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의 정치는 시끄럽다. 옆집 밥숟가락까지 모두 알만큼 가까우면 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산시 정가는 늘 화두가 되어왔다. 서울의 초미니 모델 이라는 오산시의 평균나이는 33세의 젊은 도시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이 도시의 수장이 되어보겠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당찬 사람들 중 한 명을 경기리포트가 인터뷰해 오산시 정가의 일면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박정민 기자

1. 정치입문의 계기는?

정치에 늘 관심은 있었지만 관심이 있다고 해서 다 정치인이 되지는 않는다. 나도 경제인이자 주부로서의 삶 때문에 정치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뛰어들지는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안민석 국회의원이 4년 동안 꾸준히 나에게 정치할 것을 권유했다. 그 때 나는 ‘Be Smart’라는 영어교육회사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었는데. 안 의원은 나에게 사업보다 지도자가 어울린다며 시장 공천을 약속하며 정치입문을 권유했다. 처음엔 전혀 생각이 없었으나 좋은 정치로 인도해 주겠다는 말에 신뢰감을 느껴 안 의원과 정치를 함께 하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다.

2. 시의원 생활을 마감하며 느끼는 소회는?

나는 대학졸업 후 두 개의 석사학위와 한 개의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일하면서 공부하다 돈이 없어 등록금을 못내면 1년 휴학을 하고 다시 돈을 벌어 학교를 다니는 식이었다.

대학졸업 후 저녁에는 아이들 영어 가르치는 일을 40세까지 했다. 15년 동안 나에게 한가한 휴일이나 저녁시간이란 없었다. 40세가 되어 과외를 그만 두었을 때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른다. 박사학위를 받는 데는 11년이 걸렸다. 11년 동안 발 뻗고 잔 적이 없고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사나”하고 스스로 자문한 적도 많았다. 어렵게 사업을 하고 공부도 해 본 후 시의원이 됐다. 그러나 시의원이라는 직업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시 의원은 제대로 하려고 하면 무척 바쁘고 힘들며 적당히 하려고 하면 너무 편안하다.

나는 욕을 먹더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의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돌이켜 보더라도 별 후회는 없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시의원이다. 세금의 무게를 알고 있기에 예산심사를 할 때나 발언을 할 때, 늘 시민의 입장에 서야 한다는 다짐을 매일 반복했다.

일을 소신껏 많이 할수록 욕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욕먹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나에 대한 기사나 칼럼에 수많은 악플이 달리고 때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신문기사들도 많이 나왔지만 일하는 것만큼 들어야 하는 잔소리라고 생각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욕 안 먹는 세상에 사는 댓가 정도라고 생각했다.

오산시가 혁신교육의 대표 브랜드로 자랑하는 전국에 유일한 학부모 스터디, 도시의 모든 곳을 교육으로 승화시키는 ‘시민참여학교’, ‘미군장병영어회화’는 내가 제안해 공무원들과 함께 만들어 갔다. 의원이 되기 전에 이미 영어교육회사의 대표로서 전국에 학부모스터디를 구축한 경험으로 정책을 입안했고, 모든 것을 삶과 공부의 주제로 삼는 통합교육이 내 교육철학의 근간이다. 나는 ‘시민참여학교’로 이를 구체화 한 것이다.

미군장병영어회화는 구상부터 실행에 옮기기까지 직접 참여해 미군들 오리엔테이션까지 해가며 만들어 낸 프로그램이다. 출산보육의 도시에 걸맞은 태교음악회 역시 내가 처음 제안해 300만원의 예산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노인일자리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노인인구를 활용한 도심농업을 제안한 것도 의원으로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서랑동 문화마을은 오산시의 갈 방향을 고민해 시정질문을 통해 물꼬를 트게 되었다.

나의 의정활동은 늘 현장 중심이었다. 현장에 답이 있음을 가슴으로 느낀다. 나는 새마을 부녀회와 김장을 함께하고 통장님들과 고구마를 함께 캐며, 시민들과 공연을 함께 보는 의원이다. 시민들과 함께 할 때마다 수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제안할 것인지 늘 대안이 떠오른다. 동고동락의 정치가 지방정치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3. 오산시의 발전방향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돈을 버는 방법에는 뭔가를 만들어 파는 방법과 찾아오게 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오산은 뭔가 팔 것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관광산업이 중요하다.

