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으로 집에서 담근 간장. ⓒ이상희 시민기자

음력 정월이 되면 손 없는 날이나 말[午] 날에 고추장 된장을 담그는 것으로 우리의 어머니들은 일 년을 시작했다.
집안마다 음식 맛을 결정하는 장류를 담그는 것은 안주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에 날을 잡고 주변을 청결히 하는 정성을 보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나라 음식은 민족성을 대변한다고 한다.
이에, 장의 역사를 살펴보고 간장, 된장, 고추장 담그는 법을 알아보기로 하겠다.

장의 역사
장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이란 개념은 기원전 3세기에 쓰인 중국의 ‘주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장은 물고기나 고기를 말려서 만든 ‘식해’의 일종으로 콩으로 만드는 우리의 장과는 다르다.
우리의 된장은 삼국시대부터 담가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삼국지위지 동이전」(290년 경)에 보면 ‘고구려인은 장 담그는 솜씨가 훌륭하다’ ‘발해의 명물은 책성에서 생산되는 된장’이란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 신문왕 3년(683년)에 왕이 왕비를 맞이하면서 폐백 품목이 15수레의 쌀, 술, 기름, 꿀, 포, 식혜를 비롯하여 간장 된장이 135수레....’라는 내용이 있고, 고려 현종 10년에는 거란족의 침입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된장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고려 문종 6년(1052년)에는 개경의 굶주린 백성들에게 메주를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장이 우리나라 음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케 한다.
지금처럼 콩으로만 된장을 담그는 것은 「증보산림경제(영조 42년 1766년 유중림)」에 처음 등장하는데, 지금의 된장 맛은 조선 후기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아낙들의 일 년 농사였던 장 담그기는 해방이 되면서 주춤해졌다. 일제 침략기에 일본인들이 군수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장을 설립해서 대량으로 생산을 했는데, 해방이 되면서 한국인이 공장을 인수해서 생산과 판매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장을 담가먹는 가정보다는 사다 먹는 가정이 훨씬 많아졌다. 장을 담그는 일은 옛날 사람들의 일이고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장 담그기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장 담그기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기본만 알면 자기 입맛대로 장을 담글 수 있고, 정성과 청결함이 배합되어 믿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담그면 2~3년을 두고 먹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
정월이 다 가기 전에 가족들이 힘을 모아 장 담그기에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 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메주. ⓒ이상희 시민기자

된장 담그기
메주, 천일염, 건고추, 숯, 대추, 소주 3~4병(소독용)

1. 메주를 깨끗이 씻어 말린다.(메주는 푸른곰팡이가 잘 핀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중국산 콩으로 만들어진 메주가 있으니 가능하면 믿을만한 경로를 찾아 주문하는 것이 좋다. 오산에서는 중앙시장 주차장이 있는 통로에 가면 장을 담글 수 있는 모든 재료를 구입할 수가 있다)
2. 항아리를 깨끗이 닦아 말린 후 소독을 한다. 옛날에는 짚에 불을 붙여 소독을 했는데 요즘에는 한지에 불을 붙여 소독을 하기도 한다. 이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3. 마른 행주로 다시 한 번 깨끗하게 닦은 항아리 안에 메주를 차곡차곡 넣는다.
4. 천일염을 넣고 물을 만든다. 이때 소금의 농도는 달걀을 띄워보아 500원짜리 동전 만하게 뜨면 적당하다.
5. 소금물과 소주를 항아리에 붓는다. 된장을 먹으려면 메주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붓고, 간장을 먹으려면 장독 가득히 붓는 것이 좋다.
6. 숯을 불에 달궈 뻘건 상태로 항아리에 넣는다. 이때 1차 살균이 되고 숯이 장 속의 냄새 등을 제거해서 2차 살균이 되는 것이다.
7. 건고추, 대추를 한 줌씩 넣은 후 유리 뚜껑을 덮어 마무리를 한다.(장독대는 반드시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이어야 한다.)

