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0일 오산시에서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도입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오산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2013년 예산편성에 앞서 지난 10월 18일 단 한 차례 2013년 예산설명회를 끝으로 위원회 활동을 마감하게 됐다. 시작과 홍보는 장대했으나 끝은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게 되었다.

당시 예산설명회를 하루 앞두고 겨우 각 분과별로 분철된 자료가 이메일로 발송 됐다. 예산설명회는 2013년 예산편성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각 분과별로 2013년 편성예산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 청취 등으로 2012년 활동을 마감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간 위원회에서는 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해 집행기능을 갖는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위원들의 요구가 있어 왔다. 예산설명회 중간에, 이 문제와 관련한 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두 건의 현장 발의된 안건이 접수 되었다. ‘2012년 예산학교 운영건’과 ‘연구회 구성건’이 올라와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설왕설래 끝에 토론을 진지하게 할 겨를도 없이 결론을 무기한 미뤄 올해 활동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의 재정여건(한정된 예산)을 주민과 공유하고 효율적 재정운영을 함께 고민하여 예산 우선순위를 주민들이 결정하여 편성하자는 취지로, 앞서 성과를 낸 브라질의 사례를 도입한 것이다.

요즈음 재정위기가 유럽을 넘어 우리나라에까지 엄습하고 있는 이 때, 이 제도의 온전한 실행이 필요하다. 이는 주민들의 시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주민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인 예산편성을 할 수 있도록 위원회가 보완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면서 행정을 집행하는 주요한 훌륭한 행정기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전남 광주시 북구에서 시작된 이래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2011년 3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도화 되어 인천 연수구, 부천시, 서울 성북구 등에서는 시민들과 힘을 합쳐 이 제도의 안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생소한 제도의 초기 시행은 단체장의 의지와 공무원 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합되어야만 완고한 공무원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서울 성북구의 경우, 제도 도입 시부터 구청장이 워크샵 토론회에 직접 참여하는 등 헌신적인 지원과 관심 하에 거의 ‘운동(Movement)’의 형태를 띠면서 겨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오산시의 경우에는 홍보를 위한 형식만 채용하는 것으로 면피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시행 초기부터 자발적인 시민참여 위원들의 위원회 활성화 요구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제는 제도 활성화를 하려는 시민참여 위원들의 요구는 위원회 자체에서 알아서 할 사항이라며 방치해 두고 있다. 사실 오산시의 이러한 조치는 “위원회를 활성화하여 위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 시정에 대한 간섭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오산시에서는 ‘위원회’를 행정의 무슨 액세서리나 치어리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오산시는 요란한 혁신 홍보나 전시성 행정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혁 시정’,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소통행정’,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참여시정’이 되기를 바란다. 오산시장은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정말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면 제도 안착을 위해 직접 챙기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지 않고, 바다를 건너 한라봉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남상구  오산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