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농업 텃밭은 먹거리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이상희 시민기자

흰 눈이 온누리에 덮인 오늘 난 호박씨를 까고 있다. 초겨울 다 떠나고 난 들녘 텃밭에서 호박 몇 덩이를 수확해와 호박죽을 끓이고, 호박씨 마저 까 볶아먹기 위해서다. 도시농업을 위한 텃밭경작 덕분에 슬로푸드의 재미와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봄이 오면 텃밭에서는 여기저기에서 온갖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갓 싹이 튼 어린 싹을 보며 “어머, 여기 좀 봐, 새싹이야” “요 예쁜 것 봐” “여기는 상추야” “이것은 얼갈이야” “저건 감자야” 처음 채소를 심어 본 새댁과 신랑의 탄성, 흙 놀이에 한껏 신이 난 아이들.

너도 나도 씨앗 뿌리는 부모를 돕겠다며 낑낑대는 초등생, 은퇴 후 처음 소일거리로 텃밭을 신청해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는 할아버지, 몇 년째 텃밭을 일구어 집안 먹거리를 조달했다는 베테랑 할머니. 모두가 봄철 텃밭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다. 논둑에 자란 쑥과 산자락에 연초록 잎을 띄우는 뽕나무는 덤으로 주는 선물이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텃밭은 온통 푸FMS 채소로 뒤 덮인다. 누가 누가 잘하나 자태를 뽐낸다. 상추와 쌈 채소, 얼갈이와 열무, 아욱으로 뒤 덮이고, 알토란 같은 감자를 캐내며 뿌듯해하는 아이들. 이제 뿌리를 내리고 무성함을 자랑하는 호박과 오이, 수박, 참외 등 온갖 과일 채소들.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토마토가 농군들을 마주한다.

장마철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텃밭은 수확의 기쁨으로 넘쳐 나는 곳이다., 여름 뙤약볕을 이겨 낸 가지와 고추들이 주렁주렁, 장마철 내내 순을 내준 고구마는 가을이 되면 땅 속에서 토실 토실 살을 찌워 알맹이가 쏟아져 나온다. 통통히 살찐 무와 속이 꽉 찬 배추, 총각무가 김장을 기다리고 있다. 텃밭 주변은 여기저기 동아리 모임이 열리고 고기 굽는 냄새와 웃음이 넘친다.,

주말이면 내가 키운 작물들이 궁금해 의레 출근 장소가 되어 버린 텃밭. 텃밭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채소 한 포기, 못생긴 과일도 소중히 하고,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마저 알게 만든다. 어린이에게는 교육장이 되고, 은퇴자의 반찬거리를 제공하고 소일거리가 된다. 자연스럽게 슬로푸드에 젖어 든다. 도시농업 텃밭은 이제 ‘복지’가 되었다.

남상구 시민기자  mail@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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