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문을 배워, 소위 문자를 좀 한다는 시골의 한 사나이가 있었는데, 이 자가 장인어른과 같이 높은 산 밑에 있는 밭에서 김을 메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깊은 산속에서 집채만한 호랑이가 나타나더니 장인을 덥석 물고 그야말로 비호처럼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이에 크게 놀란 사나이는 마을족을 향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遠山虎 近山來하야 捉吾丈人하니 持槍者는 持槍하고 持銃자는 持銃하여 速速來하라’
이 말의 뜻은 ‘먼 산의 호랑이가 내려와 나의 장인을 물고 갔으니, 창을 가진 자는 창을 가지고 총을 가진 자는 총을 가지고 빨리빨리 달려오너라. 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마을 사람들이 달려 나올 갉이 없었다. 그래도 이자는 계속 같은 말로 소리를 질러댔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이상히 여기고 한참만에야 달려 나와 왜 그러느냐고 사연을 물어보니, 호랑이가 나타나서 장인을 물어 갔으니, 창이나 총을 가진 사람들은 빨리빨리 달려 나오라는 말인데 무식하게 그것도 못 알아듣느냐며 오히려 마을 사람들을 탓하는 것이 아닌가!
마을 사람들은 하도 기가 막혀 문자깨나 배웠다는 이 자의 버릇을 고쳐주려고 그를 원님에게 데리고 가서 자초지종을 고해바치고 단단히 혼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원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자를 형틀에 매어놓고 볼기를 매우 치도록 했다. 그랬더니 이자가 비명을 지르며 이렇게 소리를 냈다.
‘吾之臀이야’ 이말은 ‘아이구 엉덩이야’ 라는 말이었다. 원님은 이말에 더욱 노하였다. 그래도 알량한 문자를 쓰는 것이 아닌가! 원님은 “저 놈의 입에서 다시는 못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매우 쳐라” 명했다.
이자는 죽도록 곤장을 맞고 나서 원님 앞에 꿇어 엎드렸다. 원님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네 이놈 다시 한 번 쓸데없이 문자를 썼다가는 중벌을 면치 못하리라! 알겠느냐?”라고 호통을 치니 이자는 머리를 조아려 원님 앞을 물러나며 “次後는 更 不用文字 하오리다” 하는 것이었다. 이말은 ‘앞으로 다시는 문자를 쓰지 않겠나이다’ 하는 말인데 이 또한 문자가 아닌가.
원님은 하도 기가막혀 이렇게 탄식조로 말했다.
“참으로 識字憂患(식자우환 글을 아는것이 병이로구나))이로다”
몇 년 전에 산악회를 다라 등산을 간적이 있었는데 마침 호산제를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제문 속에 樂山樂水(요산요수)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느 중학교의 교장 이라는 사람이 이것을 ‘낙산낙수’로 읽고 있었다. 이대는 즐거울 낙이 아닌 ‘좋아할 요’로 읽어서 ‘요산요수’로 해야 맞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바르게 안다는 것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識字憂患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앎에 대하여 좀 더 겸손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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