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위해 독일에서 건너 온 작가 이지은

“저는 능 공간이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공간이란 마치 공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순환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유동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늘 불안함을 유발하는 공간을 잡아두고자 했습니다. 그 방법을 사소한 일상 속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죠. 저는 공간의 안과 밖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전시를 위해 독일에서 건너왔다는 작가 이지은(여, 32세)을 만난 것은 21일 오후 2시경 팔달구 화서문로 82-6(북수동)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의 제1전시실에서였다. 한창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앞두고 전시장 준비에 바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작가의 전시 제목은 ‘이지은의 <자유공간실험 -Forschung fuer Zwischenraum>展’이다.

“전시를 위해 독일에서 건너왔어요. 2010년에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로 건너갔으니까 5년 정도 되었네요. 국민대학교 예술학부에서 입체미술을 전공한 후 국민대학교 예술대학원 입체미술 전공(석사)했어요. 조소가 전공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 브레멘 국립 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전공했고요.”

수원 팔달구 행궁동 대안공간 눈에서 열리는 이지은의 전시장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이지은 작가

나이보다 앳되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이지은 작가는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전시공간의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바쁜 손길을 움직인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품을 담아 온 커다란 가방이 짐을 풀고 난 뒤 치우지도 않아, 그것도 작품인 양 자리를 잡고 있다.

“독일에서 작품을 저 가방에 넣어서 들고 왔어요. 그래서 큰 작품은 가져오지 못했고, 소품 위주로 가져왔죠. 오늘 작가와의 대화시간에는 직접 작품을 조형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저기 놓여있는 비닐봉투에 쌓여있는 것이 바로 오늘 관객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사용할 공간이 되는 것이죠.”

이지은 작가는 물건을 살 때 흔히 사용되는 비닐봉지가 공간을 일시적으로 담아 둘 수 있는 매체로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비닐봉지를 다양하게 이용한 실험적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개별적인 작업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비닐봉지라는 오브제를 작업의 주제로 끌어오게 된다. 이 모든 것이 한 가지 물건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하였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들이다.

전시준비를 하는 이지은 작가

많은 활동을 하는 작가 이지은

이지은 작가는 2007년부터 각종 단체전에 참가를 한다. 2007년 Youngster 2, 갤러리 영(서울), 2008년 Transfer, 갤러리 호(서울) 외 다수, 2009년 SHA SHA, 공평아트센터(서울) 등의 단체전을 마친 후 독일로 건너가게 된다.

2011년에는 SOOT, Klassenausstellung, GaDeWe(브레멘), 2013년에는 grooop, OMS Art Gallery(뉴욕)와 12 plus 9 –Fruehe Netzwerke, 주립미술관(브레멘) 등에서 전시를 가졌다. 2014년에도 Landgänge, Gesellschaft für Aktuelle Kunst Bremen(브레멘)과 Belebung der toten Winkel, Zeitraumexit(만하임)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1년 Hochschulprize 1등(브레멘 국립 예술대학교), 2014년 패스파인더 디자인어워드 포스터 부분 대상(국민대학교) 등을 수상한 이지은 작가는 2015년 Matching Fund 장학금,(브레멘 국립예술대학교)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세 차례의 개인전을 서울 미술공간 현(2009년) 브레멘(2014년), 그리고 이번 대안공간 눈에서 갖게 되었다.

작업 속에서 ‘집’이라는 대상으로 관심이 옮아가

“제 작업은 공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관심이 점차 '집' 이라는 개념적 혹은 실질적 대상으로 옮겨졌습니다. 나와 타인과의 실질적인 거리감에서 감정적인 거리감으로 생각을 집중하다 보니, 타인과의 간격을 유지하고 개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인 집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 것이죠.”

이지은 작가는 그런 집이라는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 안에서 그 내면성을 찾아보고자 노력을 했다고 한다. 사생활이 있는 집과 그 공간을 규정 지어 주는 벽이라는 시멘트 덩어리를 생각하다 보면, 일상 속에 재미있는 상황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다 보면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작가는 생각 혹은 기억의 오류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사용되었던 물건을 쓰거나 구체적인 경험 혹은 행동들을 작업에 투사하여 '집' 을 이용한 작업들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바로 작가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과, 작가가 생각하는 공간 사이의 거리가 보이고는 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가방 안에 넣어 한국으로 건너 온 이지은 작가. 대안공간 눈에서 만날 수 있는 그녀의 공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간과는 딴판이다. 그것은 그 공간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의식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3일까지 계속되는 작가 이지은의 공간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