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객에게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 줘요. 상인들도 물건을 받아서 파는데 가끔은 원치 않게 계절적인 요인 등으로 안 좋은 상품이 올 때도 있어요. 속여 팔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하고 이윤을 좀 줄이더라도 가격을 낮춰서 정직하게 장사해요. 당장은 손해일 수도 있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고객이 알아주더라고요. 그 신뢰로 몇 십 년 단골이 되기도 하고요”

착하게 장사하는 시장이 있다. 권선(勸善)이라는 지명답게 권선시장이 그러하다. 장사에서 착한 것이란? 눈앞에 당장의 이익보다는 늘 고객에게 친절하며, 상품에 대한 정직을 지키며 상품을 판매하는 일인 듯싶다. 그러면 신뢰는 자연적으로 쌓이게 된다는 걸 세월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권선시장의 유래

고려 시대 한림학사 이고 선생이 고려가 망하자 태조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고려 말 3학사와 더불어 수원으로 내려와 학문을 논하고 백성을 교화시키는 등 여생을 보냈다. 이때 지역 주민들에게 항상 선하게 살 것을 권했다고 해서 ‘권선(勸善)’이라는 지명을 붙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시장주변이 주택가 밀집 지역으로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단층 상하형 시장으로 권선구 지역의 유일한 전통시장이다. 1987년부터 동산건설에서 관리하였던 법인 형태의 점포를 1998년 각 개인에게 점포를 분양하여 현재는 모두 개별화되었다. 지역의 이름을 따 권선시장이라고 자연스럽게 불리게 되었다. 수원시 권선구 세권로 185에 있는 권선종합시장은 100개의 점포에 상인 수 100여 명이다. 상인들이 상인회로 전원 들어와 있을 만큼 단합이 잘 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서민들에게 주목받는 시장으로 거듭나다.

시장을 걷고 있자니 재래시장답다. 시설들이 오래되고 낡은 느낌보다 시장다운 정취가 풍겨 정겹다. 전통시장다운 위엄이 느껴진다. 기존에는 농·축·수산물, 공산품 등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으나, 시대의 변화에 자연스레 시장 내 업종도 변했다고 한다. 현재는 특히 순대와 족발, 회, 반찬, 떡, 떡볶이를 파는 점포들이 밀집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사가 더 잘 되었어요. 재개발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다 보니 장사가 안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거의 차타고 다니기 때문이죠. 예전엔 걸어서 많이 나오고 했는데 재개발되면 인구수가 많아져서 유입률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질적으로는 장사가 더 잘 안 되네요. 오래 한 노하우로 계속하고 있어요. 자체적으로도 인건비 줄이기 위해 부부 중심으로 하는 곳이 많아요. 인건비가 안 나가니 그만큼 고객에게 싸게 팔 수 있어서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2000년 중반부터 주변의 오래된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고 지역 공동화 현상으로 유동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시장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시장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며 저렴하고 정직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 꾸준히 도심 속에 정겨운 동네 시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철 상인회장 인터뷰

현재 김종철 회장은 건강이 안 좋은 상태임에도 회장직을 맡고 있다. “다 같이 하니까 괜찮아요. 세상에 혼자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경상도 바닷가 출신답게 구수한 말투에 뚝심도 경상도 사나이답다. 또한, 화합이 잘되고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권선시장다운 답변인 듯 보였다.

“처음에는 공산품 위주였는데 장사가 잘 안 되다 보니 먹거리 쪽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현재는 공산품이 거의 없어요. 저녁쯤 되면 순대와 족발을 먹으러 많이 와요. 먹거리가 변하니 요즘은 밤에 장사가 더 잘 돼요.”

순대와 족발이 권선시장의 가장 유명한 상품으로 부상하면서 권선시장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 때문인지 방송국에서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정규방송에서도 소개도 되었다. 수원에서도 권선시장하면 ‘족발과 순대’가 맛있기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방송국에서 우리 시장 족발집을 촬영해가고 유명 방송인이 족발이 좋다고 해서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한동안 엄청났어요. 평일과 주말할 것 없이 손님도 많았고요. 족발을 기존보다 배로 준비했는데도 초저녁에 다 떨어지기도 했어요. 여기는 그러한 홍보가 관건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업종으로도 손님이 골고루 와야지요, 모두 장사가 되어야지 상인들이 힘이 나지요. 홍보만큼 다른 쪽 매출로 안 이어져서 그게 걱정이지요.”

재래시장이 싸고 저렴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이 많이 찾는다. 권선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타 시장과 다른 특징은 주 고객층이 40~50대 남성이라고 한다. 고객층이 남성들이다 보니 주부를 타깃으로 하는 타시장과는 다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김 회장은 말한다.

“우리 시장에 맞는 여러 가지 마케팅 시도로 손님이 많이 찾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계획 중이에요. 우선은 시설적인 정비예요. 아케이드 설치를 다른 쪽도 하는 거예요. 시설에 대한 시장의 전체적인 정비를 해서 깨끗하고 쾌적해지면 손님들이 더 오지 않겠나 생각해요. 지금은 화장실이 노후 돼서 개선 공사 중에 있어요.”

2014년 현대화 사업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하수도, 전기조명, 간판을 재정비했다. 투명 아케이드 설치로 쾌적한 환경에서 장을 볼 수 있다. 주차장도 옥상에 갖춰 있다. 그런데 아케이드가 전체적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설치되어 있다 보니 시설이 오래된 쪽은 환기와 더위로 쾌적하지 못하다고 한다.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한 물음에 김 회장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일단 상인들 장사 잘 되게 하는 거지요. 뚜렷한 답은 없지만 여러 시도를 해봐야죠. 일단 우리 시장은 음식의 맛이 좋고 상인들이 친절해요. 손님들을 친절이 몸에 배어 있어요. 그러니 고객들이 소문을 내더라고요 ‘먹어봤더니 맛있더라’ 하면서 친구들 데리고 오고, 주변에 알리고 하니까 손님 덕을 보고 있지요. 입소문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소문은 금방이더라고요. 고객 분들께 고맙죠, 앞으로도 여러 시도를 해 봐야죠”

순대와 족발로 유명세를 치러 입소문으로 방송에 나올 만큼 시장만의 특화상품이 있다. 그리고 입소문을 내주는 든든한 단골층이 있다. 세월을 함께하고 있는 상인과의 고객 간의 신뢰가 두텁다. 착하게 장사해온 만큼 계획하는 일을 이뤄 전국 방방곡곡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가 매일같이 북적거리는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신진우 기자  d9733063@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