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모 지자체에서 뇌병변 2급 장애인 공무원(주무관)이 11층 건물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소속 기관에서 업무능력 향상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대상자로 선정되어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지만, 결국 프로그램 이수 판정 기준에서 ‘직위해제’라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에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그렇게 그는 세상과 등을 지고 말았다. 프로그램 대상자 선정에서도 동료가 동료를 평가하는 비인간적인 방식이 도입되었고, 그것을 지자체는 합리적이라 평하기도 했다.

10월 2일 일련의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지자체와의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이 지자체는 전체 공무원의 3%인 의무고용률을 지키고 있으며, 대략 장애인 공무원 7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는 곳이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던 지자체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판정기준의 이원화, 관내 장애인 근무자 인권실태조사, 장애인 단체와 인권교육 실시 등 문제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어, 부족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로, 이미 많은 지자체가 그것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숫자이고, 실제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암담하기 그지없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직업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할 수 없으며, 장애인에게 정당한 환경을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공공기관에서 일을 할 때 과연 정당한 환경을 제공받고 있는지, 직업에 차별은 없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 중심의 근무환경이 아닌, 장애의 특수성을 고려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함께 근무하는 비장애인 동료에게 전가되는 업무에 대해서도 인센티브 형태의 지불이 필요하며, 장애인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교육이 전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수치적 계산으로 법으로 규정된 의무고용률 3%만을 위해 안에서 끓는지, 녹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는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가는 한가지로 하는 게 평등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어른과 아이가 달리기를 할 때도 아이를 한참 앞에서 달리게 하는데, 공공기관에서 단일한 평가방식으로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없이 평가가 진행되었다는 것은, 달리 말해서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처럼 일하라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는데, 마치 장애를 극복한 감동 수기를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장애와 비장애를 평가하는 방식은 장애에 이원화시켜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 평등하고,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방기하고 비장애중심의 기준을 놓고, 장애를 문제 삼는 것은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됨을 알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산시에서 장애인 공무원의 의무고용률을 지켰다면, 비정규직 공무원을 빼고 50여명이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을 조직 내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권교육이 반드시 진행되어야만 한다.

문제가 됐던 지자체도 동료가 동료를 평가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남은 사람이나 아픔을 가지고 떠난 사람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던 사례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좀 더 무게감 있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업무적으로 시간이 없어서 직무교육 한번 받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민간인 입장에서 공무원들은 철밥통이 아닌가!
그 철밥통이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철밥통이 욕을 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세련되게 공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옆에 혹여 장애를 가진 공무원이 있다면 한번 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오산시 장애인 공무원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강경남  오산중증장애인자립자활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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