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시원하게 조망이 펼쳐진 곳. 화성시 정남면 관항길 332-21 황골농장이라는 안내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2층 가옥이 한 채 서 있다. 그 아래층에는 도예공방이 자리한다. 얼마 전인가 화성시 진안동 524에서 도예공방을 차렸던 한 작가가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24일 오후 길을 재촉했다.

우리가 흔히 병점이라고 하는 지역에서 ‘토나’라는 공방을 운영하던 김인순(여, 43세) 작가. 벌써 2년 전인가? 수원 인계동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작가를 만난 것이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공방을 수원에서 화성 진안동으로 옮겨 ‘토나’라는 공방을 꾸몄다가 다시 자연이 아름다운 이곳 정남면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모처럼 만난 작가지만 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인지는 묻지 않았다. 사람이 살다보면 다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연을 묻는다는 것이 어찌 보면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레에 앉아 흙을 세우는 작업을 하는 모습에서 그저 한 도예작가가 작품을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만을 했다.

“냉장고에 집어넣는 그릇이야 당연히 사서 사용을 하지만, 그 외에 밥그릇이나 국그릇은 제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또 제가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즐거움도 있고요.”

다양한 그릇을 만들면서 수없는 시행착오도 거쳐

처음 김인순 작가를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그동안 참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말끔한 자신만의 공방을 차렸다가 다시 자연 속으로 들어온 것도 그렇지만 여기저기 나열해 놓은 작품들 속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이 변화할 때는 인생도 변화를 했다고 했던가? 좀 더 성숙해진 작가의 작품들이 눈을 현혹한다.

“학교에서 많은 실험을 했어요. 유약으로 다양한 색을 내보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이렇게 많은 색을 직접 찾아냈어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놓인 많은 작품들 속에는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수상한 작품들과 지난해 일본전을 준비하면서 조형한 작품들도 보인다. 도자를 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작가는 지난해 명지대학교 자연사회교육원(용인 소재) 도예과에 들어가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학교에는 가스 가마와 전기 가마가 있어 시간만 잘 활용하면 작품을 소성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요.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들거나 학교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바로 소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병점에 있는 작업실에는 전기 가마가 있었지만 자리를 옮기면서 가마는 옮기지 못했다고 한다. 작가가 작품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만족한 작품을 만들고 최고의 아름다운 그릇 하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많은 그릇 중에서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도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눈여겨보고 좋아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그 이상은 바랄 것이 없다는 소탈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언젠가는 저도 장작 가마를 가져야죠.”

올해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꼭 10년째이다. 중간에 잠시 쉬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물레질을 하고 무거운 것들을 들고 다니다가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작가는 결혼을 해서 수원으로 올라와 홈패션 가게를 차렸다가 손해만보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우연히 도자기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이다.

“정말 열심히 도자를 만드는 데만 매달렸어요. 사람들은 참 이상하죠. 내가 열심히 도와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공방을 차려 그곳을 떠나지 별별 해괴한 소문이 다 나돌아요.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작품을 하는 데만 매달렸어요. 큰 상은 아니라고 해도 그동안 수상도 했고요.”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흙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인순 작가. 자신만의 공방에서 작업을 할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작업과 전시를 해야겠다면서 욕심을 내기도 하지만 아직은 실력을 쌓는 일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천에 공방을 차리신 선생님께 배우러 갈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고는 해요. 도자기를 만들면서 옛 도공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를 생각하고는 하죠. 그 분들 때문에 저희들이 그래도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평생을 가마에 불을 지펴도 그런 작품이 나올까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보아야죠. 그리고 원이 있다면 장작 가마를 하나 갖는 것이고요.”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김인순 작가. 흙으로 아름다움을 빚는 작업만큼이나 앞으로 더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만나게 되는 작가의 작품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까? 물레를 돌리며 모든 상념을 잊은 듯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작가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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