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무대 완벽한 공연장보다 길바닥에서 관중들을 만날 때 더욱 겸손해 질 수밖에 없어요. ‘한 판 흥겹게 함께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공연합니다. 소리꾼이 판을 이끌던 마당문화가 본래 우리 음악이에요. 관객과의 벽이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이죠!”

뉴스타워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공연을 마치고 달려온 누리예술단의 권미영 단장을 오산의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공연 직후라지만 담백한 개량 한복에 옅은 화장을 한 수수한 외모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전공으로 국악을 배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뒤늦게 소리를 배웠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 이수자로 결혼 이후 국악과를 편입 후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까지 졸업했다. 현재 경기도 내의 초, 중, 고등학교의 음악 교과에서 국악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학교 음악시간에 국악을 접하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서양음악이 주였고, 국악은 비중이 적었죠. 이젠 한국문화교육진흥원에서 음악교과 중에 국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강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100%공연만으로 생업을 이어가기 힘든 국악인에게는 국악 교육의 저변 확대가 반가운 일입니다.”

예중, 예고를 졸업하고 조기교육으로 음악을 하는 경우 쉽게 포기하거나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권미영 단장은 취미가 직업이 되었기에 일을 진정 즐긴다. 그렇다면 학교 안에서 국악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장구, 소고, 단소, 소금 등의 악기뿐 아니라 민요, 전통춤, 전통놀이까지 다양하게 가르칩니다. 타 교과의 융합수업처럼 국악도 마찬가지로 여러 영역을 접목하여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어요. 국악도 다른 예술과 접목하여 편하게 듣고,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비보이 공연과 사물놀이가 만나고, 창과 가요가 어우러진다. 신나는 놀이판과 같은 국악 공연은 남녀노소 좋아한다. 본래의 형식과 틀을 고집하는 전통만 내세울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선생님 오늘 꿀잼이었어요!” 하면서 ‘엄지척’ 할 때 가장 보람이 크다고 말하는 권미영 단장. 뒤늦게 국악인으로서 살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다른 워킹맘들과 마찬가지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중학생, 고등학생 두 아이가 잘 자랐기에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아이가 어릴 때 연습하고, 공연을 다니고, 예술단을 꾸려나가면서 힘들었다. 예술가가 생활인으로 살기 위한 공통적인 어려움일 것이다.

“누리예술단은 ‘찾아가는 문화활동’ 이나 ‘아트데이트 사업’ 등 상설공연장이 아닌 소외지역, 복지관, 학교, 관공서, 기업체, 전통시장 등에서 이루어질 때가 많습니다. 판소리, 민요, 사물놀이, 부채춤 등 퍼포먼스 식의 공연을 선보입니다. 공연과 관람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판문화’를 앞으로 더욱 하고 싶습니다. 재미도 있고, 개인적인 성장도 큽니다.”

예술의 벽을 무너뜨리고, 일반인과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가는 누리예술단은 현재 10여명의 단원들과 함께 활동한다. 권 단장은 앞으로의 바람을 한 가지 제안한다. 바로 미술, 서양음악, 국악, 사진, 연극 등의 예술장르 각각 따로 축제를 열 게 아니라, 종합예술축제의 이름에 걸맞게 하나의 큰 축제장에서 통합하여 며칠간 어우러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든 예술은 계층과 대상이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영역이 어디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대중공연을 이어나가는 권미영 단장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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