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창조>, <초일류 대한민국을 건설하자>, <유엔의 본부를 판문점으로>, <지키자 대한민국>, <새로운 진보 담대한 제안!>, <국민이 편안 나라 강한 대한민국>, <반듯한 대한민국> 한꺼번에 12명이 우르르 연단으로 몰려들었다. 마이크는 딱 하나, 서로 목소리를 높인다. 목청이 누가 클까? 폐활량이 누가 많을까? 갑자기 마이크가 끊겼다. 아랑곳 하지 않고 생소리로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최고의 연기를 해 댄다. 바람이 분다. 나만이 당선되어야만 된다. 그래야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푸른색 머플러가 날린다. 노란색도 날아다닌다. 파란색은 질세라 더 날카롭게 광장에 비집고 들어온다. 관중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바람은 점점 역동적으로 불어댄다. 연사들의 목소리는 바람에 엉켜 말은 말이나, 말이 아닌 것만 같다. 오렌지색 옷을 입은 자들이 열병식을 한다. 그때 바람이 몰아친다. 또 다른 오렌지 군단이다. 그 들은 말없이 하늘을 보며 소리친다. 이 색은 우리만의 색이니 절대 사용금지라고, 드디어 빨간색이 우르르 몰려든다. 흰색도, 청록색도, 태극기까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온통 검정색으로 단장한 선거감시위원회가 사방을 겹겹이 둘러싸 포위를 해 버렸다. 하늘에는 무수한 머플러들이 뒤엉켜 혼란스럽다. 브루터스: “끝 까지 참고 들어 주시오. 로마시민이여, 동포여,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내 명예를 걸고 말할 것이니, 내 말을 믿어 주시오. 현명하게 날 판단해 주시고 더욱 현명한 판단을 위해 여러분의 이성을 일깨워 주시오. 내가 시이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요. 시이저가 날 사랑했기에 그를 위해 울었고, 그가 영광스러웠기에 그를 위해 기뻐했고, 그가 용감하였기에 그를 존경했습니다. 로마인이 되고 싶지 않은 미련한 사람이 어디 있겠소이까? 있다면 썩 나서시오. 나는 그분에게 잘못을 저지른 셈이오, 제 조국을 사랑하지 않을 비열한 사람이 어디 있겠소? 있다면 말하시오. 그분에게 또한 잘못을 저지른 셈이오. 나는 로마의 영광을 위해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소. 만약 나의 조국이 나의 죽음을 요구 한다면 나는 그 칼로 이 가슴을 찌르겠소. 자, 대답을 기다리겠소.”
비장미가 감도는 즉흥연설이다.
결국 위와 같은 감동의 연설은 듣지 못하고 꽁꽁 얼은 두 손만 비비며 돌아왔다. 하여튼 시끄러웠다. 시끄럽다 못해 누가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를 비교 검토하는 자리로 전락하고 말아 버렸다. 과대망상, 인격장애, 건망증, 치매환자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듯 하였다. 내 탓이오 가 아니라, 너 탓이오 가 주된 주장이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설명도 듣기 전에 머리부터 흔들고, 새것이 옛것보다 좋은 게 하나도 없어, 버릇이 없다. 깨끗한 척, 순수한척 하다니. 나이가 많을수록 지독하고, 돈이 많을수록 악랄하고, 지위가 높을수록 오만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메아리가 뇌파를 건드린다. 짜증이 난다. 그래서 어차피 이 세상은 극장이고, 우리 현실은 연극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연극적이지 않는가? 모두다 정치극 이로구나! 배우들도 풍부하다 그 정도 가지고서야 만족하겠는가? 유명한 예술가들이 12명 뒤에 떡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문화대통령이 탄생한다. 드디어 부드러운 이미지 창출에 성공한거다. 그런데 그 유명예술가들은 뭐지? 어, 저 사람은 옛날에는 푸른 군단에 있었는데, 하하 그것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3수 안 해 봤어? 그래도 3수한 사람을 뽑아줘야지, 혼자가 아니잖아, 그중에 누구? 최고의 인텔리를 뽑아야지. 그럼, 다 일류대 나오고, 학벌 좋은데 누구? 옛날 노래 부르는 사람은 안돼. 허면 요새 노래 따라 부르는 후보자가 이중에 있어. 숨차! 숨넘어간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을 찍어, 도덕적으로 무장한 사람 그러면 되잖아, 원 헷갈려서 아, 피곤하다. 도덕이 밥 먹여 주냐? 잃어버린 십년 좋아하네, 되찾은 십년이여. 3·3·3·정책이 어떤겨, 한번 해 봅시다. 성장하고, 줄이고, 해소시켜 버립시다. 하늘에선 낙엽비가 을씨년스럽게 땅에 주저앉고. 패배를 모르는 검을 쥔 사내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사나이의 연이은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반격하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짧은 한 순간이나마 빈틈을 드러냈다. 필사의 대결이었다. 하체에 힘을 모으며 빠른 도약을 하였다. 사내의 길게 뻗은 검이 사나이의 인중을 재차노리고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일진광풍이 몰아치더니 대나무를 입에 문 용이 나타났다. 이 대나무로 무엇을 할 것인가?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과 김유신 장군이 보낸 것이오.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나고, 모든 물결이 잠들며, 바람이 그치고, 온 천하가 화평하게 될 것이오. 그럼 어서 피리를 불어요. 저울과 같이 무겁고 가벼움을 숨기지 말아야 하며, 먹줄과 같이 곧고 굽은 것은 속이지 말아야 합니다. 피리소리는 무슨 이야기를 하듯 광장에 선, 황량한 벌판에 선 우리들에게 흩뿌려졌다. 곧 끝날 것이다. 천년전의 만파식적이여 울어라! 울어! 왕이시여! 고단한 자리에 앉느라 수고 하셨소! 백성들은 어찌 하오리까?
논설위원 김 성 열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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