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에 집사람과 지인들과 김포시 대곶면의 덕포진교육박물관을 다녀왔다.

3일간의 연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꽉 막힌 길은 그야말로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며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조금 짜증은 나지만 이 정도는 휴일 나들이의 기본이다.

▲ 사적 제292호인 김포 덕포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격전지이다. ⓒ물향기신문

4시간 만에 도착한 대곶면의 덕포진(사적 제292호)을 우선 둘러보았다.

전시관에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 함대와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 군함과 맞서 싸웠던 중포와 소포가 전시되어 있다.

덕포진 포대 진지를 둘러보기 위하여 언덕을 오르자 김포만의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이마를 쓸고 간다. 탁 트인 전경과 포대 진지, 파수청(각 포대에 공급할 불씨를 보관하던 장소), 손돌목(대곶면 신안리에서 강화군 광성보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 등의 역사적 유물이 나를 경건하게 만든다.

▲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덕포진교육박물관의 교실. ⓒ물향기신문

100m 옆의 덕포진 교육박물관을 들어서자 김동선 관장님께서 학교종을 땡땡 치면서 우리 일행을 반긴다.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제일 먼저 배운 동요가 떠오른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이곳은 전직교사 출신인 김동선, 이인숙 부부가 설립한 사립 박물관이다. 1996년 개관하여 두 분의 일상이 KBS 인간극장에 5부작(2013년 12월 30일~2014년 1월 3일)으로 방영된 곳이다.

우리는 40~50년 전 과거로 돌아갔다. 나무나 갈탄을 때던 난로 위에 찌그러진 알루미늄 도시락이 올려져 있는 교실에서, 작고 삐걱거리는 책상과 걸상에 앉아, 늙은 풍금 소리를 반주 삼아 동요 '꽃밭에서'를 부르며 초등학생이 됐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화도 한창입니다.

▲ 엄마, 아빠 어렸을때 옛날 교과서. ⓒ물향기신문

나는 충청도 두메산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열남매 중 막내로, 선천적으로 심장병과 기관지확장증을 갖고 기형아 아닌 기형아로 태어나 잔병치레가 많았다. 엄마의 걱정 속에 여덟 살 되던 해부터, 면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를 매일 4km나 걸어서 등하교하며, 내일을 꿈꾸던 겁쟁이 소년이었다.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벌써 회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라고 적힌 작은 교실에서 수업을 마치고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신 김동선 선생님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며 전시관을 둘러본다.

책보를 등허리에 메고 검정 고무신을 신고 여름엔 땀에 젖고 겨울엔 추워서 언 손을 호호 불며 오가던 등하굣길,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닐 형편이 못 되어 가마솥에서 미국에서 원조해 준 강냉이 가루로 쑨 죽을 양은그릇으로 받아먹던 점심, 면민 전체가 참여하여 운동장이 떠나가라 목청껏 응원하던 가을 운동회, 겨울 난로 피울 때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 산을 헤매며 따던 솔방울, 책이 귀하던 때라 순번을 기다리며 돌려가며 읽던 손 때 묻은 동화책, 이 모든 추억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1층에는 교실, 각종 교육실과 사진관, 이발관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1970년대 고등학교 교복과 교련복이 비치되어 있어 지인들과 나는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다시금 그 시절(고교생)로 돌아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 과거 학생들에게 유행했던 잡지. ⓒ물향기신문

한쪽에는 1960~70년대 고교생들이 열심히 읽었던 월간지 <학원>과 <여학생>, <소설 주니어>도 있어 내 눈에 확 생기가 돈다. 내가 중학교 3학년부터 구독하여 문학이라는 예술에 눈을 뜨게 하고, 고교 3년간 학생기자와 '만나고 싶었습니다'란에 모델로 활동했던 <학원> 잡지가 반가웠다. 더구나 우연히도 내 수필이 실린 1975년 10월호 <학원>이 전시되어 있었으니 나의 기쁨은 더욱 컸다.

2층에는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입구에 한문을 읽히던 서당을 재현해 놓았다. 또한, 온갖 교육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3층에는 학교에서 돌아와 농사일을 도왔던 농경문화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고 농기구와 옛 생활용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탈곡기, 메기틀(새끼 꼬는 기계), 가마니 짜는 기계, 도리깨, 어리(병아리를 가두어 기르던 망태), 소달구지, 수차, 풍구뿐만 아니라 인두, 다리미, 다듬이, 화로, 담뱃대 등을 만지며 체험할 수 있다.

▲ 옛날 농사할때 쓰던 농기구들과 생활용품들. ⓒ물향기신문

이 많은 자료를 오랫동안 수집하고 관리해 온 김동선·이인숙 부부 관장님.

투여한 시간과 자금과 정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몇 가지는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기증한 것도 있다지만.

40~50년 전 초중고교생으로 되돌아갔던 우리 일행은 오후 7시가 되어 서둘러 오산행 차에 오른다.

여행하면서 그 지역(김포) 특산 먹거리를 맛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이다.

점심은 ‘메밀 돈가스’로, 저녁은 늦은 시간이라는 이유로 ‘발아 현미 호빵’으로 차 안에서 해결했다.

박민순  시인, 수필가/오산시문학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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