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세종편에 보면 세종이즉위한지 23년째 해에 중국의 고사를 인용한 사헌부 상소가 올라와 세종대왕이 이를 보고 짜증을 냈다는 기록이 있다.
상송의 내용은 “친인척이 서로 피하도록 되어있는 관직의 임용기준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고위 관리직을 임용함에 있어 “친인척의 임용을 멀리하고(회피) 동향출신의 관리를 그 지방으로 임용하는 것을 피한다(회피)”고 하여 임의의 잣대로 사용했다. 이제도는 오늘날에도 종종 이어져 감사기관 또는 사찰 기관에서 종종 활용되며 지난해에는 국세청에서도 이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다.
오늘날에 와서도 과거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관리는 부정부패와 거리를 두고 ‘청렴’ 하라는 뜻에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능력만 있으면 되지 과거시대에나 있었던 제도를 오늘날의 인사잣대로 활용하기에는 무리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을 하며 향피나 상피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이도 있다.
뜬금없이 향피제도나 상피에 관하여 말하는 것은 지난 3월1일자 경기도교육청의 화성교육장 임명에 있어 화성출신의 교육장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교육장에 대한 임명권한이 현경기도 교육감에 있고 그것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무엇이 문제냐?”라고 할 수 있지만 현교육감과 새로 임명된 교육장은 공교롭게도 앞마을과 뒷마을 살던 이웃 이다.
참외 밭에서 갓끈을 고치지 말라는 속담을 무시하며 화성출신의 교육장이 전격 발탁된 셈이다.
예로부터 화성은 관리가 지나가는 중요길목에 하나에 속하며, 이곳을 지나는 상인들과 평민들은 관리에게 길 값을 주었을 정도로 중요한 지점이며, 화성의 일부지역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모두 군사적 요충지로 그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옆 동네 사는 사람을 교육의 장으로 떡하니 임명하니 당연히 구설에 오를 수밖에 없다.
임명된 화성교육장의 능력은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구설부터 나오기 시작ㅎ하는 것이다. 원인의 제공자는 옆 동네 앞 동네이며. 진원지는 경기도교육청의 교육감인 셈이다.
고향출신의 관리자가 임명되면 임명된 관리자는 친인척과 동문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향피제도를 운영한다는 기초적인 인사원칙을 무시할 만큼 화성교육장의 능력을 높이 샀다는 데에는 할 말이 없다.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인사단행까지 늦추어 가면 실시한 인사가 시작부터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경기도교육청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했다면 교육감의 처신이 좀 더 빛나 보이지 않았을 한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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