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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슬픈 왕의 마음조종암에 스며든 슬픈 역사에 목이 메이다
하주성 기자 | 승인 2016.12.13 00:11

가평군 하면 대보리 앞으로 흐르는 조종천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조종암(朝宗巖). 경기도 기념물 제28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조종암은 어찌 보면 나라가 약한 탓에 느끼는 울분의 장소이기도 하다. 조종암은 바위에 글씨를 새긴 암각문과 비석, 그리고 단지 등의 유적을 합해 이르는 장소이다. 앞으로는 얼어붙은 조종천이 흐르는데 찬바람이 옷깃으로 파고 들어온다. 조종암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효종 임금은 인조의 둘째 아들이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난 다음 해 강화도에 있던 효종은 남한산성에서 인조가 청에 항복을 하자 형인 소현세자와 오달제 등과 함께 청에 볼모로 잡혀갔다. 8년간이나 선양에 머물던 효종은 1645년 2월에 먼저 귀국한 형 소현세자가 4월에 세상을 떠나자 5월에 돌아왔다. 효종은 그 때부터 북벌계획을 강력히 추진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조선은 성리학의 명분론에 입각해 '숭명배청(崇明排靑)'의 의식이 높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효종 임금과 송시열이었다. 청에 볼모로 잡혀가 있던 효종으로서는 그 치욕을 씻을 길이 오직 북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바위에는 朝宗巖(조종암), 思無邪(사무사), 日暮途遠 至通在心(일모도원 지통재심), 萬折必東 再造瀋邦(만절필동 재조심방) 등의 글씨가 여기저기 새겨져 있다. 그리고 솟은 바위 위에는 앞으로 흐르는 조종천을 굽어보는 비석이 1기 서있고 그 밑으로는 제사를 지내던 단지가 보인다.

효종의 슬픔 마음이 새겨진 바위

조종암은 조선 숙종 10년인 1684년에 우암 송시열이 명나라 의종의 어필인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내용인 사무사를 새겨 넣었다. 또한 효종이 대신에게 내려준 '해는 저물고 갈 길이 먼데, 지극한 아픔이 마음속에 있네'라는 글인 <日暮途遠 至通在心(일모도원 지통재심)>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이를 당시 가평군수인 이제두에게 보내어 깨끗한 장소를 정해 새기도록 부탁하였다고 한다.

8년간이나 청에 잡혀가 있으면서 약한 나라에 태어났음을 슬퍼했을 효종. 얼마나 그 아픔이 마음속에 깊게 자리했을까? 그러한 효종의 명에 따라 이제두, 허격, 백해명 등 여러 선비가 힘을 합하여 위 글귀와, 임진왜란 때 몽진을 해야 하는 고통을 당한 선조의 어필인 '萬折必東 再造瀋邦(만절필동 재조심방)'이란 글씨를 새겨 넣었다. 그리고 선조의 후손인 낭선군 이우의 글로 임금을 뵙는다는 뜻인 '조종암'을 바위에 새기고 제사를 지냈다.

이런 북벌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담고 있는 조종암이지만 그 내면에는 약한 나라의 슬픔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효종은 청에 볼모로 잡혀갔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새기라 했고 선조의 글에는 스스로 나라를 지키지 못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 '조종'이라는 뜻은 '제후가 천자를 알현한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장소로 삼아야 할 조종암

조종암은 단지 바위에 암각문을 새긴 곳이 아니다. 이곳에는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통해 아픔을 당한 사연이 깃든 곳이다. 효종과 선조는 외침에 의한 고통을 당한 임금들이다. 이러한 마음을 함께 적어 놓은 조종암은 약한 나라가 당해야 하는 슬픔을 보여주고 있다. 약한 나라는 늘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장소로 삼아야 할 곳이다.

조종천에서 부는 바람이 차다. 바위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마음이 아프다. 지금이야 그저 '암각문이겠지, 역사를 기록한 한 장소겠지' 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시는 외침에 의해서 나라가 겪는 수모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조종암을 역사의 장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국정 농단의 지금 시대가 이 조종암을 생각나게 만든 것은 무슨 연유일까?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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