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의 산책> 오산 독산성 숲길

▲ 보적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일출

<제1편> 배려남 이윤진씨와의 함께한 숲길 체험

새누리당 오산시장 선거에 참여 했다 고배를 마신 이윤진 씨가 “경선 패배에 연연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자신만의 갈 길을 가겠다”며 오산 갈곶동에 있는 독산성 산행에 나서 모처럼 만의 ‘명사와의 산책’을 시작했다.

오전 7시, 독산성 동문에 위치한 백제시대의 고찰 보적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돌아보니 멀리 동탄시가 보인다. 인구 40만이 함께 살 수 있다는 동탄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 보적사 주차장 입구에 세워져있는 안내간판

이윤진 씨는 “선거라는 것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진다는 것이 좋은 경험은 아니다. 그런데 졌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다보면 앞으로도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독산성에 올라오면 늘 백제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다.”고 한다.

먼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숲길을 돌아보기로 했다. 독산성 아래의 숲길은 오산 삼남길 구간의 일부다. 이 숲길의 아름다움은 정평이 나있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기 위해 이 길을 찾는 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독산성 삼남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쉽게 짐작이 간다.

숲길의 진입로 넓이는 대략 3m 정도이지만 걸어 들어갈수록 좁아져 나중에는 약 1.5m 정도의 소로를 따라 30여분을 걸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윤진 씨는 “이 길을 걷다 보면 화가 났던 마음이나 흥분했었던 것들이 차분히 정리될 수 있는 무엇이 생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 숲에는 행복바이러스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독산성 숲길에서의 이윤진씨

▲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숲길

말 그대로 숲길의 중간쯤에 이르자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잔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내안에 스며드는 듯 했다. 어느덧 길도 좁아져 두 명이서 어깨를 마주대고 걷기에 더없이 훌륭한 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팔을 벌려가며 길을 걷고 있었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이 맛, 이 기분, 이 길을 보존하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에 일행 모두가 동의를 했다. 길의 중간을 넘어서자 이정표가 나온다. 숲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한신대 방향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곳동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이 숲길이 삼남로의 한 구간임을 알 수 있도록 표시해 놓았다. 삼남길은 조선시대에 남쪽지역에서 한양에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과 보부상들이 이용하던 길이라고 한다.

▲ 숲길이 삼남길의 한 구간임을 알려주는 리본

삼남길 구간의 끝 지점에 이르자 나무와 목재로 길을 막아 차량진입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시설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윤진 씨는 눈살을 찌푸리며 “오산시 행정이 저런 것 하나 가꾸지 못해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 길 입구를 굳이 저렇게 하지 않고 예쁜 쪽문으로 해도 되는 것을 저렇게 쓰레기들로 막아놓으면 안된다.”며 주섬주섬 쓰레기들을 모은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도 쓰레기들을 모아 한쪽으로 치워 놓았다.

길의 끝에서 왼쪽으로 산에 오르는 길은 경사가 위험할 정도임에도 아무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나무 계단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겨우 산에 올라 좁은 산길을 타고 가니 또 깊은 계곡이 나온다. 그때 이윤진씨가 언제 준비해 왔는지 긴 동아줄을 꺼내고 반대편 나무에 묶기 시작했다.

이윤진씨는 “지난번에 이곳에 왔을 때 이 계곡이 너무 위험해 보여 이렇게 밧줄이라도 묶어 놓으면 길을 내려가는 사람이나 올라오는 사람이 지금 보다 쉬이 지나갈 것 같아 밧줄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이윤진씨가 경사가 급한 계곡에 밧줄을 묶고 있다.

확실히 밧줄이 있으니 오르내리기 수월했다. 나도 전에 이곳에 몇 번 왔었지만 불편하다고만 생각했지 남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었다. 밧줄을 다 묶고 길을 따라 가니 숲들이 화들짝 하고 놀라는 듯 시끄럽다. 생각보다 잘 보존된 숲이다.

한 5분을 더 걸었을까 널찍한 주차창이 나온다. 그 유명한 전두환 헬기장이다.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에 그의 친인척을 방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헬기장은 한동안 오산 시민들의 운전연습장으로 애용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저 산행을 하기 위한 사람들의 주자장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주차장을 지나 본격적으로 독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독산산성(禿山山城)으로 불리는 독산의 뜻은 ‘대머리 산’ 이라는 뜻이다. 과거에 이 산의 정상이 워낙 뾰족해 ‘촉산’이라고 하기도 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가파른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 독산이다.

제2편은 7일 수요일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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