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 길 탐방> 수원의 길을 걷다. ‘효행길‘ 1편

수원의 팔색길 중 ‘효행길’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인 현릉원을 참배하러 갈때 왕래하던 길이다. 지지대비를 시작으로 매교교까지 총 3시간이 소요가 되며, 매교교에서 융.건릉 까지 더 걷는다면 3시간 정도 더 소요된다.

이번 효행길의 주요 경유지로는 지지대고개 -> 프랑스 참전 기념비 -> 효행공원 -> 어린이생태체험관 -> 미륵당 -> 노송지대 -> 노송마을 -> 파장동시장 -> 만석공원(만석거) -> 수원미술전시관 -> 소나무가로수길 -> 수원종합운동장 -> 은행나무가로수길 -> 장안문 -> 화성행궁 -> 팔달문 -> 매교사거리 -> 수원천(매교다리)까지 이어지는 12km 정도의 길이다.

효심이 깃든 지지대고개

장마가 소강기에 접어든 7월 8일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팔색길’에서 2번째로 걷게 될 ‘효행길’을 걷기 위해서다. 지지대고개를 가기위해선 버스를 타야 한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기다렸던 버스를 타고 이목동차고지에 내린 건 5시 40분 정도 날은 밝았지만 아직 새벽이라 공기는 시원했다. 앞으로 걷게 될 효행길 지도를 보면서 가야할 길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보았다.

<지지대고개>

평소 잘 아는 길이라도 혼자 걷는 건 약간 두려움이 앞선다. 잘 걸을 수 있을까? 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 잠시 걱정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드디어 출발점인 지지대고개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라 지나가는 차가 가끔 한 대씩 지나갈 뿐이다. 20년 전만 해도 도로가 좁았는데 참 넓어졌다. 6배는 넓어진 느낌이다. 20년 전 과거 속의 수원과 현재의 수원은 정말 몰라 볼 정도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우선 인구가 지금은 113만 인구에 이르고 도심지도 몇 배는 넓어진 것이다.

지금은 도로가 나고 경사면도 크지 않지만 그 200년 전엔 어땠을까? 참 힘든 고개였을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행차하는 속도가 너무 안나 느리다 느린 지지대(遲遲臺)고개라고 했을까? 지지대고개의 정확한 어원을 찾아보니 역시나 200여 년 전 정조시대로 올라간다.

수원을 떠나 환궁하는 길은 북쪽에 있는 이 고개를 넘어야 했고 이 고개를 넘으면 한동안은 다시 어버이의 묘소마저 바라 볼 수가 없음을 한탄하며 얼마쯤 가다가는 멈추고, 화산을 바라보고는 또 가다가 멈추고 하여 행차가 너무나 지지(遲遲)하여 그때부터 그 고개를 지지대(遲遲臺)라 불러 온 것이라 한다.

<지지대비>

그러나 지지라는 뜻이 보통 느리다는 것이 아니고 옛 부터 부모를 생각해서 지지하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한다. 부모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마음을, 고향 부모님 집을 떠나며 떠나기 못내 아쉬움을 남겼던 마음을, 정조는 그 마음을 느끼며 이 고개를 그렇게 넘어간 것이다.

또한 지지대고개엔 지지대비가 있다. 조선 정조의 지극한 효성을 추모하기 위해 1807년(순조 7)에 화성 어사 신현이 건립했다고 한다.

‘지지대고개’에서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린 고개이자 부친에 대한 지극한 효성의 감정을 넉넉히 알 수가 있었다. 비록 지금은 효행길 첫 출발지점으로 시작하지만, 정조대왕의 효심을 기려 그 효심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팔색길 그 2번째 효행길 그 시작을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잠시 자유를 위해 희생된 넋을 위로하다

지지대고개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프랑스참전기념비’가 있다. 이 비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 프랑스군의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1973년 10월에 국방부가 건립했던 것을 2001년 11월 한국과 프랑스 문화를 접목한 추모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된 것이다.

<프랑스참전기념비>

프랑스참전기념비는 6.25 한국전쟁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강원도 지역의 한국 지형을 모태로 하여 구릉과 능선 등으로 참전비 앞 바닥을 조형물로 표현하면서 한국전에서 산화한 288명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288개의 작은 사진을 바닥에 조형물로 전시해 놓고 있다.

프랑스참전비 앞엔 광교산으로 가는 산행길이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광교산 등산객들의 것으로 보이는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역시 광교산은 어느 코스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가 보다. 이곳 역시 이른 아침인데도 광교산을 등산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광교산을 오르고 있었다.

