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도 버려진 자식들을 먼저 거두어라

예술가들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지금이야 사기도 어려운 연탄을 재료로 쓰는 난로도 쉽게 볼 수 없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연탄과 같이 끈기 있고, 오래가는 온정이 가장 필요한 때가 겨울이다.
몇 해 전 예술을 한답시며 온 지역을 떠돌던, 흡사 거리의 부랑아처럼 떠돌던 예술가 한사람이 지난겨울 동사 했다는 짧은 단신 기사는 바로 지금 경기도 우리 예술가들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다수는 기초생활수급자대상자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하루하루를 걱정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유명 예술가 또는 알려진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은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부 잘 나가는 예술가들은 대한민국 전체 예술가의 1%도 채 안 된다. 99%의 예술가들이 이들과 비교되며,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는 현실과 가진 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행정지원이 겨울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내가 아는 어떤 이도 예술을 위해 20대의 열정과 30대의 패기 그리고 40대의 고단을 뒤로하고 뛰어 들었지만 경기도의 문화 행정은 그를 외면했다.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 당해보기가 수십 번이며, 연줄이 없다는 이유로 또 거절당하기가 수백 번이었다.
결국 경기도의 문화정책은 정부가 주창하는 국가균형발전론과 똑 같음에도 경기도는 아니라고만 우겨 된다.
그런데 정말 아닐까? 경기도 문화예술인들이 당하는 차별을 경기도 행정당국은 어느 정도나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을 들여다보면, 경기도민중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도민은 4%에 불과하다. 96%나머지 도민들은 집에서 TV만 시청하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문화혜택을 많이 받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공연장시설은 39곳이나 되지만 몇 군데 빼놓고는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획공연만 난무하지 지역정서를 담아낸 공연은 손꼽을 정도다.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하여 다년간 지원육성하지 않으면 양질의 공연뿐만 아니라 창작자는 점점 사라질게 될 것이다.
아무리 거창한 정책도 실효성 없는 뜬구름에 불과하다. 경기문화재단이 조사한 2006경기도 문화예술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예술분야의 시장이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시민들이 미술관이나 극장에 가지 않는 주요 원인에 대하여 시간과 비용이라는 답변이 1,2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을 해결할 대책이 없는 걸까?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곳곳에 고가의 예술품들이 산재해 있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치목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설치되거나 방치해 둠으로써 오히려 예술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한다.
백남준 기념관만 하더라도 행정주의적 사업이라는 의식을 지울 수가 없다. 경기도 행정당국이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의 기념관 건립도 중요하고, 그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2, 제3의 백남준을 키워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 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미 고인이 된 백남준 선생의 업적을 이용한 행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 문화행정 당국은 버려둔 자식들을 먼저 거두고 새로운 아이를 준비 하는 것이 바른 태도이다.

표수훈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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