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정성이 살아있는 아산 영인산성

백제의 숨결이 느껴지는 역사의 현장
살아있는 역사와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고 돌아가게 될 것

백제 또는 마한 사람들이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은 충남 아산시 영인면 아산리에 소재한 비교적 큰 산성으로 분류되는 향토유적이다. 신령스러운 영인산 정상부를 둘러쌓고 있는 영인산성은 지난 2010년 한국이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격고 있을 당시 아산시의 일자리창출사업의 일환으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영인산성 탐방은 오산 독산성의 복원 방향과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수원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영인산에 처음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긴 것은 정비가 잘 된 커다란 주차장이었다. 많은 차량들이 동시에 주차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주차장의 규모를 보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영인산 안내 표지판들

▲ 영인산 산책로에 자리잡은 각종 시비

영인산 하단부 주차장에서 영인산 휴양림까지 오르는 동안 정비가 잘된 길이 산으로 오르는 방향을 안내하고 있었다. 차량의 통행과 사람의 통행이 서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길 한쪽으로 허공에 나무데크를 깔아 만든 길은 걷기에 너무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전체적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데크위를 걸으면서 영인산 전체의 오르막길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그래서인지 휴양림안에 별도의 주차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영인산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인산성을 포함해 산 전체를 수목원으로 조성했기 때문인지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띠었다. 또 산을 보호하기 위한 세심한 정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띠어 산림관리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영인산 휴양림의 시작지점에서부터 영인산성까지의 거리는 약 3.2km 이다. 이 구간을 걸어가는 동안 방문객들을 위한 작은 쉼터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특이한 점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쉼터들이 도로위의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도록 도로 옆 허공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보행자를 위한 배려, 걷는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맘에 쏙 들었다. 또 휴식에 들어간 사람들도 보행자와 떨어져 있어 보다 편안한 휴식이 될 수 있도록 휴식공간이 조성됐다.

▲ 등산로 관리의 정석을 보여주는 영인산 등산로

휴양림 입구에서 영인산성을 가려면 산림박물관을 거쳐 가거나 산림박물관을 우회해서 등산로를 따라 산에 오르면 된다. 등산로는 어찌나 정비가 잘되었는지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우기가 여름에 집중되는 지역은 토사의 유출이 심각한 살림훼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데 영인산 등산로는 이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했다.

등산로의 산사면 하단부에는 산림의 침식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배수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반대쪽 산 아랫부분은 물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높이를 조절하고 인위적으로 식목을 한 구간들이 많았다. 또 배수로 아래의 흙들이 산 아래로 유출되지 않도록 물의 속도가 완만해지는 구간까지 돌로 된 배수로를 만들어 우기에는 작은 폭포로 보이지만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등산로 자체의 기울기를 배수로가 있는 쪽으로 역간 기울게 만들었다. 영인산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대단히 세심한 배려다.

영인산 휴양림 정상부에 위치한 산림박물관 코스를 다 지나면 본격적으로 영인산성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영인산 하단에서부터 시작되는 산성을 보기위해서는 산림박물관 옆의 소로를 따라 약 o.4km 걸어가야 한다. 산성방문자를 위해 만들어진 이 소로는 특별한 이름은 없었지만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숲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마치 잘 정비된 밀림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관리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산성입구 4로 400m 구간

소로에는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는 기화요초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중간 중간 관리자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로 중간쯤에 도착하면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작은 크리스마스추리를 연상시키는 전나무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무자체가 어찌나 예쁘던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밀림 속에 만들어진 크리스마스추리를 배려한 영인산 관리자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드디어 영인산성의 입구에 도착했다. 휴양림에서 산성의 입구까지는 약 1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산성입구의 한편에는 돌로 만들어진 작은 정원이 사람을 쉬어가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참 별것 아닌 돌 조각들인데 다시 한 번 이산의 관리자가 영인산을 자기 집 정원처럼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산성을 오르기 시작했다. 성벽을 보호하고 관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계단은 끝없이 산정산을 향해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위해 고무로 매트를 설치해 관람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조성된 계단은 총 956개이다. 956개의 계단을 올라가면서 자세히 영인산성의 성벽을 볼 수 있다. 말이 956계단이지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는 소리다.