정조의 효심의 깃든, 효행공원

‘프랑스참전기념비’를 지나 곧 효행공원으로 들어섰다. 효행공원엔 정조대왕상을 비롯, 어린이생태체험관등이 있으며 무엇보다 인근 주변엔 소나무들이 굉장히 많아서 꽤 운치가 있는 노송길 구간을 걸을 수 있다.

<효행공원 정조대왕 동상>

효행공원은 정조가 아버지인 장헌세자가 묻힌 융릉을 참배하며 다니던 고개 지지대비 옆으로 그의 효성을 추모하고 본받기 위해서 조성된 공원이다.

효행공원의 잘 조성된 길을 걸으며, 이목동차고지 쪽으로 내려오니 오래된 다리가 하나 보인다. 이 다리엔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비석의 내용을 보니 ‘괴목정교(槐木亭橋)’ 라고 쓰여 있다.

기존의 괴목정교 표석은 보존차원에서 수원역사박물관으로 이전되어 있고 지금은 임시 표석으로 세워져 있는데 이 다리는 옛날엔 느티나무로 다리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이는 다리는 총연장 12m, 교폭 6m, 높이 2m의 다리로 1979년 완공되었고 수원에서도 오래된 다리 중 하나다.

수원을 들어오는 첫 다리 괴목정교(槐木亭橋)를 건너니 이목동차고지 맞은편에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 역시나 수령 200년이 넘는 오래된 느티나무다. 운치가 있는 가로수 길을 보니 잠시 200년 전 이곳의 풍경을 그려보았다. ‘길을 따라 느티나무들과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광교산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으며 물소리와 새 소리, 느티나무로 만들었을 법한 교각 하나가 떡 하니 서있는 모습이, 당시 참 풍경이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대 고개를 넘어 첫 번째 만나는 수원의 다리니 그 다리를 반기는 정조의 마음 또한 어땠을까?‘ 잠시 생각속에 빠져본다.

오래된 소나무들의 쉼터 노송지대

이목동 차고지에서 큰 길을 건너 옛 1번 국도인 노송지대 쪽으로 걸어가면 우측으로 잠시 옛 삼풍수영장이 보이고 그 길 양 옆엔 오래된 소나무들이 500여 미터 장관을 이루며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노송지대>

노송지대는 200년 전 조선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내탕금(왕의 사비) 1000냥을 하사해 능행차 길목 5km구간에 소나무 500그루와 수양버들 40그루를 심은 것이 군락을 이루게 됐다.

‘80년대 들어 도시화로 인해 지금은 3-40그루 정도만 기념물로 남아 있다. 최근엔 소나무 길을 곳곳에 조성하고 있어 이 지역이 정조의 효심이 깃든 지역 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서 잠시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의 조경문화는 어땠을까? 이 인근에서 조선시대 조경문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융.건릉에 있다. 조선시대 왕릉에는 유교적, 풍수적인 전통 기반의 조경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여러 나무중 제왕적의 성격이 강한 소나무는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나무 중 하나였다. 융릉에서도 소나무의 위치는 가장 중요한 지대인 봉분 위쪽 상층목에 심어져 있다. 지지대고개에서 내려오는 노송지대는 그만큼 정조대왕이 융릉을 참배하러 가는 길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장안구 최고의 전통재래시장을 만나다

장안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파장동시장에 이르니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대부분 문이 닫혀 있다. 일부 빵집 등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분주히 오늘 하루 판매할 빵들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파장동시장의 대략적인 크기가 갑자기 궁금했다. 길게 이어져 있는 파장동시장을 걸어 보았는데 그 길이가 400-500미터 정도의 길이에 양쪽의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상점들의 간판을 보니 특정 품목만 파는 전문시장이 아닌 여러 물건들을 파는 종합재래시장의 성격이 강했다. 이곳 인근엔 보건대가 하나 있어 자취를 하는 학생을 비롯 인근 대단위 주거단지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시민들이 많이 애용할 것으로 보였다.

<파장동시장>

또한 이곳 파장동시장엔 먹거리가 발달되어 있는데 바로 구운 빵가게, 전국에서 올라온 약초가게, 과일가게, 찰옥수수집, 꿀호떡집, 착한가격의 반찬집 등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전통재래시장만의 분위기를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옛 1번국도 길을 계속 올라가니 소나무가 식재된 가로수길을 볼 수 있다. 곧 만석공원(만석거)에 다다랐다. 6시 부터 걷기를 시작해 만석공원에 이르니 대략 시간이 7시 30분 정도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김홍범 기자(flashcast@naver.com)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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