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비가 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시험문제가 유출되다니 별꼴이다. 불합격되는 학생들의 수는 늘어났다.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을 터 자식을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당사자라면 피눈물이 흘렀을 것이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해당학교, 교육청, 학원, 아니면 학부모 그래도 아니면 학생들.....
어찌하리, 어쩌란 말인가 난감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열심히 학원 다니고, 학교가고, 공부한 것 밖에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1980년에 쓰여 진, 이 작품을 소개 한다.
출판금지와 공연 금지된 그녀의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를 비난고 상처를 내며 피를 흘리게 만든다.
내용은 이렇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잘 못 본 4명의 학생들이 시험 점수를 고치기 위해 엘레나 세르게예브나 선생님 집을 찾아 간다는 너무나 간단한 구조다.
시험 점수를 고치기 위해 열쇠를 달라고 하는 학생들과 맞서 열쇠를 넘겨주지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으면서 학생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고 하는 한 수학선생님의 이야기다.
당시의 러시아 사람들은 퇴락해가는 구시대와 무섭게 부각되는 새로운 가치관을 갖은 , 새로운 시대 사이에서 진공상태를 겪게 된다. 구시대가 지키고자 했던 선과 정의 휴머니즘은 새로운 힘의 논리 앞에서 모두 위선과 거짓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대들은 우리들만의 생존본능을 가지고 이 지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외친다. 사회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할 수 없는 예민한 부분을 연극적 언어로 치환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희곡에서 장면은 나눠지지 않으며, 장소도 선생님 집에서 바뀌지 않으며 1막과 2막 사이의 시간에 흐름은 단 몇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선생과 학생은 1막 중반부터, 다른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확실히 인식하며 2막에서는 완전히 고립된 두개의 세계 안에서 서로에게 예리한 상처를 낸다.
선생님에게 열쇠를 받아내기 위하여 잔인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선생님은 열쇠를 던지고 무대에서 퇴장하며 막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어떠한 타협도 존재하지 않는 침묵과 불신, 배신의 시간이 흘러간다. 실용주의와 자본을 멸시하는 구시대의 사고가 충돌하고 자만심과 높은 도덕적 이상이 맞붙이 치며 도덕적 무책임과 양심이 강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 난 내 일을 사랑해. 학교에 내 모든 인생이 있거든
학 생 : (웃으며) 자기 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죠, 하지만 일이 나를 사랑하게 하는 것도 괜찮죠, 세대가 바뀔수록 뭐든 발전되어 가야만 해요, 그게 바로 진보의 법칙이죠, 그런데 단지 수학점수 하나 모자라서,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요?
선생님 : 여러분은 정말 두렵지 않은 거야? 내가 내일 학교에서 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할 텐데.
학 생 : 선생님은 이야기 하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 : 왜?
학 생 : 왜냐하면, 열쇠를 주실 거니까요.
선생님 : 만약에 안준다면?
학 생 : 우리가 선생님을 설복시킬 거예요
선생님 : 확신해?
학 생 : 아니면 강제로 빼앗을 겁니다.
선생님 : (분노를 겨우 참으며) 지금 당장 여기서 모두 나가! 너희들은 도덕적으로 정신지체 아이들이구나, 다른 시대, 또 다른 시대가 와도 언제나 사람들은 있었고, 비열한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진정한 가치와 이상을 가진 사람들, 이렇게 두 부류가 있어왔다.
앞으로도 그렇고.
학 생 : 60년대 분들요? 어디들 계시죠?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없다 구요! 없어요!
선생님 : 보통 사람들 정직하고 올바르고 선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남아 있어.
학 생 : 선생님 열쇠는 그대로 있어요! 듣고 계세요? 애들이 열쇠를 두고 갔다 구요! 선생님 열쇠를 안가지고 갔다 구요!(선생님은 대답이 없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갈등을 빌어 사회의 만연한 부조리에 대한 비판 작품이다.
작금의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열쇠는 누가 가지고 있는가? 어른들이다. 선생님은 사라졌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도덕 불감증이 빗어낸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진 것이다. 이 사회가 어디로 갈지? 미래가 있을지? 아이들의 상처는 누가 어루만져 주겠는가? 빠른 시대변화 속에 존재의 의미가 한쪽으로 경도되어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논설위원 김 성 열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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