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쌀 브랜드는 저마다 틀려
동일 품질을 보장 할 수 있는 통합브랜드 만들어야 한다.

한국 쌀의 미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하기는 어렵지만 쌀시장이 개방화 된다고 해서 겁먹을 정도는 아니다. 고품질 쌀로의 체질전환을 마쳐가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쌀의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쌀을 대신한 대체먹거리가 더 늘어가고 있는 것이 쌀개방화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앞서 수입되는 쌀의 종류와 국가에 대해서는 언급했듯이 일본과 미국을 제외하면 크게 위협이 될 것이 없다. 전 세계 쌀 유통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인디카 계열의 쌀 수입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동남아인들의 먹거리 수요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본다.

문제는 어떻게 수출할 것인가의 문제다. 또 수출에 앞서 우리나라 쌀의 체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도 문제가 되고 있으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쌀은 정치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물이다. 그동안 쌀의 유통은정치적 이슈에 따라 소비형태가 바뀌기도 했다. 쌀이 남아도는 경우 단체장들이 나서서 쌀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또 지방자치단체마다 자신들의 지역에 맞는 브랜드 쌀을 개발해 팔면서 이 부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 지금 경기도에만 25개 이상의 브랜드 쌀들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미중 브랜드 쌀로 유명한 것들을 보면 ‘임금님표 이천 쌀, 여주 대왕님표 쌀, 평택 슈퍼오닝, 수원 효원의 쌀, 화성 햇살드리, 김포 금쌀’ 등 모두 경기도에서 생산됐지만 각기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한 전문가는 쌀 브랜드 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문제이지만 정치적 문제와 지역이기주로 인해 브랜드 통합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상태라고 한다.

쌀의 브랜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통합이 되어야만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원 ‘효원의 쌀’과 화성의 ‘햇살드리’, 오산의 ‘세마쌀’은 사실상 모두 화성지역세 생산되는 쌀들이다. 일부 용인과 평택에서 생산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화성에서 생산된 쌀들이다.

화성에서 생산됐지만 조합원이 어느 지역농협에 소속되었느냐에 따라 쌀의 이름만 바뀔 뿐이다. 이미 농지가 사라지다시피한 수원과 오산에서 자체 생산되는 쌀의 극히 미량에 불과하고 농지가 남아 있는 화성에서 생산되는 쌀들은 연합 RPC또는 개별 RPC를 통해 가공 된다.

결국 화성에서 생산된 쌀들은 지역 농협 RPC의 시설 수준에 따라 벼에서 쌀로 가공되는 과정이 달라 품질에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오산농협에서 출하되는 ‘세마쌀’의 경우 RPC의 용적률 부족으로 벼의 보관상 문제가 발생해 좋은 등급의 쌀을 지속적으로 생산`유지하기가 어렵다.

또 비봉, 수원, 정남, 발안 등지의 농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수라청 RPC는 연합 RPC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벼의 수매가 시작되면 어느 지역에서 벼를 가지고 오던 한 창고에 싸이게 된다. 그리고 벼에서 쌀로 가공되면서 생산되는 쌀은 어느 지역의 누가 재배했는지는 사라지게 되고 어느 농협의 누구냐에 따라 쌀의 브랜드 명이 갈리게 된다.

쌀의 포장지만 보면 각 쌀들마다 품질이 다르다고 되어 있지만 이것은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거짓말이다.

경기미라고는 하지만 지역농협의 RPC 시설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나는 이 밥맛은 소비자에게 불신만을 강조할 뿐이다, 또 수출을 함에 있어서도 경기미가 아닌 지역브랜드를 가지고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수출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한해 약 50만톤의 쌀들이 동일 품질과 브랜드를 가지고 쌀 수출에 대비하는 것과 각기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대비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난다. 동일브랜드를 사용할 경우 포장지에 대한 원가 절감과 시설 좋은 RPC 시설의 공유와 품질관리를 통해 ‘경기미’를 부산에서 사던 아니면 서울에서 사던 같은 품질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수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사실들에 대해 지역 단체장들이 굳이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브랜드 통합에 나섰다가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까 두려워서 이다. ‘임금님표 이천쌀’ 이라는 브랜드를 완성시키기 위해 지역 공무원들과 단체장들의 노력 그리고 그동안 사용된 예산만을 보면 쉽게 브랜드 통합에 찬성하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브랜드통합을 통한 동일 품질의 쌀이 생산되지 못하면 우리의 쌀 수출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칼로스’는 지역에서 생산되었지만 다른 이름을 붙여 유통경로를 복잡하게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칼로스의 품질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반대로 대한민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경기미를 대표할 브랜드는 어디에도 없다. 경기미 하면 떠오르는 쌀이 적어도 20여 가지가 넘는다. 브랜드 통합과 동일 품질의 보장은 향후 쌀 수출에 대비해 우리 농가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문제다.

저녁이면 다 같이 모여 밥을 먹는 시간보다 치킨이나 쌀을 사용하지 않은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문화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쌀의 소비는 갈수록 줄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영농의 규모화는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쌀의 생산량 감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는 쌀의 소비를 위해 수출 또는 수입은 활로의 한 방법이다.

쌀 수출을 위해 지금 우리가 더 단단히 준비하지 못한다면 저가 쌀시장을 수입쌀에 내어주고 고품질 쌀조차 남아도는 운명을 맞아 다 함께 죽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함께 살기 위해 쌀 수출에 대한 꼼꼼한 준비를 하는 것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