 말하지만 안양시에서는 능력 있는, 성공의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을 발굴해 그런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좀 더 활성화 된다면 안양시의 장래는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훌륭한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며 밝은 미래가 보일 것입니다”고 말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여주군수를 지내기도 하고, 스스로 시장직에 도전해 성공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한 그는 안양시의 새로운‘멘토’가 되어가고 있음을 짧은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안양시 민선4기를 이끌어 오면서 교육을 강조했던 그의 철학이 안양시 발전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가에 대한 문제는 시간이 좀 더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 안양시의 멘토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도 있는 이필운 전 시장의 배움과 교육의 철학은 많은 정치지도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전경만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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