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문화재단 전경. ⓒ장명구 기자

오산에도 미술관을 오픈한단다. 필자처럼 주말마다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마음의 안식을 찾고 내일의 활력을 충전하는 마니아는 물론 많은 시민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구체적으로 결실을 맺는다니 반갑다.

그동안 우리가 사는 오산에는 미술관이 없어서 몇 년 전에 ‘찾아가는 미술관’ 전시회(2008.7.26~29)를 기획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6년 전, 인사동의 어느 조각전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작품에 손대시오’ 라는 김서경, 김운성 부부작가의 전시를 관람했다. 함께 간 그림애호가 고승배 씨와 필자는, ‘이 전시를 우리 오산에서도 해줄 수 없을 까요?’ 라고 그 전시의 작가에게 물었다.

“오산에 미술관은 있습니까?”

‘없다’는 우리의 대답에도 아랑곳없이 작가는 그 전시를 승낙하였고, 2006. 5.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시청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어주었다. 팸플릿 제작비용 등 전시경비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이 기꺼이 부담했다. 우리의 이런 초라한 초대에도 응해준 김서경, 김운성 작가는 얼마 전 일본 대사관 앞에 소녀상을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후로도 「한겨레」 신문 제호를 쓴 <류연복의 판화전>, 막사발 작가 <김용문의 사발전>, 이기창 작가의 <얼굴 테라코타전>을 시청과 중앙도서관 로비에서 열었다. 하지만 시청이나 도서관 모두 미술 전시와 감상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문화공장 오산>이 개관되면 전문 큐레이터에 의한 체계적인 전시가 기획될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작가, 우리 동네 작가의 작품을 가까운 곳에서 관람하고 작가와도 만나 대담할 수도 있고, 미술 체험 학습공간으로 활용되어 초·중·고교생의 많은 관람이 예상된다. 이러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차질 없이 잘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지역 미술관의 건립 목적과 미션이 분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역 미술관의 약진을 위해서는, 특히 향토의 대표적 작가 선정은 절실하다. 물론 그 대표적 작가는 오산에 발을 딛고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 강화와 오산 지역 브랜드를 함께 발전 모색하는 작가여야 할 것이다. 오산에도 그러한 작가가 있다. 바로 <도예가 김용문>이다.

여주, 양평, 이천(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에서 서로 모시려했던 동양화가 월전 장우성, 일본 나오시마에 이어 1,500억원을 들여 대구시가 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인 모노파 화가 이우환과 객관적 평가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것은 <도예가 김용문>은 그 누구도 돌보지 않던 막사발에 다시 불을 지피고, 지금은 손가락으로 일필휘지로 그리는 <지두문>으로 그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도예가이다.

경기도의 아주 작은 오산시에서 점화되었던 <막사발 세계장작가마 축제>의 불꽃은 중국과 터어키 등에서 15년째 활활 타오르고, 급기야는 유럽의 그루지아까지 번질 기세이다. 물론 돈이나 숫자로만 평가의 기준을 세운다면 할 말이 없지만, 온갖 개인적 희생을 자양분으로 삼아 <막사발>의 위상과 <오산의 가치>를 오랫동안 빛내고 있는 예술가가 <도예가 김용문> 말고 또 누가 있는가?

<빗재 김용문>을 오산의 대표적 미술가로 추대하기를 제안한다. 새로 생기는 미술관에 <빗재 도예 전용 전시관>이 생긴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화공장 오산>은 명실상부 오산을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오산시민이 주축이 되는 21세기 미술관의 패러다임으로 가꾸는 선례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오산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모든 이의 꿈의 공장(Dream works)으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고일영  문화기획자(연극, 미술,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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