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아이들보다 현명한 아이들을 위한 국제학교
호김심 충족을 위한 배움이 즐거운 학교로 유명세

모든 사람이 다 똑 같을 수 없는 세상, 그럼에도 다름보다 통일만을 강조하는 한국교육의 문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발전하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의 폭이 넓어지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고민의 폭도 깊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은 늘 똑같음만을 고집하기에 최근에는 다양한 학교들이 차츰 생겨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에 소재한 ‘에른스트슐러’ 국제학교도 남들과 다르지만 보통의 아이들보다 현명한 아이들을 위한 국제학교로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에른슈트슐러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일 토요일 오전이다. 수원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에른슈트 슐러는 충정북도 청주시 000동에 위치한 작은 국제학교다. 아직 학교자체건물이 없어 일반 건물을 이용하고 있는 에른슈트슐러에서 제일먼저 만난 사람은 엘리베이트앞에서 학교가 소재한 층을 찾고 있을 때였다.

“어디를 찾으세요.”
누가 봐도 학생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학생이 먼저 걸어온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한 일이다. 수원에서 학생들이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은 이상하고 또 신선했다. 학생의 안내를 받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교장실이었다.

교장실! 하면 꽉 막힌 공간에서 자기만의 성을 만들고 사는 그런 지체 높은 사람일 줄 알았지만 에른슈트슐러에서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딱 1분 만에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의논하고 함께 뛰어 노는 공간과 아무런 막힘없이 열려 있는 교장실, 학생들과 교장이 마주보고 대화가 가능한 열린 공간에 교장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 학생들의 공간과 교장의 공간이 유리창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취재진을 반긴 한희송 교장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다른 학교들하고는 분위기가 좀 다르죠!”라며 말을 걸어왔다. 확실히 일반의 보통학교 보다는 분위기가 달랐다. 일반 학교들이 쥐죽은 듯한 정숙을 강요하며, 조용한 걸음을 강요하는 것과는 달리 에른슈트슐러는 자유분방함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충분히 절제된 행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교장은 “우리 학교에서는 스스로 깨닫는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 학생들이 흡연을 하거나, 폭력적 문제가 있다면 통제하기 보다는 그것이 왜 나쁜지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학교의 방침이다”고 말한다.


   ▲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중앙 홀

이어 한 교장은 “일반학교에서 학생들이 쓰는 반성문 같은 것을 보면, 학생들이 정말 반성해서 반성문을 쓰지는 않는다. 그런 것 보다는 왜 내가 반성문을 써야 하는지, 그것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인지가 중요하다. 스스로를 설득 못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에 대해 보다 많이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우리 에른슈트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은 한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길 위의 인문학‘을 체험하는 날 이었다. 길 위의 인문학은 한국의 역사적 유적지를 학생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유적과 유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것을 통해 현재를 재조명해보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날 방문한 유적지는 청주에 소재한 ‘청주고인쇄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심경이 청주 흥덕사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흥덕사 옆에 세워진 청주고인쇄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활자에 대한 각종 기록들을 정리해 모아놓은 역사적 장소다.

한 교장은 청주고인쇄 박물관의 빈 강의실을 빌려 청강생들에게 우리나라 인쇄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재미있는 말을 했다. 강의 중에 무식한 사람이 현명한 사람을 이긴다는 뜻의 강의를 하면서 “지식공부가 되어 있는 A라는 사람은 지식공부가 부족한 B와 싸우면 늘 진다. 그것은 A가 B가 처한 상황을 이미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기려 하지 않고 이해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옳은 판단이고 맡는 말이다.

이어 그는 “길 위에 인문학은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1시간이 좀 못 미치는 강의가 끝나고 실제 견학에 들어갔다. 많은 학생들이 한 교장의 설명을 듣기 위해 고인쇄박물관의 유적들을 둘러보며 많은 질문과 대답들이 이어졌다. 잠깐 돌이켜 보면 여태까지 이런 강의가 있었던가 싶다. 정규 초중고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살아있는 강의와 교습, 공부를 재미삼아,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에른슈트슐러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견학도중 한 학생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청주에 사는 초등학생들이었는데 방과후 수업으로 오늘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하는 학생들은 정규 학교공부보다 에른슈트슐러의 강의가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아서 온다고 한다. 그것도 매일 학교가 끝난 후 에른슈트슐러에 들러 이곳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강의를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즐거워 보인다.

통상 방과후 학습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수업을 배우기 위해 책정되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의 수업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어 또는 피아노 등 단조로운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따로 방과후 수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은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초등학생이나 중등학생들이 한국의 재미있는 역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고 궁금증 또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곳 수업에 참관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 방과후 학습의 일환으로 '에른슈트슐러 국제학교'의 강의를 찾아온 학생들


   ▲ 에른슈트슐러 국제학교에 재학중인 학생과 학부모

   ▲ 길 위의 인문학 현장에서 학생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한희송 교장

 정규 에른슈트슐러에 다니는 학생들과 학부모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를 이곳 청주에 맡기고 있다는 인천의 한 학부모는 “에른슈트슐러의 커리큘럼이 상당히 맘에 들고, 믿음직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적성에 맡는 것을 우선 가르치는 것 같다. 아이들이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 과목이나 공부 등을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 배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또한 비슷한 말을 한다. 자신의 이름을 박병훈이라고 밝힌 학생은 “여기에서의 공부는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생활도 무척 재미있어서 떠나는 것이 싫다. 그래서 원래 졸업인데 한 학년을 더 다니기로 했다. 배운다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전에는 몰랐지만 이곳에 와서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설마 배우는 것이 즐거울 리가 있을까 싶지만 이곳 학생들 대부분이 배우는 것이 즐겁다고들 말한다. 에른슈트슐러 학생들이 배우는 책을 들여다보았더니 전부 영어 원서다. 하다못해 수학도 영어로 된 원서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즐겁다고 한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것에는 반드시 뭔가가 있을 법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것은 인터뷰 자체가 너무 짧고 이런 곳에서 배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