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관오리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그 것이 심하면 정말 나라가 망한다
金遵美酒는 天人血이요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玉盤佳淆는 萬姓膏라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燭淚落時에 民淚落이요 (촉루낙시에 민루락이요)
歌聲高處에 怨聲高라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해설)
이 시는 그 유명한 ‘춘향전’에서 임행어사가 된 이 몽룡이 변사또의 생일 축하연에서 읊었다는 시인데 그 뜻은 이렇다.
<금빛 찬란한 술통에 맛 좋은 술은 천만 사람의 피요
옥 쟁반에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을 짜내 만든 것이로다.
촛대의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며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 소리도 높아진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춘향은 퇴계 월매의 딸이었고, 춘향은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맺는 그런 애인 사이였다. 그런데 이몽룡은 서울로 전근 가는 부친을 따라 상경하였던 것이었다. 춘향은 이별의 아픔을 삼키며 이 도령과 다시 상봉할 날만을 학수고대하며 이도령을 기다리던 중에 악명 높은 신임사또가 부임했던 것이었다. 고을에 새로 부임한 변 사도는 미모가 뛰어난 춘향에게 흑심을 품고 수청 들기를 명하였다. 그러나 춘향은 한사코 수청 들기를 거부했고, 이에 화가 난 변 사또는 춘향을 하옥시키고 마침 자신의 생일날을 기회로 춘향이를 연회장으로 끌어내어 끝까지 수청 들지 않으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치죄를 하는 중이었다.
변 사또는 인근의 수령방백들을 모두 생일 축하연에 초대하여 술과 노래와 춤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때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걸인 행색을 하고 연회장에 나타나, “오늘 같이 좋은 날 술 한 잔 얻어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면서 연회장 안으로 좀 들어가자커니 못 들어간다커니 하고 하고 포졸들과 옥신각신 하는 것을 보고 변사또가 “왜 밖이 소란스러우냐?”고 물었다. 이에 포졸들이 사실대로 고하니 변 사또는 “허허허‘웃으며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술 한 잔 먹여 보내라고 명 하였다.그런데 술 한 잔 얻어 마신 걸인은 무엄하게도 연회석 가까이 다가가더니 이렇게 청하는 것이었다.
“소인 사또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시기를 축원하옵니다. 저와 같은 천민에게까지 술잔을 내려 주시니 하해와 같은 은혜를 어찌 갚사오리까. 오늘 같이 기쁜날 술까지 얻어 먹고 그냥 간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오니 원컨대 지필묵을 주시면 축시라도 몇 자 적어 올리겠습니다.”
이에 변사또는 “별 놈 다 보겠다”고 허허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명했다. 이방에게 지필묵을 받아든 걸인은 일필휘지로 축시를 써내려 갔고, 그것은 곧 이방에게 넘겨졌다. 이방은 제법 목청을 가다듬고 그 축시를 읽어 갔다.
<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루낙시에 민루락..... >
무심코 시를 읽어내려 가던 이방의 손이 차츰 떨리기 시작했고, 그 것을 별 생각없이 듣고 있던 변 사또 이하 모든 수령방백들의 얼굴도 점점 흙빛이 되어 갔다. 그 순간 “암행어사 출두요!”하는 큰 소리와 함께 육모 방망이를 든 포졸들이 구름처럼 연회장으로 들이 닥쳤다. 연회장은 일시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던 변사또 이하 수령방백들은 굴비 엮이듯 모두 붙잡혀 뜰아래 꿇어 엎드렸다.
의젓하게 어사화를 눌러쓴 이도령과 춘향은 이렇게 해서 감격어린 눈물의 상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엣날이나 지금이나 탐관오리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그 것이 심하면 정말 나라가 망한다. 요즈음에 와서 특히 고위 공직자 중에 탐관오리 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부정부패공화국이 아니다. 공직자는 오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해야 하며, 오직 맡은 바 직무에만 충실해 한다. 부정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언제나 벗으려는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니 어찌 이게 필자 혼자만의 아픔이며 고민이겠는가!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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