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선생님이 넘쳐나는 시대다. 20년, 30년 전만 해도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진정한 스승 한 명씩 마음 속에 담아두곤 했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마음 속 스승 한 명이 존재한다. 바로 초등학교 2학년 서울 옥정초등학교에서 만났던 황신자 선생님이다. 성인이 되어 여러 번 선생님을 찾고자 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좀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보기로 했다. 5-6년 전 부터는 라디오나 신문 등에 기고를 했다. 황신자 선생님의 이야기가 모 문학상에서 주최한 대회의 수필상 수상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의 SNS 상에 사연을 올리기도 했다. 아직까지 선생님을 찾을 수가 없다.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스승찾기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직 교사에 제한되며,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한 교사일 경우만 찾을 수 있었다.

1985년도 6월 어느 날 친엄마가 화재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 엄마 없는 9살의 초등학생이 되어 버린 나에게 인생은 암흑과 같았다. 매일 우울하고 어두웠고 가난했던 날이 지속됐다. TV에서 ‘엄마’라는 단어만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전원을 꺼버렸다. 말없는 충격과 상처는 심했다. 그러나 당시 황신자 선생님은 제2의 엄마가 되어 주셨다. 기억나는 사건 몇 가지가 있다.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은 동생 챙겨주라며 남은 급식의 우유를 가방에 몇 개씩 넣어 주셨다.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셨던 아버지는 자식 뒷바라지 할 여유가 없으셨다. 아버지 역시 죽지 못해 살았던 시절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해 가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생님은 내 손을 이끌고 시장에 데리고 가셨다. 두 벌의 추석빔을 사주셨다. 노랑색 원피스와 브라운색 원피스 한 벌씩 사주셨다. 선생님이 사주신 옷을 입을 키가 훌쩍 클 때까지 2년을 입었다. 엄마 없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학교에 등교하던 나를 눈여겨보시고 조금이라도 돌보아주시려고 애쓰셨다. 그것뿐 아니다. 선생님은 나의 재능을 발견해주셨다. 선생님이 써 주신 통지표의 글귀를 수 백 번 읽었다.

“글짓기에 뛰어나고 각과 우수하니 계속 열심히 공부하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글짓기에도 뛰어납니다. 글을 쓰는 재능을 더욱 키워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이 써주신 재능과 강점은 정확했던 것 같다. 배우길 좋아하고, 호기심을 갖고 궁금한 것들을 공부했다. 평생 취미가 독서이자 공부이고 글쓰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국문과를 입학하고 졸업 후 입시 논술을 가르친 것, 책 3권을 쓰고, 글을 쓰는 기자가 된 것도 어찌보면 황신자 선생님 덕이 아닐지.

외로웠던 시절, 쓸쓸하고 우울함으로 엄마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9살 아이에게 작은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 주셨던 선생님이다. 소극적이고 조용했던 성격은 조금씩 세상 밖을 향하게 되었고, 학업에 자신감도 찾았다. 학교 교내 신문에 동시나 동화를 지어서 싣기도 했다. 이제는 퇴직하셨을 나이가 충분히 넘으셨을 텐데 살아계신다면 어디선가 이 글을 읽게 되신다면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1985년 서울 옥정초등학교에 근무하셨던 황신자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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