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산 소와 쌀의 유통은 우리 축산농가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으며 쌀의 유통은 우리 농산물 생산을 포기하라는 명령서와 다름없다.
그런데 새로 생긴 이명박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농촌진흥청을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촌지역에 대한 진흥업무는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조치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일제강점기 수원에 권업모법장이 세워지며 한국의 지형과 지질 기후에 맞는 농사를 보급하기 시작한 곳이다. 권업모범장은일제시대에 설립되어 더 많은 수탈을 하기 위한 기관으로 시작됐지만 해방후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농촌진흥청은 한국농업의 연구는 물론 농촌현대화와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한 활동을 벌여온 대표적 기관으로 손꼽힌다.
농진청은 배가 고팠던 지난 시절에는 통일벼를 개발해 일차적으로 배고픈 문제를 해결했으며, 우리 쌀이 자급의 단계를 벗어나 품질의 문제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제일먼저 고급쌀(탑 라이스)의 기준을 연구 제시했다. 농진청이 제시한 탑라이스의 기준에 따라 경기도 관내 31개 시군에서 생산되는 모든 브랜드 쌀이 탑라이스의 기준인 완전미 95%이상, 단백질 함량 6.5g 이하라는 수준의 쌀을 생산 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 이러한 노력을 넓게 보면 미국과의 FTA로 인해 우리나라의 쌀 시장이 붕괴되는 막고,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생력을 갖추어 식량이 무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대비하기 위한 농진청의 준비였다.
그리고 쌀 농가를 보호하고 1차, 2차, 3차 산업 간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국가의 경제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일련의 사항을 돌이켜 볼 때 농진청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변하게 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일부 국가권력기관에서 농민들의 쌀 생산과 소득보존 문제를 농진청의 책임으로 돌리고 농진청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위이다.
과거 해마다 쌀 수매철이 되면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아스팔트 농사에 매달려온 농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다가 결국 쌀값만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이제 와서 쌀 경쟁력이 떨어지고 농진청이 결과물이 부족하며, 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올해 안으로 체결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FTA의 최대 피해자인 농민을 위해서라도 농진청은 존속 돼야 한다.
농진청은 FTA 이후 쌀과 관련된 품종 연구는 물론 소득보존 대체작물을 끝없이 연구하고 보급하고 농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태산같이 많이 남아 있다.
농진청 이외에 어떤 국가 기관이 나서서 바쁜 농가를 찾아다니며 보수적인 농민들에게 새로운 품종에 대하여 설명하고 시연을 보여준단 말인가? 세계의 어떤 국가에서도 자국의 농업 진흥을 위해 농업관련 기관을 축소 시켰다는 실례를 본적이 없다. 한국의 미래가 지식고부가가치 산업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그들을 일차적으로 안정되게 먹여 살리는 산업은 농축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편집국장 전 경 만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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