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남사당풍물놀이보존회 하현조(여, 40세). ‘하영주’라는 구명(舊名)으로 부르던 작은 꼬마 소녀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안성시 서운면에 소재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였다. 30여 년 전 작은 꼬마 아이가 무동을 타고 춤을 추는 모습이 하도 귀여워 눈여겨 보았는데, 그 후 몇 년이 흐른 뒤 용인시 기흥에 소재한 경기도박물관 무대에 장고를 메고 올랐다.

멎은 듯하다가 소용돌이 치고, 때로는 무대를 휘젓다가 숨을 멈춘 듯하는 하현조의 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공연장에서 하현조를 만난 것이 횟수로 따져도 꽤 됨직하다. 늘 하현조를 만날 때마다 이 작은 아이가 나중에라도 큰일 한 번 치를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현조, 그저 ‘영주야’라고 부르던 꼬마 소녀가 이제는 아이가 딸린 40대의 완숙한 여인이 되었다. 그 숱한 세월 속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또 얼마나 많은 무대에 올랐는지 그저 궁금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분야가 다르니 늘 마음 한 구석에 담아놓고만 있었다. 이제는 무대 위에 선 모습을 한 번은 보아야할 것만 같다.

어려서부터 남사당에서 잔뼈 굵어져

하현조는 안성시 대천동에 거주한다. 어려서부터 남사당 상쇠인 김기복 선생을 따라다니며 남사당의 기예를 익혔다. 안성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영신대 전통음악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안성남사당보존회에 입단한 후에, 1987년에 경기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1호인 안성남사장 풍물놀이 상쇠인 김기복 선생에게 사사했다.

1996년부터 5년 간 신명축제 뭉치예술단 수석단원과 여성 타악그룹 동천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2002년 안성남사당보존회가 정식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된 후에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 풍물단에 입사를 한다. 그리고 2004년에는 덜미의 명인인 고 이수영 선생에게 사사한 후, 2005년부터 안성남사당 풍물놀이보존회 이수자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하현조, 그녀를 무대 위에서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무대 위에서 장고를 비스듬히 걸치고 마음껏 누비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래서인가 국, 내외 많은 공연과 전국 각처의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전라민속예술제 최우수상, 전주대사습 농악놀이 장원, 전국예체능 음악경연 최우수상, 전국 모범 청소년 정서부분 대통령상, 구미전국 국악대전 사물부문 최우수, 영평사 전국무용경연대회 신인부 우수 등이다. 그리고 2015년에는 경기도 문화예술인 경기도지사상을 수상했다.

관객과 하나 될 때 찌릿한 감흥이

“공연의 무대가 다양합니다. 그래서인가 공연을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달라요. 하지만 공연을 하면서 내가 장고를 메고 춤을 출 때 온 몸에서 느껴지는 희열과 관객들의 감흥이 하나로 합쳐질 때는 짜릿함을 느끼게 되죠. 아마 그런 느낌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 것 같아요.”

하현조는 자신이 스스로 설장고를 메고 무대에 올라 춤을 출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스스로 세상과의 타협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다듬어갈 나이가 된 것이다. 열광하는 객석의 사람들 때문에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한 예혼(藝魂)을 위한 몸놀림이 필요할 때이다.

30여 년 전, 그 앳되고 어린 소녀가 어느 날 조금은 숙녀 티가 나는 예인으로 무대에 올라서더니 이제는 세상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 다시 만났다. 그녀의 설장고를 맨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은 그녀의 춤태를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멋스러움을 익히 보았기 때문이다.

하현조, 그녀가 늘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어깨에 들러 멘 설장고와 하나가 되어 바람처럼 무대 위에서 맴도는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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