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백 도시학교 do 공동대표. ⓒ양재백

풍요롭다는 가을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서민들의 호주머니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가난한 때인듯 싶다.
휘영청 달이 밝던 지난 한가위 밤. 하늘색 함석지붕을 이고 사는 김 노인은 혼자서 쓸쓸하게 추석을 보냈는가 보더라. 직장을 다니던 아들이 명퇴를 했는지 아니면 해고를 당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사정이 여의치 않아 홀로 계신 아버지를 찾지 못했던가 싶다. 일찌감치 창은 불이 꺼지고 평소 골목길이 떠나갈 듯 곯아대던 김 노인의 코고는 소리마저 새어나오지 않았다니 말이다.
세상천지가 다 풍족한 듯 해도 누구의 절구는 빈절구였다지 않던가. 가을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풍요로움 이면에 시름 깊은 이들 또한 더 많을 것 같으니 안타깝다.

金剛山도 食後景, 民以食 爲天이라. 단풍놀이도 좋고, 문화도 좋고, 예술도 좋고, 축제도 좋고...
그래 모두 다 좋다만 뭐좀 먹고 사는데 큰 시름 않고, 애들 가르칠 수 있으며, 냉골 아닌 따뜻한 방에서 겨울을 날 수 있는 우리네 서민들의 소박한 살림살이의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으랴.
이래저래 힘든 서민들의 삶이 오늘의 현실이다. 모름지기 정치하시는 이들이여, 이럴 때 용단과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겠는가.

정치라! 정치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정치가 잘하는 정치고 어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제대로 하는 정치인일까.
10월 재·보선에, 다가올 내년 지방선거로 서서히 정치권이 달아 오르고, 우리 주위에도 심심찮게 이런 저런 관심과 후보들이 회자되기 시작하는 모양새인데.
사실 간단히 생각하자면 정치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랴. 모두 잘 먹고 잘 살도록 하면 上善이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정치를 하는 사람이 또한 최고일 테고, 나머지는 사족에 불과할 뿐이랴만.

지난 언제인가 국민들의 뜻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어느 대권후보의 기자 회견장의 모습이 생각난다. 배경화면에 대문짝만큼이나 씌여 있었다.
‘ 政者正也 ’ ! 아마 정치는 바로 서야 한다.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정도의 뜻일테다. 무엇을 정치가 바로 세우며 무엇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었을까. 그것도 누가 말이다.

우리 인류 역사는 늘 그래 왔다. 언제나 일은 그 잘난(?) 몇 사람이 저질렀고, 항상 그 피해와 치유는 백성(서민)들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답은 명확하지 않은가. 국민(유권자)이 바로 정치를 세우고, 국민(유권자)이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또 투표라고 하는 표로서 제대로 된 정치인을 가려내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 중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바로 공익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소홀했거나 우선시 하지 않은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지역 주위에도 자천, 타천 많은 정치 후보군들이 각자의 역량과 역할론을 내세우며 활동하고 있다. 분명 그들 중 누구인가가 다음 지방정부의 수장도 되고 또 각각의 분야에 대표로 선택될 것이다. 언뜻 그들 개인의 일면들을 보자면 훌륭해 보인다. 봉사정신도 투철한 것 같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왔고 살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잔뜩 기대를 하고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도 늘 그랬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는가. 바로 앞서 지적했듯 우리는 개인의 능력을 따져 보았지 그들이 과연 우리 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우선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먼저 판단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 선택 후 후회로 돌아섰고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누구든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명예나 권력,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걸고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공인의 자리에서도 우리 사회의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사회는 예측할 수 없이 수시로 변화되는 국·내외 정서와 불황 속에서 치열한 경쟁과 함께 존망이 불투명하다. 그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특히나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우리들에 의해 선택된 공인들은 더더욱 말이다. 그 임무와 책무를 다할 일꾼들을 선택할 날이 머지 않다.
아무리 바쁘고 힘드시더라도 한번 생각해 보시라

•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 시민들의 아픈 삶을 함께 살았고 살 수 있는 인물인가.
• 자신만이 잘났다고 우월감에 빠져 있거나, 겉으로만 포장된 행동을 통해서 진정성 없는 행위를 하고 있는 인물은 아닌가.
• 평소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깊이 연구하고 행동으로 실천했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 정말 작은 일부터 봉사하여 살아왔는가.

평소 지역을 위해 사심없이 일하시는 사람들끼리도 함께 모여 볼 일이다. 좀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집단의 검증을 통해 진정성 있는 후보를 가려낼 일이다.
‘政者正也’를 위해 우리 시민들이 두 번 다시 놓쳐서는 안될 시기다.
내년 이맘때 가을은 좀더 여유롭게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성찰과 모색] 양재백  도시학교 do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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