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수원남문로데오상가는 이제 거대한 예술의 거리로 태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곧 공연장이 개관을 서두르고 있는데 200석 규모의 이 공연장은 음향과 조명 등이 소극장으로서는 최고의 시설을 갖출 것입니다. 남문갤러리와 작은 소규모 갤러리들이 자리를 하고 있어 이제 명실공히 일반 상가거리가 아닌 예술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죠.”

26일 남문로데오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한중 상인회장은 그동안 상가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그런 노력으로 인해 오해를 불러오기도 해 마음이 씁쓸하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로데오거리가 전국 최고의 예술시장으로 바뀌는 날 더 많은 발전을 위해 미련을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문 로데오 거리. 한 때는 젊은이들이 하루 종일 거리를 활보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이 거리에서 자신의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면서 거리를 젊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거리가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하다. 젊음을 발산하던 ‘끼’가 보이지 않는다. 요즈음 불황인 경제를 들여다보듯 어느 시장통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한가한 모습만이 남아있다.

한 때는 젊음이 넘쳐나던 로데오거리

90년 초 이 거리에는 극장만 해도 6곳이나 있었다. 그 극장 앞에는 늘 젊은이들이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사람들은 이곳을 ‘로데오거리’라고 불렀다. 그만큼 활발하던 거리였다.

“저희 로데오거리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젊은이들이 하루 종일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수원역에 애경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젊은이들이 그곳으로 옮겨갔죠. 6개의 극장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디로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는 마치 커다한 동공이 뚫린 듯했어요. 그것을 살려내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김한중 회장은 그런 남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데오거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로데오 거리 한편에 청소년문화공연장을 개설하고 끼 공연으로 시작해 젊은이들의 무대인 K-Pop경연으로 이어지면서 차츰 젊은이들이 이 거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K-Pop은 우리 로데오상가 상인회가 상가거리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현재 청소년 공연장이 한 때는 노숙자들과 부랑자들의 천국이었어요. 대낮에도 술에 취해 싸움을 하고 옷을 벗어던지고 난동을 피우고는 했죠. 그런 볼썽사나운 꼴을 보지 않으려면 무엇인가 대안이 필요했어요.”

이곳에 청소년공연장을 조성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청소년공연장 자리가 팔달산으로 오르는 화성 밖이기 때문에 문화재 관리구역이라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문화재 관계부서의 대답이었고, 그것을 수 없이 찾아다니면서 설득한 끝에 청소년들의 보금자리로 만든 것이다.

청소년 공연장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차 없는 거리와 함께 벼룩시장이 열린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벼룩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상인회에 신고를 하고 표찰을 받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벼룩시장은 날이 갈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자구책 마련해 노력, 살아남기 위한 싸움

애경백화점이 수원역에 입점을 하면서 로데오거리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젊은이들이 모두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애를 쓰고 있던 차에 또 하나의 커다란 악재가 겹쳤다. 바로 수원역사 뒤편에 롯데쇼핑몰이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롯데쇼핑몰이 들어오면 더 어려운 난관이 닥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상인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것.

김한중 회장은 스스로 대책위원장을 맡아 롯데쇼핑몰 입점 반대를 시작했다. 수원시 22개 전통시장 상인회원들이 참여한 입점반대 시위로 인해 상생자금을 받아냈다. 시장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덜 보아야겠다는 자구책이 먹혀 들어간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기업들의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오는 수원시 상권을 조금이나마 손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저희들은 이래저래 많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 때가 호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 무엇인가 노력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빈 건물을 수원시와 협의하여 창업지원센터를 개설하고 200여명의 인원이 입주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성장지원센터도 문을 열었고요.”

그것만이 아니다. 로데오거리에 있는 작가들과 지역 예술가와 함께 2012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아름다운 테마거리 가꾸기를 추진해 왔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폐업중인 상당수의 빈 가게를 활용하여 야간조명을 설치하고, 그곳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거리를 아름다운 테마거리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한중 상인회장은 사업 추진을 위해 미술연합회와 협약식을 체결하였으며, 이로써 지속적인 미술작품을 제공받아 주차장 외벽에 거대한 갤러리를 조성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오직 로데오거리를 살려야겠다는 집념 하나로 이루어낸 것이다. 그 결과 남문로데오 거리는 점차 젊은이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테마거리로 바뀌어 보다 많은 시민이 찾게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상권도 더욱 활성화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로데오거리 전문 큐레이터 영입으로 변화 시도해

“올해는 전통시장 최초로 전문 큐레이터를 영입했습니다. 5월에는 한국락쿠협회와 함께하는 도예전을 열 예정입니다. 락쿠 소성기법은 한 시간 안에 소성이 끝나 참여한 사람들이 현장에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체험을 마칠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6월부터는 수원화성 방문의 해에 맞추어 두 달 동안 한 집 한 그림걸기 운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영입한 큐레이터 진달미 씨는 “수원 작가들의 작품을 30만 원선에서 매입을 할 수 있는 이 행사는 남문로데오거리 미술축제로 수원 유명작가들의 그림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아트마켓을 위해 많은 작가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한 때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누비던 남문 로데오거리. 팔달문 앞에 형성된 상가 중에서도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그간 김한중 회장의 많은 노력으로 조금씩이나마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로데오거리. 1km에 달하는 로데오 상가거리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김한중 상인회장은 “상인들의 적극적인 동참만이 사업을 성공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모두가 힘을 더해 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