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왕후는 경주 김씨 김한구의 딸로 1745년(영조 21년)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했으며, 1759년 15세 때 66세였던 영조의 왕비로 간택된 후,1805년(순조15년)에 61세로 서거했다.정순왕후가 영조의 왕비로 시집올 때의 나이는 15세에 불과했다.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보다 열 살이나 아래였다. 정순왕후는 나이는 어렸지만 영조, 정조, 순조시대를 걸치며 막강한 권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정순왕후의 작품이었다. 왕위를 이어받은 정조는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순왕후의 국정개입에 흔들리기도 했다. 정조는 정순왕후가 그토록 죽이려 했던 사도세자의 핏줄이자 이복동생인 은원군을 감싸기 위해 신하들과 극한의 대치상태에 까지 가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으며, 신하들의 권력분산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정조가 즉위한 시대는 대개혁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 시기 조선사회는 지배계급의 타락, 집약농업과 유통경제의 성장, 백성들의 신분상승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던 때였다. 더 이상 봉건적인 지배이념과 방식으로는 이런 변화를 담을 수 없었던 시대였다.
당시 정치권은 당쟁(黨爭)을 심하게 벌였다. 당파싸움은 한마디로 지배엘리트들 사이의 권력투쟁이었다. 이 싸움은 조선 후기 집약농업과 유통경제로 부(富)를 획득한 중간계층의 사회적 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부유한 상인들과 농민들은 돈을 이용해 당파에 줄을 대고 신분 상승을 꾀했다. 정치권력을 지키려 했던 당파로서는 부유한 상인과 농민들의 돈이 곧 정치자금이었다. 이런 밀월관계는 지배계층의 타락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에도 간혹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전해졌다.
조선은 이미 전체인구의 과반수가 지배계급인 양반으로 편입된 비정상적 사회체제를 끌어안고 출발한 정조는 탕평(蕩平)이라는 정책을 통해 개혁을 추진했다.
탕평이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크고 공평하게 쓰겠다는 통치관이다. 탕평책에 의해 자신의 집권을 반대했던 노론과 남인, 소론을 모두 쓰임새에 맡게 기용하면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구축했다.
새로운 정치질서는 실학사상을 담았으며 북학파를 수용하고 천주교에 관대했다. 조선의 후기농법을 주도하는 집약농업(저수지농법)도 정조에 의해 주창되어 수원에 축만제를 건설, 농업의 생산력을 크게 끌어 올리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정조의 이런 노력들은 정조의 이른 죽음(1800년)으로 완성을 보지 못했다.
한편, 정조는 조선시대 어떤 군주보다 많은 백성들은 만나 그들의 아픔을 달래준 군주다. 많은 관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반 백성들의 억울함을 군주가 직접 듣고 처리하는 상언과 격쟁제도를 시행했다.
상언은 백성들이 어가(御駕)가 쉬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억울함을 군주에게 말하는 제도다. 격쟁은 어가 행차 중에 꽹과리를 쳐서 군주의 행차를 일단 방해하고 약간의 벌을 받은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도다. 당시 정조의 신하들은 격쟁을 하면 왕의 권위가 떨어지고 관료의 필요성이 없어진다고 주장했지만 정조는 이를 듣지 않았다. 이처럼 정조는 백성과 군주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했고 많은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정조의 개혁과 업적은 후계자를 키우지 못한 영향을 받아 미완으로 그쳤으며 정조사후 3년 만에 수렴청정을 맡고 있던 정순왕후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조선은 몰락을 길을 걷는다. 정조가 꿈꾸어 왔던 모든 개혁은 철저히 망가지고 또 망가졌다. 정조가 수용했던 실학파는 대부분 숙청되거나 권력의 변방으로 밀려났으며 천주교는 정순왕후에 의해 재집권한 노론에 의해 철저히 탄압받으며 조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암흑기에 빠져 들어갔다.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조의 개혁은 철저히 부정되고 부숴지며, 백성들은 다시 핍박받고 억압받는 존재로 전락했다. 정조이후 순조시대, 정순왕후 수렵청정 3년 만에 조선은 세계역사의 도도한 흐름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정조가 조선의 왕들 중에 마지막 희망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력들이 저지른 끔찍한 대가는 결국 일제 강점기를 만드는 단초가 됐다.
과거를 보며 오늘의 역사를 이해할 때, 잘해도 욕을 먹고 못해도 욕을 먹는 정치라지만 후대를 생각하는 정치가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정치는 미래를 지향하고 백성을 보호하며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틀을 마련할 만한 정치다.
정순왕후처럼 자신의 패거리정치나 보복의 정치가 조선을 어떻게 일제에게 상납하는 단초가 됐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편집국장 전 경 만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오산시의사회와 업무협약 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