▲ 산성입구에서 올라가는 계단 총 956계단이 성벽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 전체 956계단 중 500계단 코스에 있는 무너진 성벽

성벽의 돌들은 전체적으로 규암과 화강암들이 골고루 섞여있어 영인산에서 다듬어진 돌들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성벽의 돌들은 대체적으로 납작한 것들이 사용되었으며, 인위적으로 납작하게 잘린 면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 성이 축성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돌을 쪼개는 기술이 발달한 조선시대에 축성된 성곽들을 보면 벽돌과 자연석이 일정한 규모로 조합되어 있다. 반면 삼국시대에 축성된 성벽들은 서로 크기가 다르지만 납작한 돌들을 포개어 성을 만들었다. 영인산성도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옻이 젖을 정도로 땀을 내가며 500개의 계단을 지나는 시점에 성곽의 무너진 단면을 볼 수 있다. 무너진 성벽의 돌들을 보면 전체적으로 영인산성 성벽에 사용되어진 돌들의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납작한 돌들이 성벽 외부에 쌓여진 반면 성벽 내부의 돌들은 납작한 돌 이외에도 단순히 성벽의 공간을 메우기 위한 다각형의 돌들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납작한 돌 위주로 만들어진 성벽

계단 오르기만 30여분, 쉬엄쉬엄 오르는데도 숨이 차는 계단 오르기는 956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끝이 났다. 삭신이 아프다는 말이 실감난다. 성벽이 끝나는 시점에서 성벽을 대신해 성을 이루고 있는 것은 자연지형이다. 성의 북사면에 해당하는 지역은 산 자체가 절벽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축성을 하지 않았다. 자연지형위에 그저 여장형태의 흙 돋움만이 있었다.

자연형태의 절벽을 따라 5분정도를 걸어가며 영인산의 정상(363m)에 도착하게 된다. 산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더라면 군 지휘부가 있었을 산의 정상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서쪽으로는 아산만과 곡교천이 한 눈에 들어오며, 서남쪽으로 아산시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다. 또 동북쪽으로는 아산 평야와 평택시가 보인다.

▲ 영인산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

이 산의 정상에 산성을 만든 이유를 실감할 수 있는 시설이다. 영인산 정상에 군사들이 주둔했었다면 적군의 전진과 후퇴를 한 눈에 알아보고 군사들을 배치하기가 용이했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내려오는 길옆에는 성의 일부인 깃대봉과 연화봉을 만나게 된다. 영인산성은 영인산 정상과 깃대봉, 연화봉 모두를 포함한 큰 산성인 셈이다. 깃대봉과 연화봉 사이의 길 자체가 영인산성 북쪽 성벽 상단부에 해당된다. 약간의 축성 흔적들이 보이며, 성의 외부에 속하는 북동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자연지형을 제대로 이용한 성이 영인산성이다.

연화봉 위에 조성된 ‘시련과 영광의 탑’은 우리민족의 고난과 극복에 대한 상징물로 최창규 전 독립기념관장이 앞으로 잘해보자는 뜻이 담긴 장문의 글을 남겼으며, 이 글을 탑 주위의 벽에 새겨놓았다.

시련과 영광의 탑을 다 돌고 하산하면서 만나는 ‘흐느재’길 옆은 성의 동쪽에 해당한다. 성벽들이 일부 구간만 남아 있으며, 콘크리트 계단이 여장을 대신하고 있어 향후 복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또 무너진 구간들이 많아 아직 복구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흐느재를 지나 다시 산림박물관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산성 탐방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빠른 걸음으로 돈다면 한 시간 이면 충분하겠지만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면 좀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산성의 일부인 연화봉위에 건립된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

산림박물관에서 휴양림사무실 방면으로 가는 동쪽 우회로는 두 사람이 어깨를 마주하며 지나갈 수 있는 산책로이다. 이 산책로 또한 토사의 유실을 막기 위해 등산로 자체의 경사를 조절해가며 조성됐다. 주 등산로가 토목공사에 의한 산림보존공사를 했다면, 작은 등산로는 일일이 사람의 손길로 조성된 듯했다. 산을 위한 배려와 정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소로다.

등산로 끝에 다다르면 가족들끼리 휴식을 겸하면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집들이 눈에 띤다. 동물 또는 버섯모양의 집과 그 집문 바로 앞에 넓은 평상을 만들어 그 위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야외에서 음식 해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품을 반영한 시설이다. 어디선가 삼겹살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전체적으로 영인산은 사람과 산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가에 대한 모법답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편의시설의 부족은 좀 더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았다. 바쁜 현대인들이 휴양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얻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살아있는 역사와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탐방후원 : 독산성문화재단 추진위원회
글과 사진 : 경기리포트 전경만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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