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연소 시의원, 여기에 여성 이라는 단어가 붙는 사람이 오산시의회 김지혜 의원(만 29세)이다. 김 의원은 최근 오산시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장애인 성추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김 의원이 장애인 성추행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은 지난 6월 말 이었다. 본지가 오산지체장애인협회 내에서 발생한 장애우 성추행 문제를 취재하고자 했으나 지체장애인들의 뿌리 깊은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비밀스러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김 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했다.

김 의원은 제일먼저 오산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들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함께 찾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때로는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3년간의 시의원 활동을 통해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특히 시장이 민주당이고, 자신이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보고누락은 다반사처럼 벌어지는 일이었다. 이번 사건도 공무원의 보고는 받을 수 없었다. 답답한 김 의원은 직접 오산지체장애인협회를 찾아가 자신을 소개하고 자초지정을 묻기 시작했으나 좀처럼 장애인들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몇 번의 고생 끝에 지체장애인 협회에서 행정사무를 보고 있는 직원과 말을 섞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말을 붙일 수는 있어도 지제장애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정황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의 남동생을 겨우 소개 받을 수 있었지만 사건의 정황이외에는 들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오산지체장애인협회 소속 회원들이 명예회장의 성추행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듣고 김 의원은 장애인 인권센터를 찾아 이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하고자 했다.

다행히 장애인 인권센터의 사무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 흔쾌하게 동의를 했다. 덕분에 문제해결의 속도는 빨라졌다. 장애인 인권센터의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성추행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지체장애인 성추행문제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오산시의 직무유기에 대해 설명했다.

A사무국장은 “정황상 오산시청에서 이 건에 대해 벌써 오래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쉬쉬하고 상부에 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듯 했다. 시는 장애인의 어려움을 도와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 시 당국에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산 시의원, 공무원, 장애인 인권연대가 힘을 합쳐 진상조사위를 꾸려 나갈 것이다”며 강경한 발언을 했다.

이에 김 의원도 “저에게도 장애인 동생이 있다. 장애인의 성추행이 몇 년 전부터 있었다는 말을 전임 회장으로부터 들었다. 어떻게 그 오랜 시간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충격적이다. 지금 이라도 사건의 전말을 똑바로 알려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또 김 의원은 “오산에서 시의원으로 활동하다보면 상식 밖의 일을 경험하게 된다.”며 오산시 내에서 발생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오산은 민선4기 시절 “푸른 활력 오산”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었으나 새 시장이 당선되고 나서 이것을 “프래쉬 에너지 오산”으로 바꾸었으며, 어느 순간에는 “교육도시 오산”으로 바뀌었다. 이것을 바꾸는데 시 예산 8,000만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김 의원은 “다음번 선거에서 누가 나오든 당적을 떠나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 시장을 뽑겠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슬로건을 교체하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이런 저돌적인 성격은 곽상욱 오산 시장과 종종 부딪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곽 시장의 골프장 생일파티와 관련, 시장이 휴가를 내고, 관용차를 이용해 전남 담양에서 오산시 생활체육관계자들과 어울린 것에 대해 국민권익위로부터 권고를 이끌어 낸 것도 김 의원의 저돌적인 성격이 한 몫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장애인 성추행 문제를 대하는 김 의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의 정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경찰에 대한 직접적인 고소도 필요하다면 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의원은 “오산 동부경찰서가 이미 정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피의자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피의자의 부모가 고령이기에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경찰만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는 친고죄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다. 성추행을 한 사람은 즉시 구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이런 분노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오산 지체장애인협회의 임원들이 이미 피해자자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다. 피의자로 알려진 장애우는 “정신장애가 있으며, 어머니는 정황판단이 어려운 고령자이기에 합의가 있을 수 없으며, 성추행당사자는 즉시 구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말이다.

김 의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대안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오산지체장애인협회장의 선출이 지체장애인들의 투표에 의해서가 아니고 중앙에서의 임명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비리들을 감출 수가 있다. 오산지체장애인협회의 협회장이 앞으로 오산지체장애인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될 때까지 협회에 지원하는 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비민주적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시는 어디에도 없다”라며 나름의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상당히 어려웠던 인터뷰의 말미에 김 의원은 “시의원이라는 것이 사실 힘이 별로 없다. 그래도 시민들이 주시는 세비를 받아쓰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문제해결을 해보고 싶다.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조금이라도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정치를 시작했다.”며 거꾸로 우리에게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뛰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오산시에서 발생한 장애인 성추행 사건은 김 의원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이런 비리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느긋한 오산시 공무원들과 지방 경찰들을 닦달하는 대한민국 최연소 시의원의 행보는 충분히 주목 받을 만 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전경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