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악’ 아닌 공적연금 강화 위한 ‘정부의 책임’ 필요

▲ 신정숙 오산 통합진보당 당원. ⓒ신정숙

요즘 공무원연금 문제가 전국적 핫이슈로 떠올랐다. 각종 매체에서 연일 공무원연금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 중 공무원연금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보도하고 있는 기사가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스럽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개혁을 추진하고자 하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논리만 국민들에게 앞세우며 언론플레이를 할 게 아니라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입장도 수렴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지만 공무원연금 문제가 개악이 아닌 개혁으로 일컬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공무원들에게 무슨 특혜를 베풀었던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며,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할 때가 왔을 뿐이라는 당당함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위해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라고 꼽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금개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얼핏 보기에 이 두 나라가 연금 인하를 하겠다고 하는 게 우리나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질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의 핵심은 ‘정부의 책임성’이다.

공무원연금 부담률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정부와 공무원이 각각 7%씩 연금을 부담하고 있지만 독일은 공무원연금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2005년 연금개혁 원칙 중 하나는 평균 소득액의 80%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 안의 연금액은 2015년 임용자는 96만원, 2016년 임용자는 76만원으로 지급액을 국민연금 수준인 소득 대체율 40%로 하락시키는 것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연금 인하만 먼저 말하지 말고 독일 정부의 전액 부담과 오스트리아의 평균 소득액 80% 지급 원칙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국책기관인 KDI의 2006년 <재정 안정화와 제도 선진화를 위한 공무원연금 정책연구> 보고서에 나온 ‘독일은 공무원연금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등 국가의 책임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대목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보다 더 문제의식이 있는 것은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이다. 어떤 이는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한 마디로 공무원연금의 민영화라는 우스운 말까지 내뱉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의료부문 민영화를 비롯하여 공적 부문까지도 정부의 책임을 저버리고 민영화하려는 시도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결국 공무원연금을 사적연금으로 돌리는 것은 정부에게는 그동안 공무원연금 고갈의 책임에 대한 면피가 따를 것이고 금융자본에는 엄청난 규모의 사적연금 시장을 확보하게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일 뿐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공무원을 비롯한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사적연금 활성화의 포문이 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뒤에는 반드시 국민연금 개혁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공무원연금 논의에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주로 말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연구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실질소득 대체율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애 평균소득의 5분의 1 수준 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연금을 상향화해서 실질적 노후보장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책임을 높여야 한다. 즉, 공무원연금 개편에 대한 논의의 전제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정부의 책임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9년 기준 각국 정부의 GDP 대비 연금 지출률은 OECD 평균 8.3%, 독일 11.3%, 오스트리아 5.1%이나 우리나라는 2.4%로 34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2009년 공적연금에 대한 정부 기여율은 OECD 평균 19.6%, 독일 19.9%, 오스트리아 22.8%이나 우리나라는 9.0%로 비교 국가 중 10% 미만인 국가는 캐나다와 스위스밖에 없다.

정부 안대로 공무원연금이 개편된다면 이후 순서는 국민연금 개편이 될 것이라는 공무원단체의 주장을 귀담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이 강제로 가입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07년 70%에서 현재 40%까지 떨어지고,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연금개편을 ‘연내 처리’로 시일을 못 박고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여서는 안 되며,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5년 동안 당사자와 국민이 참여해 연금개편을 논의하였고, 스웨덴도 집권당과 노조가 긴밀하게 논의하며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4대강 사업비에 22조원, 유지비용으로 5년간 21조원, 수공 부채액 8조원 등 천문학적 숫자를 허공에 날린 새누리당이 어떠한 반성도 없이 공무원연금 개편을 논의하는 것부터가 뻔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돈이면 공무원연금은 당장 문제가 될 것도 없지 않은가.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금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며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신정숙 오산 통합진보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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