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일영 | 문화기획자/애플북스대표. ⓒ고일영

내가 김용원 시인을 처음 본 것은 10여 년 전 오산천에서였다. 이원규 시인의 부름을 받고 나갔더니 그곳에 안양〈글길문학〉 동인인 현종현 작가(성보여고 교사)와 김용원 시인이 있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온라인상 자주 접했던 분들이라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종이컵에 소주를 나눠 마시며 문학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 그를 다시 본 것은 다름 아닌 내가 운영하는 학원 건물 아래 3층에서다. 삼성전자와 대한전선 안양공장에 다니다 그만두고 오산에서 자기 사업을 하려고 아래층을 임대했다고 했다. 그 후 우리는 같은 건물 위아래 층에 있으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사업이야기며 문학이야기를 하였다.

일자리를 찾는 젊은 인력과 좋은 일꾼을 찾는 기업체 사이에 일어나는 마찰을 매끄럽게 해결해주는 아웃소싱 업체 운영이 그의 일이다.
그는 쉴 새 없이 사람을 만난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때에는 자신이 직접 면접도 보고 위탁 기업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된 요즘도 최종 면접만큼은 그가 직접 본다.

이른 아침이면
어제 면접 본 인원 채용으로
시노펙스 간다
모두 반갑게 인사하고
휴게실에서 대기하던 신입사원들을 인솔한다
- <그 투정까지 사랑할 거야> 부분

김용원은 언젠가 시를 짓는 일은 ‘마치 나 자신과의 면접’과 같다고 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을 면접 보는 행위는 실상은 자신과의 면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interviewee-객체)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interviewer-주체)이 자신을 응시(gaze)하는 것이다. 즉, 타자적 모습으로 보인 자아 성찰이다.

시집의 끝 부분에 스승인 김대규 시인이 <시적 감성과 의인화 기법>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인화된 모든 사물은 바로 김용원 시인 존재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아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김용원의 시는 요즘 시중에 나온 다른 시인들의 시처럼 읽기 어렵지 않다. 이해가 쉽다는 얘기다.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독자인 나도 또한 면접자(interviewee)가 되어 또 다른 나에게 질문받는 그런 기분이 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피하고 싶지만,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주기에 내심 기대되는 이 이율배반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2010년 첫 시집 『내 삶의 나무』를 기획 편집했던 나는, 점점 무게감과 깊이를 더해가는 김용원 시인의 제2시집 『그대! 날개를 보고 싶다』를 자꾸 펼쳐보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시 창작에 시간을 쪼개 쓰는 그의 부지런함에 박수를 보낸다.

[기고] 고일영  문화기획자/애플북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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