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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후문’을 펴낸 정수자 시인을 만나다정수자, 그녀의 시에는 역사의 아픔이 있다
하주성 기자 | 승인 2016.05.23 21:16

기자가 취재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부담이 되는 대상자는 바로 글을 쓰는 시인들이다. 아무래도 시(詩)라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문학인들이라 혹여 내가 쓴 기사가 시인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곳이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이기에, 그저 아름다운 시인과 아름다운 글, 그리고 아름다운 경관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면 절로 행복할 것만 같아 약속장소로 나갔다.

수원 팔달구 인계동에 소재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뒤편에 있는 플라타너스 숲길로 접어들었다. 멀리서 보아도 분위기 있는 여인이 커다란 숲길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 있는 모습에 사진 한 장을 먼저 촬영했다. 시인 정수자는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 40년. 1984년 세종숭모제전전국 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을 했으니 벌써 33년이 지났다. 그동안 시집 「탐하다」와 「허공 우물」, 「저녁의 뒷모습」, 「저물녘 길을 떠나다」가 있으며 이번에 「비의 후문」이라는 새 시집을 출간했다.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화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시를 쓰면서 워낙 많은 수상을 했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시는 삶에서 찾는 새로운 노래

“시란 삶에서 찾는 노래이거나 삶을 알아가는 새로운 내일이라고 생각해요.”

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하자 시에 대한 정의를 ‘삶’에서 만들어지는 노래이자 내일이라고 한다. 즉 시로 인해 사람들은 삶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詩)와 시조(時調)의 차이를 묻자, 시는 자유롭고 시조는 정형화 된 함축된 글이라고 대답한다.

“시조는 노래죠. 시조는 시조창(時調唱)이었는데 창은 음악이 되고 시조는 문학으로 남아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시조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오는 6월 4일에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시인들의 시에 노래를 입힌 창을 선보이려고 해요. 가수 인디언수니도 출연해 시 노래를 부를 예정입니다. 시를 노래로 만들어 들려주면 많은 사람들이 더 아름다운 시를 감상할 수 있다고 봐요.”

정수자 시인은 현재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동안 시를 노래말로 만들어 부르는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런 작업들을 통해 시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녀의 시에는 역사의 아픔이 있다.

정수자 시인의 시집을 받아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깊이에 빠져들다 보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시에 역사의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고무신이 벗겨진 채 소녀는 끌려갔네. 부를수록 집은 멀고 총칼은 목에 닿고, 악문 채 몸을 봉해도 군홧발에 녹아났네’.

어느 일본군 위안부의 <슬픈 고무신>이라는 시의 한부분이다.

“제 시에는 아픔이 있다고들 해요. 저는 시를 쓸 때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을 많이 이야기하죠.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슬프고, 힘들고, 그런 아픔을 글로 많이 표현합니다. 그런 아픔을 시라는 매체로 녹여내는 것이 시인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팽목항의 아침’이나 ‘폐사지 그늘’같은 시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수자 시인의 고향은 용인 광교산 자락이다. 어릴 적 고향집은 늘 그늘이 져 있는 동네였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의 그늘이나 삶의 그늘 등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그늘진 모습을 많이 표현한다. 그런 역사의 아픔을 표현하는 것은 함께 그 아픔을 벗어날 수 있는 분출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조시인 정수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오월의 녹음이 있다. 싱그러운 푸른색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시인인가 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모든 것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무엇인지 모를 싱그러움이 있어 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시가 좋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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