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아파트 경비원이 비인격적 대우에 항의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사진은 피해자의 빈소. ⓒ연합뉴스

오산시 원동에 위치한 A아파트, 그곳의 관리소 시설관리 직원과 경비원은 입주자대표회의 동 대표들에겐 종이요 노예요 개에 불과했다.

나름대로 60평생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건만 일생 듣지 못했던 폭언과 야유, ‘잘라버리겠다’는 해고의 협박 앞에 왜 그토록 비굴해야만 했던가!

부모님을 들먹이고 처의 신체 부위를, 심지어 자식들까지 저주하고 침 뱉기, 이마로 들이박기, 배로 밀기.... 동대표가 무슨 벼슬인양 “주머니 손 빼 이 xxx야” “눈x 내리 깔아 x새끼야” “아 참 너 엄마 뒈졌지?” 등 교양이나 인격은 찾아볼 수 없는 모독을 서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심야에 남녀 동대표들이 술을 마시다가 전화를 했는데 빨리 안 받는다는 것, 오라 가라 하면 쏜살같이 오고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다른 일을 하던 중이라도 지나가던 여자 동대표가 분부하면 즉시 응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정직한 노동으로 장시간 근무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을 감수하며 알량한 법정 야간 휴식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폭언과 폭행, 협박에 시달리면서까지 항변도 못 했다.

이유는 오로지 연명할 수밖에 없는 빈곤의 현실 때문이었고 결국 나는 개가 되어야만 했다.

화장실 변기가 막혀도, 벌레가 많아도 호출당하여 똥물을 덮어쓰면서 서비스를 해야만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악취가 진동하는 비위생적인 대형 정화조 밑에 들어가 스크린조에 걸려 있는 오물(그중에는 콘돔, 생리대, 심지어는 음식물 쓰레기까지)을 제거해야 했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을 수개월을 내 인생에서 빼고 싶었다. 잊고 싶었다.

그러나 최근 경비원의 분신자살로 인하여 잠재돼 있던 내 속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타올랐고 ‘그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는 막연한 의무감이 펜을 잡게 했다.

물론 나의 이 글이 아직도 그곳, 오산 A아파트에서 비굴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동료였던 분들의 처우 개선이나 분신 후 애석하게도 운명하신 그분의 동료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감시 단속직 근로자 –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감정 노동자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하지만 바뀌어야 할 인권 사각지대의 폐해에 대해 몇 가지 지적과 제언을 함으로써 최소한의 사회적 각성과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먼저, 문제점으로
1) 입주민과 동 대표들, 부녀회, 노인회, 입주자 선거관리 위원회 등 수없이 많은 역대 대표들, 위원들, 회장들, 총무들, 그들은 한결같이
① 신분 상승 욕구의 권위주의와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우월감 (해고의 영향력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음)으로 관리소 직원(경비원, 기사, 심지어 소장까지-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코뼈가 부러질 정도-)을 향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 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점
② 1120여 세대(18년 된 아파트 23평형)로서 20여 개의 도급업체 선정에서 ‘갑’의 권한을 쥐고 있으므로 늘 입주자 대표회의 과반 수 이상 찬성을 위해 동네 조직폭력배처럼 이합집산 또는 주먹다짐까지 불화와 야합이 끊이지 않는 점
2) 지방자치단체 등 감독기관의 무관심이나 방관 –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일들이니 자체 해결이 원칙이라는 입장이 문제 발생 시 유권해석 또는 관리소에만 과도한 서류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종결될 뿐 근본적인 해결이나 대책 마련에 행정적 조치 미온적
3)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포함)의 견제 전무(全無)
4) 구조적 모순을 인지하면서도 입법 개정이나 각종 규정 또는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당국의 입장
5) 열악한 근무 여건 및 처우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고용 형태
6) 무엇보다 왜곡된 시민의식 등이라고 보며

다음, 개선 방안은
1) 동대표제도, 부녀회, 노인회, 선거관리위원회 등 전면 폐지 – 아파트 전체 입주자 대표 한 사람과 감사 2인만 두며 선거관리 위원회의 업무는 관리소에서 맡고(사실상 현행) 각종 업체 선정 도급 입찰 건의 조건 및 계약 등은 정부 인증기관 전자입찰을 통하고 해당 지역 감독기관의 검토 및 승인을 받도록 한다.
2) 행정기관은 많은 인구가 밀집, 주거하는 아파트 단지 내의 현실을 직시하고 복지와 인권존중의 최소 단위임을 자각하여 적극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행정을 요망한다.
3) 지역 시민 사회 단체의 관심 촉구를 독려한다.
4) 입법, 행정 기관(경찰서 포함)은 대다수 인구가 밀집 주거하는 형태의 아파트 단지에 관한 문제점 및 제도 개선을 위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한다.
5) 관리소 직원과 경비원 미화원들은 수만 볼트의 전기가 들어오는 변전실과 수도 및 소화전 설비의 기계실, 가스공급 라인의 위험성을 감시하며 수십 대의 노후화 된 승강기의 안전사고 등을 대비한 점검 및 순찰을 24시간 동안 하고 있으며 수천 명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보다 당당할 수 있기를 바라며 노동 관서에서는 노동자의 신고로만 움직이지 말고 현장 방문 등 적극적 노동행정을 해 줄 것을 희망한다. (근무 표준 매뉴얼 등을 제정해 주면 좋음)
6) 그래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닌 주민이 많이 있으니 자체적으로 주거환경과 직결되는 단지 내 노동자의 근무여건 개선과 인격적 처우에 관심을 두고 입주 문화를 만드는 운동을 펼쳐 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감시, 단속직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지급에 따른 감원 소식과 나의 이러한 진술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어이없음을 표현했던 선진 외국에서 30년 이상을 살다 오신 지인의 눈동자가 교차하여 내 가슴을 때린다.

모쪼록 삼가 고인이 천국에서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김상진  전직 아파트 경비원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