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교에서 시작된 좀비는 노동력 착취의 대상에 불과했지만 좀비는 대중문화와 만나면서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색다른 방향으로 진화 발전했다.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했던 좀비는 발전을 거듭해 인간을 공격하는 성향으로 바뀌었다. 또한 과거 좀비파우더라는 독에 의해 좀비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만들어낸 독소나 화학물질에 의해 변이된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좀비의 진화방향에 대한 설정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과거 대중문화가 그려냈던 좀ㅂ들은 동작이 느리고 지능이 없는 형태의 것으로 신체건강한 사람이면 피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최근의 좀비는 공격성향이 더 강해졌다. 동작도 빨라져 달리기도 가능해졌으며 지능도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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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기2015> 좀비로 변해가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리를 다룬 좀비물

처음 좀비를 대중문화로 끌어들인 영화는 1968년 조지 A. 로메로의 미국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였다. 이 작품에서 로메로는 부두교 좀비에 흡혈귀의 특징을 가미시켜, 새로운 공포의 대상인 ‘살아있는 시체’를 만들어냈다. 뒤에 나온 좀비물은 대부분 로메로가 창조한 좀비의 영향을 받아 정형화 했다.

로메로 이후 좀비 영화는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좀비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대체로 B급 취급을 받아 제대로 성장할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었다. 그러나 분명한 B급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확실하게 끌어당긴 좀비 영화 한편이 등장해 세계영화인의 가슴을 설레게 했으며 좀비물에 대한 새로운 기반을 다진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황혼에서 새벽까지(From Dusk Till Dawn)’가 그 영화이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지난 1996년에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감독을 맡은 액션·호러 영화이다. B급 영화제작의 황제라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맡았고 명배우 조지 클루니와 하비 카이텔, 쿠엔틴 타란티노, 줄리엣 루이스가 주연을 맡아 숱아 화제를 만들어 낸 영화다. 그러나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좀비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흡혈귀물로 분류되기도 한다.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공중파 방송에서는 드라마를 만들어 미국인들에게 좀비에 대한 구체적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좀비는 다양한 인물로 확대된다. 좀비는 흡혈귀의 노예(드라큘라)에서부터 영혼 없는 노동자(내 애인은 좀비)`인간을 공격하는 사악한 존재(새벽의 황당한 저주)`인간의 실수로 만들어진 병기(바이오하자드) 등 인간이 만들어 낸 흉악스런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좀비를 가장 화려하게 등장시킨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이다. 영화명 ‘레지던트이블’로 알려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영화 이전에 지난 1966년 캡콤사에 의해 개발된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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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하자드의 유니코드   

바이오하자드(biohazard, biological hazard) 또는 바이오해저드의 원래 뜻은 생물재해(生物災害), 생물(주로 미생물)이나 생물로부터 파생된 물질이 외부 환경에 유출되어 일어나는 재해를 말한다. 주로 의학 연구를 하는 실험실이나 병원에서 병원성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일을 의미하며, 동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물질의 유출도 포함된다. 생물재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물질이나 구역은 취급자의 경각(警覺)을 위해 심벌이 붙는다. HCS/WHMIS의 바이오해저드 로고에도 동일한 심벌을 사용한다.

유니코드에서 표시 U+2623을 소재로 사용한 게임이 너무 유명해지고 널리 알려지게 되자 게임을 바탕으로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만화영화 바이오하자드시리즈에서 3D 영화까지 만들어지고 나중에는 러시아의 대표적 미녀 ‘밀라요보비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레지던트이블 시리즈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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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지던트이블>의 주인공 '밀라요보비치'

레지던트이블에 등장하는 좀비는 과거의 좀비와는 그 격을 달리한다. 좀비는 느리고 어리석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과격하고 용맹하며 때로는 몬스터적인 성격을 부여받아 인간을 괴롭히는 케릭터로 등장한다.

레지던트이블 시리즈에 등장하는 좀비는 인간을 물면 물린 인간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과거와 같지만 보통의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인간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과거보다 훨씬 발전한 형태다. 또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초능력에 가까운 좀비적 특성, 예를 들면 신체재생능력, 우월적 지능과 초인에 가까운 신체적 능력을 겸비하게 되는 설정은 좀비를 우상화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레지던트이블 시리즈는 2~3년을 주기로 발표됐으며 지난 2014년 5편까지 나왔으나 아직 시리즈가 끝난 형태는 아니다.

좀비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에 하나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라는 영화다. 과거 미국의 TV 시리즈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2007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윌 스미스’라는 걸출한 영화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인간의 원죄와 희망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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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한 장면

딸을 빼앗긴 좀비가 집요하게 인간을 공격하면서 딸을 돌려받고자 했던 상황과 좀비가 된 여자를 인간으로 돌려보고자 했던 의사와의 사투는 숨을 죽이고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메시지는 희망에 있다. 좀비가 되었어도 부성애라는 인간성을 놓치지 않은 좀비와 결코 인간은 무너질 수 없다는 의사의 집념은 결국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인간성을 간직할 때 비로서야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 들어서면 좀비는 더욱 인간적으로 발전한다. 세계적인 명배우 ‘아놀드슈활제네거’가 출연한 영화 ‘매기(Maggie)’는 의붓딸이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과거의 좀비영화가 피로 얼룩졌다면 영화 매기는 무너지는 슬픔과 이를 바라보는 부성애를 잔잔히 보여준다.

좀비 영화는 오랜 시간 동안 좀비를 발전시키고 다양화 했다. 그리고 아직 그려야 할 형상도 남아 있지만 좀비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우리시대의 절망과 이유 없는 분노를 담아내면서 인류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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