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남 오산세월호대책위원회 간사. ⓒ강경남

2014년 4월 16일 8시 48분경 우리는 짤막한 뉴스 자막과 함께 세월호 사고 소식을 무심히 지나쳤다. 모두 구출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확신은 곧 절망으로 변했다. 476명 중 293명을 차가운 바닷속으로 보내야 했고, 아직까지 11명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길을 떠났던 수많은 아이들을 놓쳤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도 놓쳤고,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길을 떠났을 이주노동자도 놓쳤다.

아버지의 딸을 부르는 절절한 외침을 들어야 했고,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를 들어야했고, 아직 세상의 험난함을 받아안기에는 너무 어린 아가의 눈망울을 마주해야 했고, 친구를, 동생을, 아버지를, 어머니를 잃은 수많은 이들의 비통함을 마주해야 했다.

가족들의 울부짖음과 그들의 시린 등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기성세대로서 이토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함에 모든 사람들은 집단적 우울증을 한동안 심하게 앓았으리라.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행위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가득 안겨주었다.

많은 국민들에게 그들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아이를 살려낼 것이라는 믿음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됐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세월호 정국을 통해 자신들의 이득을 노리는 꼼수정치에 더욱 가슴을 쳐댔을 것이다.

조작된 분향소 방문 논란, 라면 의전, 수영교육 등 도무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치면서 세월호 참사가 청문회 스타를 만들어내는 정치인 입문의 장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전국적 흐름 속에서 오산 지역의 세월호 활동을 진행해 왔다.

관 중심의 조직된 활동은 아니었지만, 삼삼오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조용히 진행했다.

처음 세월호 대책위는 오산에서 희망을 잃지 말자. 노란 리본을 묶어 안산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걸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대책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제2의,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국가적인 안전시스템 구축과 왜! 사고가 났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오산에서는 1차 500여 명, 2차 600여 명, 3차 300여 명의 시민 서명을 안산 대책위에 전달한 바 있다.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책임이 마땅하다. 지난 시절 김선일 씨의 총격 피격사건을 보면서 온 국민이 아파하고 국가가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하여 강하게 저항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가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국민은, 시민은 힘들어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관피아, 해피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세월호! 유병언! 이들의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대책위는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잊지 않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때이다.

그 어떤 이념이 사람의 존엄성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좌파이건 우파이건.

다시는 살릴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릴수 없었다는 읍조림을 듣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거리에 나설 것이다.

오산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매주 2회 오산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이런 말을 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곧 국가이다.

국가를 소중히 여기는 그런 사회이길 소원한다.

[이 게시물은 뉴스타워님에 의해 2015-05-14 19:35:12 사설에서 이동 됨]

강경남  오산세월호대책위원회 간사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