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꽃 피는 그 6월의 향기

양길순(시인)

정인이 엄마와 운동복 차림으로
아스팔트 보도 위를 달린다
노을이 지는 듯 싶더니 어느새
성급한 가로등 불 밝힌다
빠른 속력으로 광음까지 내며 차들은
바람 가로지르더니 이내 사라졌다
난 달리기도 숨차건만
정인이 엄만 콩나물공장 다니다가
억울하게 해고당한 일들 조목조목 열거하더니
아예 흥분 참지 못하고
인도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나 역시 털썩 주저앉아
때론 정인이 엄마 말에 동조하고 때로는
분개하는 척하는데 갑자기 코끝으로 스쳐오는
단내나는 향기
도로변 울타리 철조망 너머로 하얗게
무리지어 나풀거리는 꽃
이른 저녁 불빛에 희고 고운 감자 꽃!
어머니 따라 들이며 밭 오갈 때면
재너머 밭 가득 피었던 그 감자 꽃
정인이 엄마 푸념은 계속되었지만
난 감자 꽃향기 따라
내 고향 6월로 달려가고 있었다.

◆ 양길순약력
- 한국문인협회, 오산시문학회, 오산시인협회 소속
- 시집〈꽃의 연대기, 2012, 애플북스〉

▲ 아낙들이 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손창완

양길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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