면적이 좁고 인구도 적으며 자원도 없는 오산은 수원이나 화성같은 대도시사이에 끼어 무엇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 지자체도 주어진 예산안에서 예산을 쓴다는 생각을 벗어나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문화컨텐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산은 사람과 머리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시민의식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명품도시라 생각한다. 유럽의 통합도 교양시민사회가 이룬 것이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도시, 교육열이 높은 도시는 시민의식이 높은 주민들이 만들어낸다. 문화가 살아 숨쉬고 그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시민들이 많이 생기도록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산은 수도권에 인접한 도시로서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아날로그적 삶을 지향하는 도시로 특화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삼남길로 통하는 서랑동, 지곶동과 더불어 옛날이 그대로 살아있는 부산동 등을 문화벨트로 엮자는 기치아래 먼저 서랑동 문화마을을 주창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에 공무원은 투자를 유치하고 주민들은 협의체를 이루어 올해 썰매장을 개장하는 일부터 물꼬를 트게 된 것도 보람이다.

현재 오산은 90% 이상의 외지인들이 살고 있다. 토착민 뿐 아니라 갖가지 좋은 의견을 가진 시민들로 구성된 오피니언 그룹을 만들어 늘 소통해야 한다. 서울대 병원을 유치하겠다, 환승센터를 만들겠다는 큰 공약도 필요하겠지만 패인 도로를 바로바로 보수하고 불편한 신호등 체계를 재빠르게 고치며 지저분한 궐동을 깨끗하게 만들어 범죄를 줄이는 행정 시스템 구축 등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수요소이다. 결국 모든 것들을 공무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무원들이 몸을 사린다거나 주눅이 드는 환경 속에 일하지 않도록 말이다. 공무원의 긍정적 의식개혁 없이 오산시의 발전은 없다고 본다.

4. 외국어에 탁월하다고 들었다. 비결은?

나는 외국에 언어연수를 다녀온 적이 없는데 영어를 하고, 인도네시아어로 대통령통역을 했다. 외국어는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한 것뿐이다. 공부도 거창하게 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다가 모르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다.

TV를 보거나 남들의 강연을 들을 때, 나는 그 말을 외국어로 생각하며 듣는다. 그러다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을 찾아보는 식이다. 영어를 할 때 “화상영어가 좋다, 전화영어가 좋다, 무슨 무슨 책이 좋다.” 라는 것은 내가 모두 경험한 결과 실력향상과 별로 관계가 없다.

외국어에 대한 실력은 지금까지의 경험상 내가 모르는 것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즉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생기지 외국인에게 배우고 좋다는 책을 본다고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떤 강의를 들어도 필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집에 가서 절대 그 노트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강의를 들을 때는 키워드만 적어 와서 궁금하면 찾아본다. 그 외의 것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꾸준함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나는 전화영어를 6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바빠서 전화를 매일 받지 못하지만 일주일에 10분씩 3번만 받아도 30분이 되고 한 달 이면 두 시간이 된다. 1년이면 24시간이니 하루를 꼬박 영어로 얘기한 것이 된다. 이렇게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은 당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한 세상 이치라고 본다.

외국어를 할 때는 문법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외국인들에게 어쩌면 남의 나라말을 저렇게 예쁘게 하느냐는 말은 들어봤어도 나의 문법적 오류나 발음을 비웃는 외국인들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말의 내용을 듣는 것이다. 나는 시민 앞에 겸손하고 외국어 앞에 ‘거만하자’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비결이라면 그것이 비결일 것이다.

5. 정치를 함께 하고픈 이가 있다면?

인간은 어차피 문화와 예술로 귀결된다. 문화와 예술이 있는 종족만 살아남았다. 인류에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 가치를 이해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공연장에 와서 인사말만 하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같이 앉아 공연을 감상하고,, 전시장에 왔다면 진지하게 전시를 관람하고 작가에게도 형식이 아닌 관심을 가지는 그런 정치인이 있다면 말이다. 최소한 그런 정치인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성찰과 이해도 깊을 것이다.

6. 오산 시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한 마디로 아쉬움이 많다.

시는 책임을 맡은 이들이 본질적인 일에 충실 할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문화원은 문화에 관한 일이 이슈가 되어야 하고,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가 이슈가 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집행부의 정치색깔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작은 실책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행정을 다잡고 의원들의 시정질문이나 정책대안제시에 귀를 기울여야 시가 발전한다고 본다. 오산시는 그 때뿐이다.

7.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계획은?

나는 올해 51세가 되었다. 오산에서 태어나 지금껏 오산에 살고 있는 오산시민이며 누구보다 오산을 사랑한다. 명품도시 오산을 만들기 위해 시장에 출마하려 한다. 시민의 돈이 내 돈처럼 여겨지고 시민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느껴지는 공감능력, 시정에 관한 샘솟는 아이디어를 좋은 도시 만드는데 활용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이제 오산에서 종식되어지길 바란다. 지금까지 승자독식의 정치가 오산에서 매번 벌어졌다. 최근 2~3년 사이에도 승자독식과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과의 정쟁으로 시가 시끄러웠다. 승자독식의 정치보다는 다함께 어울려, 틀린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정치를 오산에서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