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접점을 이뤄 따뜻한 소통을 하다

1일 오전 파장시장을 찾았다. 길게 뻗은 시장 거리 위에는 더위를 피하려고 검을 비닐 차광막을 쳐놓았다. 시장 안은 계절을 알리는 상품들을 판매하기 위해 입과 손도 바쁘다. 재미있는 입담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맛깔 나는 말소리가 여기 저기 요란하지만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시장이니 이해가 되는 듯 싶다.

채소 가게에 아주머니들이 궁둥이 닿는 곳이면 여기저기서 걸터앉아 빠른 손놀림으로 채소를 손질하고 있다.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담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게 채소를 대부분 깨끗이 손질해서 판매해서 오전에는 고객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고 한다.

연세가 지긋하신 아주머니는 콩을 어찌나 빨리 까는지 기인에 가깝다. 그간 지나온 세월의 힘이겠다. 소쿠리에 수북하게 담긴 콩과 옆에 나뒹구는 콩깍지들, 이웃 친근한 아주머니의 인상이다. 어릴 적 엄마 따라 시장에 왔을 때 봐온 정겨운 풍경이다. 그 모습에 반해 촬영을 요청하니, 손사래를 치며 “에이 안돼요. 안 돼, 여기저기 너무 지저분해서 안 돼요. 지금은 그 전과 달라서 깨끗해야 해요. 사람들이 싫어해요”라고 깍듯이 말을 높이시며 사진 찍기를 거절하신다. 곧 사라질 풍경이라고 생각하니 이내 아쉽다.

젊은 상인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아주머니가 한참이나 이것저것 가격을 묻고, 버섯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네, 종자만 다른 겁니다. 맛은 똑같습니다”라고 상인이 응답한다. 작은 소리에 키도 작은 고객에 맞추기 위해선지 허리와 머리를 숙여 불편한 자세로 엉거주춤 한참을 서있다. 이것저것 퉁명스럽게 묻는 고객에게 상인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 보인다. 고객이 잠시 망설이자, 아무 말 없이 공손히 앞으로 손을 모아 대기한다. 고객이 손으로 상품을 선택하자 “이걸로 하나 드릴까요?” 대답한 후 물건을 정성스럽게 봉지 안에 넣어 고객에게 물건을 건네주고, 돈을 받고 허리 숙여 인사한다. 전통시장 상인의 의식이 이미 변화한지 오래다.

“이 더운 날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녀? 어디서 왔어?”라고 누군가 말을 건다. 이 아무개(여, 75세) 할머님이다. 소개를 마치고 장 보러 가시냐고 물으니, “여기 시장 안에 초등학교 운동장에 운동가. 아침이랑 저녁으로 가서 7바퀴씩 돌고 와. 이따가 집에 갈 때 찬거리 사 가야지. 여기서 오래 살았는데, 살기가 너무 편해. 시장도 가깝고, 늙은이가 집 말고도 다닐 때가 있어서 좋아”라고 말에 끝이 없다. 시장은 뭘 꼭 사지 않아도 말도 나누며 놀러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인근 교회를 홍보하기 위해 30대 초반의 여성분이 소포장 된 떡을 준다. “날씨가 너무 더워요. 드시고 힘내세요.” 시장에서 구매한 떡이라고 한다. 상인들과 오가는 시민들 할 것 없이 떡을 나눈다. 점포 안에서 떡을 받은 상인이 밖에까지 빠른 발걸음으로 마중 나오며 “날씨도 더운데 고생하네요”라고 말을 건넨다. 홍보용 떡임에도 서로의 안부를 물어주는 그 모습이 참 정겹다.

시장 길을 걷고 시장모습에 취해보고 사람들과 말을 섞으니 외관만 보고 시장을 판단한 것이 이내 부끄러워졌다. 파장시장에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타인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어 보인다. 한마디 건네는 말로 마음이 편해지는 이런 시장이 참다운 시장 아닌가 싶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을 이뤄 편안한 소통을 하는 것’이 파장시장이 갖는 큰 특징인 것 같다.

정조의 마음을 닮은 파장시장의 유래

파장시장의 이름은 파장동의 ‘파장’에서 유래되었다. 정조가 살기 좋은 화성을 만들고자 수원 들어오는 길 입구에 만석거(萬石踞)를 만들고 이곳에 연꽃과 파초를 심었다. 특히 정조가 그린 ‘파초도’ 역시 보물 743으로 유명하다.

파초는 단아하고 소박하며, 정갈한 이미지는 푸른 잎의 청정심을 상징한다. 또한, 곧은 줄기는 굽히거나 휘어지지 않는 절개와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단단하면서 심지가 굳은 파초의 모습, 바로 ‘파초도’를 그린 정조의 마음을 닮은 파장동의 유래를 보면서 파장동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파장시장은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1081번지 38(파장동) 일대에 소재하고 있다. 장안구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시장으로 약 30년 정도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파장초등학교 앞길 약 1km 정도에 노점상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형성이 되었다. 예전에는 5일장이 서는 날 봇짐장수들이 한양으로 올라가기 전에 이 일대에서 집결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2005년 6월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았으며 약 156여 개의 점포와 400여 명의 상인이 상주하고 있다. 농축산물, 공산품, 의류, 가공식품 등 전 품목을 취급하며 도매와 소매가 혼재한 시장으로 운영된다.

◇ 상인회장 이광진 인터뷰

유명 셰프 에드워드 권의 레시피를 활용한 특화 도시락 판매

현재 골목형 시장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진열 기법과 매대 설치 등 파장시장만의 특색 있는 먹거리 개발로 새로운 준비가 한창이다. 시장의 판세를 바꾸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평범하고 익숙한 것의 옛것에 창의력을 입혀 새로운 장소로 재탄생하려는 ‘온고지신’ 전략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자구노력이 지속화 되어야 한다.

이광진 상인회장은 “다른 시장에 도시락 카페에서 도시락 통을 들고 반찬을 사 먹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특화된 도시락을 조리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유명 셰프 에드워드 권의 레시피를 활용해서 6월부터 판매 예정이다. 이익금은 레시피 개발 및 시장의 먹거리 활성화에 재투자할 것이다.” 이런 준비가 선진시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은 도심과 주택단지에 있는 시장을 ‘1시장 1특화’하고 자생력 기반을 갖추는 주민친화형 시장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사업 취지를 살려 시장 음식의 특성화를 기획하여 각시가 차려주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라는 의미로 ‘각시밥상’이라는 도시락 사업과 ‘문화교류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문화교류센터는 시장 내 상인들과 지역주민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문화 공간으로 성인과 어린이 대상 교육과 도시락 만들기 체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시장 내 시급히 필요한 것에 대해 “시장 내 환경이 낙후되어 있다. 차단되지 않는 자외선, 현란한 간판, 붕괴한 도로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노후하고 불필요하게 큰 간판, 점포마다 제각각인 형태와 크기로 산만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또한 시장 내에 정차된 차량과 통행하는 차량이 고객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더군다나 시장 내 초등학교가 있어 차량 통행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파장시장은 풍부한 잠재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 내 초등학교가 있어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의 유입이 자연스럽다. 단편적인 것만 보아도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 공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파장시장은 오랫동안 지역 내에서 커뮤니티·문화·경제 등의 중심 장소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존재 의미가 크다. 새로 준비한 도시락 사업으로 인한 재탄생이 파장시장의 활력소가 되어 승승장구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신진우 기자  d973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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