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는 드물게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인 처용무를 이수 했다. 과거 국립국악원으로 전승이 되는 처용무는 남자들도 키가 큰 사람이라야 감당을 했던 정재(呈才)이다. 그런데 여성이 차용무의 이수자라니 조금은 놀랍다. 놀라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15년 동안 재인청의 춤에 빠졌다고 한다. 한 마디로 순간적으로 접한 춤의 박(拍=박자)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재인청 춤 장단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세상에 이런 박도 다 있나 싶었어요.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춤 장단에 완전히 빠진 것이죠. 그래서 재인청 춤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벌써 햇수로 15년이 지났네요. 인천 서구에서 예전에 도당굿을 한 장소를 찾아내고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재인청 춤을 무대에 올려요.”

권미영(여, 48세. 인천시 서구 석남동)은 단국대학교 체육대학 무용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과에서 궁중무용을 전공했다. 어린 나이인 7세부터 춤을 추기 시작한 권미영은 현재 인천서구문화예술인회 무용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무 · 향무용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 춤만 갖고 공연을 올리면 구경을 하는 관람객들이 지루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춤들을 함께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죠. 보는 사람들이 좀 더 흥미를 갖다보면 우리 춤에 대한 소중함도 함께 느낄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춤을 곁들인 무대 열어

춤은 전통을 중요시한다. 전통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춤꾼들에 의해 지켜졌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전통을 지켜가면서 그 전통을 습합한 춤을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누구나 편하게 춤을 추고 배울 수 있는 그런 무대 또한 필요한 것이다. 전통에 근간을 둔 춤이야말로 이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권미영 회장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무용예술강사이면서 경원대, 인하대, 연세대 등에서 교양체육과 생활체조, 교양무용 등을 강의했다. 노력파인 권미영 회장은 양생체조지도자 1급. 하모니댄스 2급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다. 또한 노인체육지도자 자격증도 갖추고 있어 우리 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인천은 경기도당굿을 하던 재인청의 화랭이인 이용우 등이 판을 열던 곳이다. 이용우는 인천의 동막은 물론 장봉도, 영종도, 백령도, 영흥도, 자월도, 살섬, 떼무리섬, 용유도, 덕물도, 덕적도 등에서 판을 벌였다. 이렇게 섬 지역에 들어가 판을 벌이면 3일 밤낮을 춤추고 먹고 마시며 소리를 했다고 한다.

인천에 재인청 춤 뿌리 내린다

인천은 바로 그런 이용우를 비롯한 재인청 산이들의 놀이판이었다. 경기도당굿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판을 벌인 곳 역시 인천 동막과 부천 장말이었으며 이 당시에도 화랭이는 재인청의 기능을 익힌 이용우였다. 이렇듯 인천과 재인청의 화랭이들과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인천에 재인청 춤을 전승시켜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천이 재인청 화랭이들이 여러 곳에서 굿을 하면서 터벌림춤이나 진쇠춤, 소리와 재능을 선보인 곳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많은 예인들의 흔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종교적인 문제로 무대를 올리지 못했을 때는 정말 안타깝기도 했죠. 제가 이 재인청 춤을 지키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현재 생활무용 인천시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권미영 회장은 춤 전공자를 비롯해 30여명의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무용인들이라는 것이다. 과거 재인청의 화랭이들이 누비고 다니던 인천. 권미영 회장에게서 그들의 혼이 담긴 춤이 오롯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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