간장 빼기
1. 된장 담그기를 한 후 간장과 된장을 분리한다.
2. 된장을 맛있게 먹으려면 20일~30일 후에 간장을 빼고, 간장을 맛있게 먹으려면 60일 정도는 두어야 한다. 간장을 빼지 않고 된장을 담그기도 하는데 이는 간장을 뺀 것보다 맛이 더욱 진하다.
3. 된장은 겉으로 보아 메주가 흐물흐물 풀어지면 숯, 고추, 대추를 제거한 후 그릇에 담는다. 간장을 뺀 경우에는 싱거우므로 소금과 묵은 고추장을 넣어서 좀 짜다 싶을 정도로 간을 한 다음 항아리에 담고 손으로 꾹꾹 누른 후 비닐을 덮고 소금을 넉넉하게 채워 놓으면 된다.
4. 간장은 소쿠리를 놓고 메주와 간장을 분리시킨 다음 팔팔 끓여야 한다.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한 번쯤 거쳐야 할 관문이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간장을 달이는 것은 고역이다. 하지만 하루만 이웃들에게 참아 달라 마음으로 양해를 구하고 두 눈 질끈 감고 달이기를 바란다. 이때, 집에서 놀고 있는 상황버섯, 대추, 말린 표고버섯, 오가피, 감초 등을 넣어서 달인 후 걸러내면 잡냄새를 없애주고 풍미와 영양을 더해서 맛난 간장을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이 간장은 나물 무침이나 국에 유용하게 쓰인다.

▲ 한국인의 음식 대부분에 기초 재료로 들어가는 고추장. ⓒ이상희 시민기자

고추장 담그기
고춧가루 6kg(10근), 메주가루 2kg, 조청, 5kg, 찹쌀 2되, 찰보리 2되, 천일염, 엿기름 2되, 소주 3병

1. 고춧가루는 고추장용으로 곱게 빻아놓는다(방앗간에서 고추장용이라 말하면 곱게 빻아준다)
2. 찹쌀과 찰보리는 가루로 내어 죽을 쑤거나 밥을 해놓는다.(고추장이 익으면 밥은 삭는다)
3. 천일염은 물에 녹인 후 이물질을 걸러내 준비한다. 이때 다시마, 말린 버섯류, 대추, 오가피 등을 넣고 우려낸 물에 짭짤하다 싶을 정도로 소금을 넣은 다음 다 녹으면 소쿠리에 베보자기를 깔고 이물질을 걸러내는 것도 좋다.
4. 엿기름은 물에 빨아 이물질을 제거하고 팔팔 끓여놓는다.
5. 큰 함지에 찹쌀과 찰보리를 담고 3번의 물을 넣어 풀어준다. 그런 다음 조청, 엿기름물을 붓는데, 이때 농도 조절을 위해 물을 약간 남겨놓는 것이 좋다.(조청과 매실액을 반반씩 넣어도 좋다)
6. 소주를 붓는다. 양은 정해진 것이 없으니 알아서 하도록 하고, 장 담그는 일에는 힘을 많이 쓰게 되므로 소주의 힘을 빌려 일을 거뜬히 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이날만큼은 고추장한테 양보하는 것이 좋다. 하얗게 올라오는 곰팡이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7.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를 넣어 잘 풀어준다. 농도는 주걱으로 흘려보아 약간 흐를 정도면 좋다. 고추장이 익어갈수록 되게 되는데 처음부터 되게 담그면 나중에 엿기름물을 만들어 다시 손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메주가루 대신 묵은 된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8. 간은 약간 짜게 해야 한다. 너무 짜면 고추장 맛이 덜하고 먹기 좋은 상태면 상하기 때문에 간을 하는데 신경을 가장 많이 써야 한다.
9. 고추장은 항아리에 3분의 2 정도 담는 것이 좋다. 익으면서 발효가 되기 때문에 양이 늘어나는데 만약 항아리에 가득 채우면 한여름에 붉게 솟구치는 고추장의 폭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항아리에 담은 고추장 위엔 비닐을 깔고 소금을 채워 마무리를 한다(올해는 실험정신을 발휘하여 다시마를 삶아서 비닐 대용으로 썼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10. 가을쯤이면 고추장이 익어 먹을 수가 있는데 날이 갈수록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되게 된다. 만약 주걱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되게 되면 엿기름물을 팔팔 끓여 부어둔 다음 어느 정도 불으면 큰 주걱으로 물과 고추장을 잘 섞어준다.
11. 고추장은 짜므로 엿기름물을 부어 삼삼하게 간을 맞춰 냉장고에 넣고 찌개에 넣어 먹어도 되고, 들기름, 효소(매실액, 포도액 등), 조미료(다시마 가루, 표고버섯 가루, 멸치가루 등)를 넣고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나물 무침을 하거나 오이 등을 찍어 먹으면 일품이다.

이상희 시민기자  mail@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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