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와 안산시 그리고 군포를 사이에 두고 우뚝 솟아 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수리산은 경기 남서의 명산이다. 해발 498m의 태을봉을 중심으로 슬기봉과 관모봉이 한남정맥을 이루고 있어 정상에 오르면 김포를 향해 줄을 이어가고 있는 경기도의 정맥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안양시 병목안 지점에서 오르다보면 조선 후기에 헌종이 천주교를 박해하던 기해박해 때, 천주교신자들이 숨어 들어와 담배를 가꾸며 살던 담배촌을 지나게 된다.

담배촌은 조선의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崔良業)의 가족들이 겪은 수난사를 기록한 순례지가 있다. 최양업 신부의 어린 동생들은 당고개에서 죽음을 당한 많은 신자 중 어머니의 주검은 못 찾고 아버지 최경환의 주검만을 거두어 그들이 살던 수리산 골짜기에 묻었다. 그 무덤자리는 지금도 남아 있어 천주교신도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순례지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평탄하다. 수리산 능선에 공군부대가 있으며, 공군부대의 보급로 개설 때문에 자연스럽게 능선까지 길이 열려있다. 그러나 고저가 없는 계속되는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일찍 지칠 수도 있는 길이다.

산의 능선에까지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인지 계곡 주변을 따라 산속 깊숙이까지 식당과 편의시설들이 들어와 있어 고즈넉한 산행을 방해하곤 한다. 산을 오르는 와중에도 좁은 도로에 차들의 왕래가 많아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깊은 산중에 까지 영업허가를 내주고 있는 안양시의 행정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경기 남서부의 명산이자 도립공원 수리산의 중턱에까지 식당이나 모텔의 영업허가를 내주고 있다는 것과 무허가 식당들의 난립은 시의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안양시가 좀 더 세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였다.

공군이 만들어 놓은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니 본격적으로 수리산의 능선이 나온다. 공군부대 정문 옆으로 이어진 샛길을 통해 태을봉으로 향하는 샛길은 시작부터 가파르다. 수리산을 대표하는 암석들이 규암이라는 것을 말해주듯 산의 주 능선을 따라 돌출되어 보이는 암석들은 날카롭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산행을 해야 한다.

공군 관사에서 출발해 20분 정도를 더 걸어가면 데크로 이루어진 산행길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안산시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한 눈에 들어오는 안산시의 정경이 눈에 잡힐 듯 말듯 한 모습에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드는 사람들.......`

태을봉까지 가는 길은 험했다. 관사에서 약 2.8km 구간 동안 뾰족한 바위들이 많아 부상의 위험이 높았으며, 구간이 너무 가팔라서 우회할 수밖에 없는 길도 있었다. 그래도 바람과 규암이 만들어 놓은 깎아놓은 절경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능선 옆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바위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신선이 될 수 있는 명승지가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온다. 수리산에 오르려면 장갑이 필수라는 사실을 여기 와서야 알게 될 만큼 바위들의 면면히 날카로웠다. 일부 구간에서는 바위틈을 타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땀이 어깨를 적실 때 까지 약 30분 정도를 아슬아슬한 능선을 타고 걸으니 태을봉이 나온다. 태을봉은 수리산의 주봉으로 해발 498m 이다. 비교적 낮은 산인것처럼 보이지만 주변에 높은산이 없어 경기 서남부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북서방향의 안양시와 남동 방향의 군포시가 이 태을봉을 기점으로 갈라진다. 행정상 태을봉은 군포시에 속한다. 그래서 인지 태을봉 정상 안내판에는 수리산 전체의 등산로가 아닌 군포시에서 바라본 수리산 등산로만 표기되어 있다.

태을봉에서 관모봉 그리고 다시 안양 병목안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2시간 이면 된다.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일반인의 산행이 드문 코스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중간 중간 밧줄이 연결된 구간이 많다. 밧줄의 도움 없이 내려가기 어렵기 때문에 설치된 줄이지만 부실해 보여 교체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리산의 산세가 가파르기 때문인지 산속 휴게소 두 곳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등산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쉬어갈 수 있도록 했으며 의료진이 도착할 수 있는 하늘길을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산을 내려오다 보면 안양시 병목안 사업을 기념한 쌍둥이 돌탑 두 개를 보게 된다. 충북 마이산에 있는 것과 같은 커다란 두 개의 돌탑은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 사이의 만남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 피라미드를 연상하게 하는 돌탑에서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잠시 고민이 됐다.

전반적으로 수리산은 악산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규암으로 이루어진 산답게 뾰족하며 절벽은 가파르다. 일부 구간은 아예 전문 장비가 없으면 등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수리산은 안양시와 군포시의 명산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며 긴 계곡을 사람에게 휴식터로 내어주고 있다. 다만 관리는 좀 필요할 듯 했다.

슬기봉에서 태을봉을 거쳐 관모봉에 이르는 구간은 대략 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아이들과 등산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는 구간이 있지만 우회로를 이용하면 일일 가족 산행 코스로 안성맞춤인 산이다.

전경만 편집국장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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